
안녕하세요 보스턴 임박사입니다.
이제 거의 낙옆도 떨어지고 몇주후면 추수감사절이 다가옵니다. 이제 완전히 늦가을, 겨울 날씨가 오는군요. 우리 마음도 추워지기 시작하는 듯 합니다. 예전에는 보스턴은 유학생들이 공부하고 떠나는 도시였어요. 그래서 몇년씩 공부하고 떠나는 유학생, 포스닥 들과 오랜 기간 함께 할 수 없다보니 마음을 좀 주지 못하는 성격이 생긴 것 같기도 해요.
그런데 최근에는 그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서 제약회사, 바이오텍 회사, IT 회사, 반도체 회사들이 있고 직장도 많고 벤처캐피탈 및 금융회사들도 제법 많다보니 이제는 유학생으로 오셨다가 회사에 취업하시는 분들도 많고요. 또 주위 대학교에 교수로 재직하시는 분들도 점점 늘어나서 이제 유학생, 포스닥 대비 회사원, 교수 비율이 반반은 되지 않나하고 생각합니다. 10여년전에 H-Mart가 들어왔을 때에는 저보다 중국인 친구들이 더 흥분을 하더라고요. 그리고 몇년전부터는 대한항공 인천공항 직항이 생겨서 그야말로 달라진 위상(?)을 슬슬 느끼고 즐기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뉴저지,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같은데가 부러웠던 적도 있었는데요. 그냥 보스턴에 버티고 살다보니 이런 날도 오네요.
보스턴 얘기를 그냥 주저리 주저리 쓰려고는 하는데 뭐 그래도 특징에 대해 좀 써야하니까 좀 한국분들에게 공감이 될만한 얘기를 써볼까 합니다. 보스턴에서는 자랑질은 금물이라는 걸 좀 먼저 말씀드리려고 해요. 뭐 다른 지역을 폄하하거나 우습게 여겨서 그런건 아니고요 이 보스턴이 가지고 있는 좀 특징 같은 것 같아서 그냥 제 그간의 느낌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우선 여기에서는 학력 (공부 많이 했다)에 대한 자랑질은 금물이에요. 하버드, MIT, 보스턴대학 등 좋은 대학이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여기에 유학을 올 정도면 공부는 거의 끝판왕이라고 봐야하지 않겠어요? 뭐 전국에서 노시는 분들이 많이 오시다 보니 어느 대학을 나왔네 뭐 이 정도는 명함을 못 내밀고요. 사실 공부로 주름을 잡았다가는 자칫하면 얼굴에 주름이 질 수 있어요. 공부를 잘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다보니 상대적인 공부 못하니즘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제가 KAIST에서 공부할 때에도 선배님들께서 저에게 많이 해 주셨던 말인데 여기 보스턴에서 정말 필요한 말인 것 같아요.
“여기에서 네가 가장 못하니까 항상 겸손해라. 나대지 마라”
이 얘기를 어려서부터 들어왔는데 정말이지 보스턴 살면서 공부 얘기는 거의 입밖에도 내지 않고 살아온 것 같네요. 같이 잘 지내다가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고 몇년 지나보니 유명한 정치인이 되었다거나 유명한 교수님이 되셨다거나 뭐 등등 이러저러한 분들을 많이 봅니다.
아, 그리고 여기에 버클리음대 (Berkeley College of Music)라고 싸이가 나온 대학이 있습니다. 제가 이 학교를 잘 몰랐는데요. 실용음악이라고 하나요 뭐 재즈라고 하나요 하여튼 가요계에서 뭘 좀 한다 하는 사람들은 다 여기를 거쳐간다고 하더라고요. 싸이가 보스턴 대학 경영학과로 유학 왔다가 아버지 몰래 버클리음대를 다닌 건 다들 잘 아시죠? 이렇게 공부 쪽은 아니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 많더라고요. 여전히 계속 저도 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여기에는 박사학위자들이 그냥 널려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다보니 그냥 모두 뭐뭐뭐 박사님 이렇게 부릅니다. 저를 부를 때도 임박사님 이렇게 부르기 때문에 제 블로그 제목도 보스턴 임박사라고 한거죠. 그런데 종종 박사가 아닌 분들도 있잖아요? 그럼 어떻게 할 것 같아요?
그래도 그냥 습관처럼 ‘박사님’ 호칭으로 불러 드립니다. 한국에 호칭 문화는 정말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너무 불편해요.
또 한가지는 돈 자랑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것도 약간 학교랑 연관이 있는데요. 좋은 학교가 많다보니 돈많은 집 자제들이 유학을 많이 온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냥 들리는 후문으로 어느 집 자제가 유학을 온다더라 하는 카더라 통신도 듣게 되고요. 보스턴 총영사관의 업무 중 하나가 부유층 자제분들 관리라고 하는 말도 있었나 뭐 그랬던 것 같아요. 제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만.
여하튼 그러다보니 여기서 뭐 내가 돈 좀 있다 뭐 이런 얘기는 하지 않는게 좋다는 얘기를 듣고 지낸 것 같아요. 워낙 잘 사는 분들이 – 그 분들을 보기는 뭐 실제로는 어렵지만요 – 많이 오시다보니 뭐 그런 얘기도 있는 것 같아요. 정부 요직이나 기업, 언론사 등에서도 단기 유학을 보내주어서 오기도 하고요. 이런 저런 이유로 많이들 네트워킹도 하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잘 모르죠. 어차피 큰 관심이 없는 분야이기도 하고 가까이 하고 싶지도 않기도 하고요.
그래서 여기서는 학력, 재력 자랑은 하지 않는게 좋다는 얘기에요. 그럼 남은 자랑거리가 뭐가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