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retirement (1) – 일하는 즐거움

안녕하세요 보스턴 임박사입니다.

퇴직은 누구에게나 오지요. 자발적으로 퇴직을 하든지 자의적으로 퇴직을 하든지 간에 퇴직은 우리가 살면서 몇번은 경험을 하게 됩니다. 저는 여러나라를 돌아다녔기 때문에 그 때마다 “퇴직 – 취직”을 해야했어요. 처음 퇴직은 박사과정을 시작하기 위해 5년간 다닌 직장을 그만둘 때였어요. 이 때가 가장 고민도 많이 했고 그만큼 희망도 있었던 때였던 것 같은데 그래도 회사의 이러저러한 행정적인 것을 정리하고 나올 때의 기분과 감정은 많이 오묘했고 그 감정과 공기는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3월부터 박사과정을 시작해야 해서 2월 15일에 퇴직을 했는데요 겨울이어서 그랬는지 공기가 좀더 스산한(?)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가끔 퇴직 블로그를 쓰시는 분들의 글 중에 “퇴직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라는 글을 보게 되는데요 저는 사실 지금까지 퇴직하면서 퇴직을 기쁘게 혹은 흔쾌히 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항상 아쉬움이 남았고요, 이제 시간이 지나서 그곳으로 다시 돌아갈 마음이 있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감정적으로는 그랬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요.

제가 처음 한국 대기업에서 일을 할 때에 저희 회사에 일을 아주 잘하는 연구원이 계셨습니다. 학력은 고졸이셨지만 모두가 그 분의 실력은 인정을 하고 있었어요. 그 분이 일을 하시다가 뇌종양이 걸리셨는데 다시 치료를 받으셔서 회사로 복귀하시고 회사에서 다시 실험을 하시고 계셨었죠. 어느 날 제가 그 분께 “일이 재미있으신가요?” 이렇게 여쭈어본 적이 있었는데 그 분 대답이 “제 나이 정도되면 그냥 일을 하는거지 재미 때문에 일하지 않습니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분이 아마 50대 정도이셨던 걸로 기억해요. 대학원까지 마친 젊은 연구원이었던 제가 아마 좀 햇병아리처럼 보였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의 생각이 그 때 많이 짧았던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또 한분은 제 보스턴 회사에 은퇴를 했다가 다시 취직을 하신 임원 (VP)분이 계셔서 왜 퇴직하고 다시 일을 하게 되었는지 여쭤본 적이 있어요. 그 분 말씀이 은퇴를 해서 처음에는 좋았데요. 그런데 한 6개월쯤 지나니까 너무 무료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던 중 저희 회사 Chief Scientific Officer (연구소장)님한테 전화를 받았는데 “지낼만 해?” 그래서 “죽을 맛입니다. 너무 지겨워요” 그랬더니 “그럼 여기로 와. 같이 일하자.” 그래서 일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고 해요. 그 분은 지금 다른 회사로 옮기셨는데요. 좋은 결과를 많이 만드시면서 즐겁게 사시고 계세요. 제가 아침에 차로 출근하면서 회사까지 걸어 가시는 이 분 모습을 가끔 보곤해요. 60대 중반이신데 겉보기로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고 많이 봐야 한 50 갓 넘어 보여요. 이 분이 학부부터 박사학위까지 그렇게 좋은 학교를 나온 분이 아니거든요. 그냥 성실성과 인간성으로 지금까지 여러 바이오텍 회사를 성공적으로 만들어가는데 아주 큰 기여를 하시고 계시는 대단한 선배님입니다.

또 다른 한분은 저희 회사에 계시는 67세되신 선임 연구원이세요. 이 분은 Caltech/MIT 학/석사이신데요. 원래 박사과정을 하시다가 건강문제로 석사로 마치신 분이에요. 학력이 쩔죠? 제가 “와! 아주 수재셨네요!” 그랬더니 “아니에요. 저희 때는 들어가기 쉬웠어요.” 그러시더라고요. 잘 믿어지지 않지만요. 여하튼 이 분이 저희 회사에서 화학 실험은 제일 잘 하십니다. 하하. 제가 보증해요. 본래는 수년전에 제 프로젝트의 CRO회사에 계셔서 그 때 처음으로 뵈었어요. 그 때 딱 알아봤죠. 이 분이 실험을 얼마나 꼼꼼히 정확하게 하시는지요. 실험노트가 예술이에요. 거의 일기 수준이라고 해야할까요? 이 분 실험노트가 당시에는 손으로 직접 쓰신 것이었고 지금은 Electronic Notebook (ELN)을 쓰시는데 그 예술적인 노트북은 여전해요. 오히려 ELN에서 더 빛을 발휘한다고 할까요? 회사에 신규직원이 입사하면 제가 이 분 노트북을 보고 그대로 하라고 가르쳐줍니다. 한번은 그 CRO 회사가 문을 닫게 되었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어요. 그래서 이 분을 뽑아야한다고 회사에 추천을 해서 채용이 된 케이스인데요. 당시는 62, 3세 되셨는데 조기은퇴를 해야하나 고민을 했던 모양이에요. 요즘에 제가 농담반 진담반으로 그러죠. 이제 은퇴는 꿈도 꾸지 마시라구요.

이렇게 제가 만난 분들이 각자 다른 직책과 직급을 가지고 계시고 또 일에 대한 생각들은 많이 달랐던 것으로 보이죠. 우리가 일을 할 때 힘들다고 생각하면 일은 정말 악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힘들고 고됩니다. 특히 상사가 저의 어려움을 이해하기는 커녕 오히려 나 몰라라하거나 저의 연구 결과물을 가로채는 경우라면 더 힘들죠. 저도 제 연구결과물을 가로챔 당해본 적이 있어서 이런 것이 어떤 것인지 아는데요. 심지어는 어떤 직속상사에게는 이런 말을 들은 적도 있어요.

“당신은 이 회사에서 성장할 수 없다. 다른 곳을 알아봐라.”

보통 이런 말을 들으면 나가라는 얘기잖아요? 그런데 저는 좀 생각이 달랐습니다. 저의 성장도 물론 중요하지만 저는 제가 하는 신약이 성공하기를 바랬고 그 결과를 볼 때까지는 버티자는 모드 (Mode) 로 일을 했던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 돌이켜서 볼 때 제가 버틴 것이 가장 좋은 결과로 여러 형태로 저에게 돌아왔어요. 커리어 개발에도 물론 도움이 되었지만 재정적으로도 큰 도움이 됐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제가 벤처캐피탈에 다니게 되었던 얘기를 어디 적은 적이 있는데요. 벤처캐피탈을 간 이유는 순전히 돈 때문이었어요. 큰 돈을 만져보고 대박을 꿈꾼거죠. 벤처캐피탈에서 일하면 거의 No Risk 잖아요? 투자자이니까요. 그리고 High Return을 바랄 수 있다는 것이 저의 어리석은 계산법이었어요. 제가 어리석다고 했던 이유는 돈을 어떻게 버는 것인지 몰랐다는 걸 그 때 깨달았기 때문이죠. 돈은 절대 따라 다녀서는 벌어지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손해만 크게 봤던 것 같습니다.

이러저러한 경험을 통해서 제가 느끼고 깨닫게 된 것이 있다면요 저와 같이 바이오텍에서 일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커리어를 생각하지 말고 인생 한번 걸어볼만한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그것이 끝이 성공하든지 실패하든지간에 결과는 하나님께 맡기고 마지막까지 잘될 수 있도록 끝까지 노력을 하자는 것이에요.

인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이 들어요. 나이가 들어가면 모험을 안하려는 경향이 생기는 것 같아요. 혹시 젊은 분들 중에 모험을 꺼리는 분이 있으시면 혹시 본인 생각이 너무 나이들지 않았는지 한번 생각해 보시면 좋겠어요. 모험을 하는 것이 어려운 길이지만요. 누군가 모험을 하지 않으면 새로운 일은 일어나지 않아요. 아무리 좋은 치료법이 쥐실험이나 원숭이 실험 등에서 나와서 Science, Cell, Nature 같은 좋은 논문에 실렸다고 해도 그것이 사람을 고칠 수 있는 치료제나 치료법이 되려면 그것을 위해 모험을 하는 모험 자본 (벤처캐피탈)과 모험가 (Entrepreneur & Scientists)가 반드시 필요한 법입니다. 그 분들의 거의 10-20년동안의 지속적인 모험의 결과가 결국 Innovation을 이끌어 가는 것이거든요. 이런 말이 있어요.

If you could anticipate your research results, you may not really be innovating something.” (당신이 연구결과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면 진정한 이노베이션을 하고 있지는 않다고 볼 수 있다.)

오늘 이 순간도 계속 Disruptive Innovation (창조적 이노베이션)은 계속 되고 있습니다. 워낙 장기적인 투자를 해야하기 때문에 성공할 확률보다는 실패할 확률이 아주 높겠죠. 하지만 성공했을 때의 파급효과가 실패를 모두 상쇄하고도 남기 때문에 실패 위험을 무릎쓰고 모험을 걸어보는 것은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점점 이런 모험을 통해 실패를 하든지 성공을 하든지간에 시간이 점점 가게되면 이런 경험들을 한 사람에게는 또 다른 모험과 도전의 기회가 열리게 되고요 그러면서 그런 도전을 함께 했던 사람들이 좋은 동료들이 되어서 계속 일을 함께 할 수 있는 큰 힘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저는 제가 하는 이 일이 참 재미있어요. 30여년전에 Nucleoside 라는 물질에 완전히 꽂힌 이후로 이제 messenger RNA 까지는 왔어요. 지금도 주위를 돌아보면 또 수많은 바이오텍의 연구실에서 그리고 벤처창업 Lab에서 또 새로운 가능성을 위해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모험자본가와 모험가들이 많은 것을 봅니다. 이 분들이 이런 일을 해야할 무슨 재정적인 동기가 있다거나 특별히 다른 일을 못하고 이것만 해야하는 분들이 아니에요. 그렇지만 바이오텍 스타트업에서만 할 수 있는 독창적인 가능성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그것을 위해 지금도 달리고 있는거죠.

스토아철학자였으면서 로마의 황제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읽는데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인생이 우주의 한 점에 지나지 않지만 그 점이라 할지라도 역사의 의미에 맞는 일을 해야한다고 끊임없이 얘기를 하고 있더라구요. 수천년전의 사람이었는데도 자신의 시간을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일에 쓸 수 있도록 계속 자신을 채찍질했던 선현이 있었구나 라고 생각을 하고 보니 제 자신의 게으름이 부끄럽게 다가왔어요.

어쩌면 이러저러한 이유로 제가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질지도 모르죠. 그렇지만 어떤 형태로든 세상에서 병으로 고통받는 분들과 가족들을 위해 그리고 그분들을 치료하기 위해 애쓰는 의료진들을 위해 지금보다 더 나은 방법을 찾는 일에 제가 쓰일 수 있다면 돈을 떠나서 즐겁게 일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일하는 즐거움에 대해서 글을 써 보고자 했어요. 좀 여러면에서 부족한 글인데 혹시 다른 생각이 있으신 분들은 답글을 주시면 저도 그 글을 보고 한번 더 생각해 보고 부족함을 꾸짖어 보겠습니다.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오늘도 화이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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