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보스턴 임박사입니다.
이번에는 바이오텍 (스타트업) vs 빅파마 (Big Pharma)에서 일하는 것에 대해서 얘기를 해 볼까 합니다. 빅파마는 다 아시다시피 다국적 제약회사 – Pfizer, Merck, Novartis, Roche, etc – 같은 회사를 말하고 바이오텍이라고 하면 저의 경우에는 두갈래로 나누는데 NASDAQ에 상장된 바이오텍과 현재 벤처캐피탈에 의존하는 비상장 스타트업입니다.
요즘엔 과거와 달리 바이오텍에 다니다가 빅파마로 옮기는 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빅파마에서 바이오텍의 신기술을 배워야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달리 말하면 빅파마의 R&D가 신기술보다는 고전적 방법에 주로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빅파마에서도 신기술에 투자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siRNA나 mRNA 같은 기술도 빅파마에서 많이 했기 때문에 그 인력들이 바이오텍에 와서 바이오텍의 성공확률을 높여준 측면도 있거든요. 그 뿐만 아니라 빅파마 연구의 경우 꼭 신약에 성공하지 않아도 좋은 논문을 냄으로써 그 연구내용을 알리고 연구원들의 경력관리에 유리하게 사용하기도 합니다. 빅파마의 경우 (빅 바이오텍도 요즘 유사하지만)에는 매년 신약개발 파이프라인을 조정합니다. 계속 투자할 신약과 그렇지 않은 신약을 고르는 과정인데 이 과정에서 신기술 파이프라인이 정리대상이 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래서 신기술이 빅파마에서 수년간 연구가 되더라도 끝까지 하지는 못하고 보통 다시 신기술을 연구하던 인력들이 다른 부서로 재배치되거나 Layoff되는 일이 지금까지 많이 일어났습니다. 저는 이것을 빅파마가 가진 태생적 한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바이오텍에서 개발한 C형 간염치료제 Upriforsbuvir라는 뉴클레오사이드 신약이 있습니다. Merck에서 $3.85 Billion에 산 신약인데 임상3상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전략적(?) 이유로 임상이 중단되었습니다.
siRNA의 경우에도 2000년대 초에 Pfizer, Merck, Roche, Novartis 등 거의 대부분의 빅파마들이 바이오텍기업을 인수하거나 새로운 인력을 채용하는 방식으로 siRNA 연구를 지속하다가 2010년대에 모두 개발을 포기했습니다. 사실 그 당시 siRNA는 끝났다는 생각들이 많았는데 오히려 이 빅파마의 연구인력과 연구결과들을 바이오텍인 Alnylam이나 Arrowhead Pharmaceuticals 같은 회사들이 인수하면서 이 분야가 Turn Around를 하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mRNA의 경우에도 Novartis에서 오랜 기간 연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0년대 중반에 Novartis의 백신사업부를 GSK에 넘기는 딜을 하면서 mRNA분야의 인력이 대거 나오게 되었죠. 제가 다니는 회사에도 Novartis 출신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저도 빅파마와 인터뷰도 하고 여러 방법으로 갈 일은 있었는데요 마음이 선뜻 가지는 않았습니다.
바이오텍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세가지 중요한 리스크를 극복을 해야 성공을 할 수 있는데요
- Biology Risk: 논문 연구결과가 동물모델이나 임상에서 실제로 작동을 하는지를 밝혀야 하는 것 (Proof of Concept)
- Financial Risk: 장기간의 연구개발에 필요한 자금이 투입이 되어야 하는 것
- Regulatory Risk: FDA, EMA 등에서 신기술로 탄생하는 신약을 승인해야 하는 것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는 것입니다. 위의 세가지 리스크가 다 쉽지않죠. 그러다보니 모험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의 경우에는 바이오텍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것이 많이 힘들 수 있습니다. 저의 주위에서도 바이오텍에서 일하다가 한때 잘 나갔는데 임상3상에서 큰실패를 해서 분야를 바꾸거나 한국으로 들어가신 분도 있어요.
바이오텍 스타트업의 장점은 “성공 보수”에 있습니다. 이 부분이 NASDAQ상장 시기의 어디에 있느냐가 중요한데요. 당연히 상장 이전의 스타트업인 경우에 리스크가 크고 그 때 받는 Stock Option, RSU, 심지어 주식이 상장 이후에 받을 수 있는 규모에 비해 현저하게 많습니다. 다만 스타트업의 특성과 신기술이 성숙하게 되는데 10-20년이 걸리기 때문에 이 결실을 함께 누리면서 기술을 완성시키려면 적어도 7년 이상 장기적으로 그 일에 올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력 관리를 위해 2년마다 회사를 옮기는 사람들이 많이 계세요. 그렇게 하면 옮기면서 연봉도 올라가고 승진도 하게 되죠. 이건 개인적인 가치관의 문제여서 뭐라 할 말은 아닌데요 저는 어렵더라도 하나의 새로운 것을 성공시키든 실패하든 간에 그걸 통해서 얻는 것이 훨씬 크다는 주의에요.
바이오텍 스타트업을 간다고 해서 연봉이 작거나 베네핏이 결코 나쁘지 않습니다. 오히려 빅파마보다 좋을 수 있어요. 다만 “시간에 대한 투자”를 할 수 있느냐 없느냐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스타트업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느냐”가 자신이 스타트업에서 일을 할 자질이 있는지 알 수 있는 것 같아요.
나스닥에 상장한 회사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Financial Risk는 적다고 볼 수 있어요. 아무래도 상장한 기업은 시장에서 Fund Raising하기가 보다 수월하니까요. 첫직장으로 나스닥 상장한 회사를 들어가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에요.
나스닥 상장한 회사에 가려면 Commercialization을 한 경험이 있는 회사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요 몇년간 주식시장이 너무 좋아서 스타트업이면서 위의 세가지 리스크를 짊어진채 그대로 나스닥에 조속히 상장한 회사들이 많이 있거든요. 요즘 그 회사들이 많이 어려워서 시장에 나온다는 얘기도 있어요.
오늘은 바이오텍과 빅파마에 대해 얘기를 좀 해 봤습니다. 커리어를 찾는 분들께 도움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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