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경험과 자립 준비의 중요성

안녕하세요 보스턴 임박사입니다.

얼마전에 아직 포스닥을 하시고 계신 박사님들과 저녁식사를 하다가 회사생활에 대한 여러가지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요. 질문이 생각보다 너무 많아서 피자를 제대로 먹지를 못했어요. 그런데 그 질문 중 하나가 구조조정 (Layoff)에 대한 얘기였습니다.

보통 박사님들은 생각할 수 있는 진로가 뻔하거든요. 대학교수 아니면 취직이에요.

취직 – 미국취업 – 을 생각하시는 박사님께서 질문하신 내용은 회사에 가게되면 구조조정을 당하지 않느냐?는 거였어요. 현실적인 질문이었죠. 그래서 당시에 나름대로 솔직하게 답변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요즘도 사실 그 때 경험을 계속 생각하고 살거든요. 어차피 퇴직은 또 올 수밖에 없는거라서 저도 이제는 그냥 당하기 싫은 마음에 여러가지 준비를 하고는 있는데요. 오늘은 예전에 미국에서 구조조정을 당한 얘기를 좀 적어놓으려고 합니다.

제가 구조조정을 당하게 된 경위는 이래요. 제가 바이오텍 회사를 다니고 있었는데요. 신약개발을 뭐 아주 열심히 하고 있었죠. 제가 취업을 2007년 11월에 했었는데요. 2008년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하고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나면서 바이오텍은 아주 엄동설한을 겪게 됩니다. 아주 길게요. 그래서 매년 구조조정이 있었는데 저는 용케도 계속 고비를 넘기고 살아내고 있었어요. 회사가 매년 구조조정을 하면 하는 방법도 계속 바뀌게 됩니다. 방법까지는 뭐 나눌 생각은 없고요.

여하간 그렇게 하다보니 제가 거의 마지막 연구원이 되었어요. 컨트랙터 연구원이 몇명이 있었지만 정규직은 저 혼자였거든요.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회사가 빅파마에 비싼 가격으로 팔리게 된거에요. 저희 M&A는 All-Cash Deal이었는데요 이게 뭐냐면 모든 스톡옵션을 다 행사하는거에요. 기간에 상관없이요. 그러다 보니까 갑자기 목돈이 손에 쥐어지게 됩니다. 사실 제가 스톡옵션 보기를 돌처럼 했는데요. 제가 그렇게 많은 돈을 받게 될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어요.

그리고 빅파마는 저희 회사 전직원을 구조조정으로 내보내게 됩니다. 미국은 구조조정을 하면 일한 기간에 따라서 Severance Package라고 Lump sum money를 주게 됩니다. 저는 이 돈도 괜찮게 받았어요. 그래서 이제 짐을 정리해서 집에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미리 얘기는 좀 한 상태였는데도 사실 집에 돌아오는 그 날 마음은 정말 엉망이었어요. 운전을 제대로 해서 잘 도착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저는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제 집에 돌아오고 나니 갑자기 일을 매일 나가다가 집에 있자니 아이들이 보게 되고 그러면 걱정이 되잖아요? 그래서 아내가 그러더라구요. 도서관에 나가서 아이들이 올 때 지나서 돌아오라구요.

그래서 아이들 모르게 출근하는 것처럼 하고 저는 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도서관에서 이력서도 새로 작성하고 수정하고 실업급여도 신청하고 실업급여를 신청하면 계속 취업을 알아본다는 보고도 해야해요. 그래서 그것도 꾸준히 하고 그렇게 했습니다. 도서관에 있다보면 아이들이 하교하는 3시반이 지나면 갑자기 도서관에 고등학생들이 들이 닥쳐요. 그래서 할 수 없이 도서관을 나오게 되고 조금 지나서 퇴근하는 것처럼 하고 집에 왔죠.

매일 그런 건 아니고 저는 이 실직기간 동안에 기도를 하는 시간을 매일 가졌어요. 그 시간동안 저도 준비가 좀 되었구요. 신기하게도 기도가 끝나면 한군데씩 전화가 왔던 것 같습니다. 물론 안 올 때도 있었지만요.

그리고 언제부터는 아내와 함께 매일 한시간 이상 씩 함께 동네 옆에 있던 야외 공원까지 산책을 했어요. 여기가 숲으로 울창한 곳이었고 야산과 들판을 가로지르는 곳이었는데 이 얘기 저 얘기하면서 함께 다니는 그 시간도 나름 좋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한두달 지나고 아직도 되는게 없고 떨어지고 하니까 마음도 점점 무거워지더군요. 하나 떨어지면 다른 새로운 곳에서 다시 인터뷰를 하고 이런 게 계속 진행은 되어 갔지만 이 생활이 점차 지치기 시작했어요.

제가 9월 중순에 구조조정을 당했는데 2달 정도 지나니까 11월이잖아요. 11월 세째주에는 추수감사절이 있고 그 이후부터는 사실상 회사들이 연말 분위기로 가기 때문에 많이 뽑지 않거든요.

이게 해를 넘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고 아내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을 하니까 이제 더는 아이들에게 숨길 수는 없겠더라구요. 그래서 어느 날 애들에게 솔직하게 얘기를 했어요.

“아빠가 실직을 당했는데 잘되서 회사가 큰 회사에 팔려서 돈도 많이 벌었고 그래서 우리가 당장 어렵지는 않고 게속 일자리를 인터뷰 하고 있으니까 곧 될거다.”

이렇게 얘기를 하니까 아이들이 제가 보기에는 수긍을 하는 것 같더군요.

그리고 12월초에 3차 면접에서 합격을 받고 이제 오퍼를 받았어요. 새로운 오퍼는 고마웠고 좋았습니다. 새로운 보스에게 감사하다고 얘기했어요. 그리고 전화를 끊고 아내와 아이들에게 알렸죠.

당시 9월 중순에 실직을 하고 다음해 1월첫주에 일을 시작했으니까 4개월이었는데 길게 느껴졌습니다. 언제 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 저를 크게 위축시키더라구요.

그래서 이제는 자유를 얻고자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그냥 아무 준비없이 당하지는 않아야 되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다행히 이제 경제적인 자유는 얻은 것 같아요.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느냐? 이거든요.

요즘 이 무엇을 하고 살 것이냐? 문제를 가지고 책도 많이 읽고 공부도 많이 하고 있어요. 아내의 하루 생활을 계속 관찰을 하고 있죠. 대체 하루종일 뭐하나? 이렇게요.

예전처럼 회사를 꼭 열심히 할 필요는 좀 사라져서 요즘은 쉬고 싶을 때는 푹 쉬고요. 반드시 나가서 일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면 집에서 재택근무 (Work from Home)로도 해요.

이제는 좀 마음껏 할 수 있는 일, 제가 정말 조절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그런 걸 위해서 공부를 하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자격증도 새로 따려고 하고요. 일기도 매일 적으면서 저 자신에게 얘기를 계속 하고 있습니다.

정말 중요하더라구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 말이에요. 이게 다 일이에요. 이런 소소한 것이 생각을 키워주고요 저의 생각과 마음을 다잡아 줍니다. 성장하게 되고요.

블로그를 처음 쓸 때에는 굉장히 막연했어요. 시작은 운동하는 얘기로 주로 시작을 했는데요. 제가 이 블로그를 계속 쓰다 보니까 제가 뭘 더 할 수 있고 어떤 것을 더 해야하는지에 대해서 생각이 굉장히 정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아내에게 퇴직에 대해서 이런 저런 준비를 얘기하면요. 제 아내 얘기는 아무 것도 하지 말랍니다. 그냥 같이 골프를 매일 치고 도서관 가고 운동하면서 살자네요. 저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거든요.

요즘에 드는 생각은 1년의 30-40% 정도는 일을 하고 20-30%는 비영리기관 봉사활동을 하고요 나머지는 가족과 취미, 운동에 써야겠다는 거에요. 의료보험이 문제였는데 저와 함께 일하는 경력 많은 컨설턴트 말이 컨설팅 회사에 조인하면 이 문제는 해결이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문제도 그렇게 클 것 같지는 않아요.

제가 지금까지 해 온 경력이 바로 사장될 것 같지는 않고요. 아마 중소기업 컨설팅을 하면서 소일거리하면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하는 일은 수요가 많은 일이어야 겠더라구요. 수요가 적은 일을 하면서도 사업은 안한다. 일은 절대 벌이지 않는다는게 저의 철칙이기 때문에 새로운 창업을 하거나 하지는 않을 생각이에요.

아직 대학을 가야하는 자녀가 있어서 그 애가 대학 졸업을 할 때까지는 그래도 뭔가를 계속하려고 하고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 오라는 곳은 있으리라고 생각은 듭니다. 하지만 미래는 항상 알 수 없죠.

요즘은 아내와 이 문제에 대해 제가 먼저 얘기를 꺼내는데요. 아내가 듣기 싫어하는 눈치라 좀 줄이는 추세에요. 그래도 매일 쉬지않고 뭔가를 하고 있으니까 저에게 아주 심하게 뭐라고는 하지 않더라구요.

오늘은 바둑 (기원)에 대해 얘기를 갑자기 하더라구요. 그래서 찾아보니까, 와! 보스턴에 기원이 있습디다!!!

Massachusetts Go Association (매사추세츠 바둑협회)

그래서 이것도 옵션 하나로 넣어두려구요. 그리고 책읽기 온라인 동아리도 하나 시작하려고 해요. 후원을 받을 수 있는 것 같아요. 기독교 책읽기 동아리인데요. 책은 무료로 사준답니다. 좋지요?

이런 식으로 일을 조금씩 늘려가다보면 뭔가 길이 보이지 않을까요?

저를 위해서 제가 존경하는 김경록 고문님의 글을 나눕니다.

퇴직 후 고3처럼 공부, 기술·전문지식 익히면 40년 풍요롭다 (중앙선데이 9/30/2022)

김경록 고문님은 미래에셋 자산운용 출신의 금융전문가이시면서 은퇴 준비와 관련한 얘기를 많이 해 주시는 분입니다. 제가 이 분을 좋아하는 이유는 돈에 대한 이야기만 하시는게 아니라 마음가짐이라든가 일을 해야 한다 같은 실질적인 얘기를 해 주시고 투자에 대해서도 상당히 보수적인 접근법을 말씀하시기 때문이에요. 이 기사에 적힌 것 중에 마음에 와 닿는 것은 아래와 같습니다. 이 분도 지금 막 퇴직을 하셔서 이제 1년 정도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따끈따끈한 말씀이죠.

  • 목표는 퇴직 전 모아둔 자산을 70세까지 유지하는 것이다. 그때까지 은퇴 자산을 헐어 쓰지 않으면서 일과 자산운용 수익으로 지출을 충당해보려고 한다. 
  • 60세부터 적자구조로 빠진다. 개인적으로 이 적자로 전환되는 시기를 70세로 늦추는 것이 목표이고, 도전이다.
  • 퇴직 후 치킨집이 아니라 학교로 가라”고 당부했다.
  • ‘고3’이다 생각하고 1~2년 투자해서 노년에 양질의 일자리를 얻는 것이 40년을 풍요롭게 만들어야 한다.
  • 인생 후반의 일은 삶을 풍성하게 돕는 일이어야 한다. 자기가 통제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단순 근로직이나 소자본 창업보다는 기술에 기반을 두는 게 좋다.”
  • 은퇴자산은 3대 자산 – 주식, 리츠(REITs), 채권 – 에 분산투자가 바람직하다. 목표 운용 수익률은 평균 연 5%다.
  • 퇴직하면서 2가지를 했다. 첫 번째, 페이스북으로 퇴직을 알렸다. 두 번째는 노트를 만들어 아이디어가 있을 때마다 기록하고 있다. 2~3년 일하고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70~75세까지 쭉 일을 한다는 관점에서 본격 은퇴 설계를 하면 좋겠다.
  • 월 300만원의 일자리를 갖는 게 바람직하다. 일자리가 있으면 건강도 증진되고, 사회적 관계도 유지된다.

저도 멀리 내다보고 다시 새롭게 공부하고 자격증 얻으면서 월 300만원의 일자리를 찾아야겠네요. 보통 퇴직하면 섣불리 창업하거나 부동산 투자에 나서기 쉬운데요 급하게 할 것이 아니라 매일 조금씩 꾸준히 할 수 있는 일을 만드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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