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보스턴 임박사입니다.
직장인으로 살다보니 하루 중 대부분은 회사 내에서 보내게 됩니다. 처음에는 10층에 혼자 덩그러니 떨어져서 조용히 이것저것 생각할 수 있는 여유도 있고 마냥 자유롭게 일을 조절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고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점점
“너무 혼자 스스로 소외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동안에 재택근무 (Work from Home)을 하면서 사람을 만나야되는 소중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사람과 사람은 서로 눈인사만 하고 그냥 사소한 인사만 한두마디 해도 그것 만으로도 하지 않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코로나가 가져다 준 “레슨”이 아닌가 하고 생각을 해 봅니다.
나름 열심히 달려왔는데 잠시 여유가 생긴 듯해서 주위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더라구요. 참 이런 게 인생인가?
하는 그런 마음이 들어서 당황하기도 하고 내심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저에게 보고하는 직원이 3명인데 그동안은 메신저로 얘기를 하다가 요즘은 일부러 실험실에 찾아가서 시간을 두고 얘기를 하다가 옵니다. 적어도 두번 정도씩은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생각보다 직원들이 저를 만나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뭔가 보여주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보이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저와 대화를 해야 좀더 마음이 안정이 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가서 서로 인사도 나누고 얘기를 주고 받으려고 하게 되었습니다. 저에게도 좋고 그 친구들에게도 좋겠지요. 요즘은 상사라는 생각보다는 코칭을 한다는 생각으로 다가갑니다. 저도 워낙 부족한 것이 많다보니 코칭도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대화를 풀어나가다 보면 무엇을 얘기하는게 좋을지 감을 잡을 수는 있더라구요.
한국인 동료들도 조금더 챙겨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동료들은 잘 지내는 것 같기도 하고 또 다른 동료들은 조금 힘든게 보이기도 합니다. 특히 조직이 자꾸 개편을 하니까 그런 부분들에서 혼란이 있는 것 같고 그럴때는 저와 대화를 하는게 혹시 조금은 마음이 풀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직장생활을 시작한지 몇년 안된 동료들에게 회사에 오래 버티고 남아있으라고 조언을 한 적이 있었는데, 오늘 그러더라구요. 그게 쉽지 않을 것 같다고요.
회사에서 하는 일이 너무 같아서 발전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있을 수 있고 승진을 하지 못하면 받게되는 스트레스 때문이라든가 회사에서 갑자기 나가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가만히 얘기를 들어보면 요즘 회사 주가가 너무 빠져서 스톡옵션 행사를 못하게 된 동료들이 더 이런 아노미에 빠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요즘 우리 회사는 글로벌 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무지막지하게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올해에만 투자하는 R&D 비용이 $4.5 Billion이고 공장이나 지사 신설도 계속되고 있으니까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마 좀 마음이 급해질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기초연구에 있는 동료들이 많이 힘들어하는 듯 합니다. 제가 그동안은 말수를 줄이고 들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나대지 않으려고요.
그런데 그냥 말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어쩌면 조금이라도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 같은 마음도 드네요.
저는 몇년 있으면 굳이 회사를 다니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지만 이제 막 직장생활을 시작한 동료들로서는 갈 길이 멀고 또 그런 막막함이 불안감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한때 저를 엄청나게 갈아넣은 시기가 있었는데 막상 동료들이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좀 짠~ 합니다.
언제나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장소에서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