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Biotech Memoir – Moderna (8) – 너는 요셉이다.

안녕하세요 보스턴 임박사입니다. 오랜 기간의 여정을 거쳐 이제 드디어 미국까지 오게 됩니다. 제가 한 때 미국유학의 꿈을 가지고 1년간 열심히 공부하다가 하나님을 개인적으로 만난 후 미국유학과 박사학위에 대한 모든 꿈을 저는 접었지만, 하나님은 여호와이레 (준비하시는 하나님)이셔서 박사학위도 받게 하실 뿐만 아니라 미국에 유학이 아닌 포스닥이라는 방법으로 부르셨습니다. 이번에는 Yale University에서 시작된 첫번째 2년간의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Yale University에서 Offer Letter를 받고 나서 우리 가족이 가장 먼저 한 일은 Yale이 미국 어디에 있는지를 찾는 일이었어요. 그만큼 저희가 무지했죠. 아마 Manhattan 가까운데 있지 않을까? 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아무리 주변 지도를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었고 그 위로 올라가다 보니 New Haven이라는 작은 도시에 Yale이 있더라구요. Yale대학교에 Postdoc으로 가면서 사실 걱정을 많이 했어요. 보통 Interview도 하고 했어야 하는데 이 교수님이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를 뽑았는지, 잘못 알고 뽑은 건 아닌지 등등…걱정이 태산인 상태로 교수님과 첫번째 면담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교수님은 젊으신 분이셨고 인상이 좋으셨는데 첫마디가 저에게 꽤 전율있게 다가왔어요.

Don’t Forget that You are a Scientist!!

이게 전부였어요. “네가 과학자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

가만 생각해 보니 제가 석사, 박사학위를 받으면서도 단 한번도 내가 과학자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연구원, 학생 뭐 이런 생각을 했지 정작 “과학자“라는 생각을 해보지 못한 거죠.

저는 교수님의 이 말씀을 지금도 마음에 굳게 굳게 새기고 있습니다. 교수님은 Yale 대학교 종신교수가 되시기까지 보통의 교수님들과 같은 특별히 똑똑해서 명문대학교 출신에 천재 반열의 그런 분이 아니셨어요. 오히려 Wisconsin 주의 조그마한 주립대에서 공부를 하고 열심히 노력해서 Purdue에서 박사학위를 받으신 다음에 Scripps 연구소로 Postdoc을 가시기까지 그리고 Scripps 연구소에서 처음 3-4년간 하시던 연구과제가 정말 잘 안됐다고 하더라구요. 그래도 꿋꿋이 지도교수님로 부터 오는 스트레스를 견디셔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시고 그 연구분야의 독창성 때문에 Yale University에 교수로 오시게 되었고 또 이곳에서도 새벽5시에 출근해서 오후 5시까지 매일 12시간씩 강행군 하시는 성실성과 노력을 새로운 RNA의 분야인 Riboswith라는 유전자 조절 메커니즘을 발견하신 분이셨어요.

어떻게 보면 저와 좀 닮은 점이 많은 분이셨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특출하지는 않았지만 믿음을 가지고 꿋꿋이 묵묵히 자기 길을 가셨고 그 길에서 결국 새로운 RNA와 DNA 분야를 개척해 나가고 계신 분이셨죠. 그래서 아마 저의 CV를 보시고 제가 과학자의 마인드를 놓치고 있다고 판단을 하신 것 같아요.

이 분과의 첫 만남 덕분에 저는 Postdoc 생활을 생애 처음으로 즐기며 연구하는연구의 기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교수님은 저에게 프로젝트를 특별히 던져 주시지는 않고 Riboswitch라는 것이 Drug Discovery에 응용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라는말씀만 하시고는 저를 그냥 놔두셨어요. 제 앞에 있던 Postdoc은 일본인 유기화학자였는데 물어보니 자기도 3년간 특별히 결과가 없었는데도 그냥 놔두었다고 하더군요. 본인이 과거에 Scripps에 있을 때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자신은 학생들에게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요. 이런 것을 학생들은 귀신같이 알아서 저희 연구실은 항상 학생들이 20-30명 정도로 북적북적 댔습니다. 똑똑한 Yale 학부생들도 와서 밤새워 실험하고 발표하고 나중에 지나고 보니 모두 다 잘되었더라구요.

이 분의 연구과제인 Riboswtich는 Small Molecule Metabolites를 선택적으로 인식하는 Aptamer 영역과 그 인식에 따라 단백질의 합성을 시작하거나 종료하는 Expression 영역으로 나뉘어져 있는데요. 여기에 발견된 Small Molecule Metabolites 대부분이 Nucleosides 였습니다. 그러니까 이 연구에서 Small Molecule Metabolites인 Nucleosides를 변형시킬 수도 있고 아니면 Riboswitch 자체의 구조변화를 연구할 수 있으니 저로서는 Nucleoside Chemistry와 RNA Structural Biology를 동시에 연구할 수 있는 정말 좋은 과제였어요. 정말이지 이런 기회가 저에게 올 줄은 상상도 못했었죠.

아! 세상에 나에게 이런 날이 오다니!!

이뿐만 아니라 가까운 곳에 너무나 좋은 한인교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New Haven에 온다는 것을 안 순간부터 입국전에 이 교회에 등록을 결정하고 연락을 취한 상태였는데요 담임목사님 부부와 청년부 목사님 부부등 모두가 참 배울 점이 많은 분이었습니다. 저로서는 독일에서 뵌 선교사님으로 부터의 삶의 가르침에 이은 좋은 신앙생활을 배울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죠. 특히 선교담당 장로님이 계셨는데 한국에서명문대를 나오고 회사생활을 하시다가 이민을 오셔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분이셨는데 이 분과 선교사역을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너무나 즐겁게 그리고 열심히 일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Yale University 신학부가 운영하는 OMSC라는 선교사 안식센터가 있는데요 이곳에 우리교회가 후원을 하고 있었고 이곳에 매년 한인 선교사 가족이 안식년을 위해 많이 오셨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우리 교회에는 현지 선교사님들이 1년씩 오셨다 가시곤 하셨어요. 그리고 이 분들과의 교제를 통해서 각 나라와 민족의 선교사역에 대해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죠.

저로서는

(1) Nucleoside Chemistry와 RNA Structural Biology를 함께 배우고 연구할 수 있는 프로젝트

(2) 인격적으로 훌륭하고 실력이 뛰어난 지도교수님

(3) 활발하게 선교하는 지역교회

이 세가지를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제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맞이한 것 같았습니다. 정말 처음 2년간은 너무나 좋았습니다. 그리고 함께 교회 안에는 Postdoc 모임이 따로 있었는데요 이 모임에서 만난 동료들은 저와 나이가 같고 아내들도 비슷한 Yale Postdoc들이었어요. 마치 최고의 Chef가 최고급 호텔에서 최고의 코스요리를 제공하는 것처럼 시간 가는줄 모르고 이런 환경에서 보낼 수 있게 되었던 것 같아요.

Postdoc을 시작하고 2년차가 된 어느날 문득 대학시절에 했던 40일 아침금식기도와 그 이후 하나님이 저를 어떻게 선하게 인도하셨던가에 대한 기억이 떠 올랐습니다. 대략 계산을 해 보니 그 금식기도를 한지 한 20년 정도가 흘렀고 지난 20년간 하나님께서 그 40일간의 아침금식기도에 선하게 응답하셔서 저를 여기까지 인도하셨다고 생각하니 너무 감사해서 다시 40일 제단을 쌓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다시 40일 아침금식기도와 동시에 새벽기도를 위해 매일 교회로 향했습니다.

이 기간동안은 저에게 마치 단비와 같이 입에 단 꿀과 같이 그리고 나를 감싼 하나님의 은혜를 온몸으로 느끼는 그런 시간이었고요 이 40일은 생각보다 금방 지나가서 어느새 30일을 지나고 열흘이 지나 약속한 금식기도는 결국 끝이 났어요.

이제 2년이 지나면 원래 아내와 약속한 3년간의 외국생활이 끝나고 귀국을 하기로 한 기간이 다 차는 순간이었어요. 저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고 연구과제를 마치고 돌아가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었죠.

하루는 하나님의 말씀을 읽고 싶어서 성경을 읽었는데 창세기를 열게 되었고 읽어보니 마지막 족장인 “요셉”에 대한 말씀이었어요. 그 구절을 읽고 묵상을 하는데 요셉이 가족들 앞에서 이집트 어로 얘기하는 구절입니다. 당시에 저는 영어에 대한 자신감을 점점 상실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한국에서 나름 잘한다고 생각했던 영어실력이 막상 Yale 에 와서 똑똑한 미국학생들과 연구원들과 잘 모르는 RNA 에 대해서 토론을 해야하니 영어실력이 오히려 너무나 부족하다는 생각에 자신감을 크게 상실한 상태였어요.

그런데 그와 달리 요셉의 삶을 보니 요셉은 이집트에 노예로 팔려와서 감옥에만 주로 살았는데도 불구하고 너무나 유창한 이집트어를 구사해서 형들은 말하는 사람이 요셉이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이 말씀을 읽는데 하나님께서 저에게 이런 깨달음을 주시더군요.

요셉을 보렴. 언어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그래서 그 주간에는 이 말씀을 생각하며 지냈구요 그러다가 주일을 맞이했습니다.

주일날 아침 여느때와 같이 담임목사님의 설교말씀을 듣기 위해 앉았는데 본문이 제가 묵상한 바로 그 똑같은 구절을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본문을 읽으시고 담임목사님께서 설교말씀을 하시는게 아니겠어요?

그날 담임목사님의 설교말씀은 저를 향해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임이 분명했어요.

두번째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

성경에 보면 하나님이 말씀을 하실 때 두번 내지 세번 반복하십니다. 한번은 그냥 지나칠 수 있지만 두번 같은 말씀이 반복되면 새겨들어야 한다는 뜻이죠. 하나님이 작정을 하신 것이니까요.

이날 두번째 주시는 같은 본문의 요셉에 대한 말씀을 주시는 동안 하나님은 분명히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너는 요셉이다.”

이 날 설교를 들으며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이제 어느 정도 점점 분명해 지기 시작했어요 하나님이 미국에 남기를 원하신다는 것을요..

그래서 하나님께 이렇게 기도를 드렸죠.

주님, 오늘 지도교수님께 가서 한국에 돌아가겠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하는데 이날 지도교수님께서 어떤 말씀을 하시든지 하나님의 뜻으로 알겠습니다.

그리고 지도교수님께 가서 그동안 감사했다는 말을 함과 동시에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한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저는 당연히 잘 가라고 격려해 주실 줄 알았는데 교수님이 뜻밖의 말씀을 하시는 거에요.

“I believe you can be successful in the United States as a good Pharmaceutical Scientist. I don’t know whether you could have such a good opportunity in South Korea. I want you to stay in the United States. I will fully support your application in the US positions. I will write a fantastic reference letter for you! I also want you to get promoted to a Research Scientist in my lab.”

이러는 것이 아니겠어요? 정말 제 귀를 의심했어요.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이 분명해졌지요.

  • 하나님이 나를 미국에 머물게 하시려고 미국으로 부르셨다는 것.
  • 그리고 나의 삶은 요셉처럼 살게 될 것이라는 사실.

그날 저녁 아내에게 이 얘기를 했습니다. 사실 아무것도 정해진 건 없는 약속만 받아놓은 상태였지만 “하나님이 나의 고용주이시다”라는 말씀을 굳게 믿고 이제까지 살아온 터라 굳이 정해진 약속이 필요하다고는 여기지 않았어요. 다만 아내의 교사직은 또 다른 이야기여서 아내의 의견도 중요했지요.

아내는 저의 진로에 대해서는 알겠다고 했지만 본인은 12월까지 복귀를 하고자 했어요. 12월말이 3년 휴직의 만료일이었기 때문에 복귀를 위해서는 그날까지 들어가야 했거든요.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당시 아내는 둘째를 임신한 상태였는데 여러가지로 몸상태가 좋지 않아 유산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았어요. 의사는 12월까지 비행기를 타는 것은 절대 안된다고 얘기했고요 결국 아내도 미국에 남게 되고 아이는 이듬해에 Yale Hospital에서 낳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하나님의 약속이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이 평탄대로는 전혀 아니었습니다. 이제부터 고난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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