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확률 0.01%: MODERNA 임박사의 무한도전 (1)

무한도전

한국의 MBC에서 김태호 PD와 유재석 등 연예인들이 뭉쳐서 만들었던 최장기 예능프로그램 중에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무한도전은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에 거의 불가능에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는 수많은 도전 과제를 매주 설정하고 그 과제를 6명의 연예인들이 최선을 다해서 노력함으로써 결국 그 도전을 성공시키거나 실패하거나 어떤 경우에든 끝까지 해 나가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도전은 무한했고 이 프로그램이 초기에는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조기에 종영될 위기에도 있었지만 당시 예능국장이던 김영희 예능국장의 전폭적인 지원과 지지 속에서 점차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게 되고 주말 예능의 대명사로 자리잡게 된다. 방송이 자리잡게 되면서 시청자들의 눈높이는 점점 높아져 갔고 이를 반영하듯 초기에 매주 과제를 도전하고 해결하던 종래의 패턴을 벗어나 장기과제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어떤 때에는 방송 편집이 된 이후에도 시청자들이 느끼기에 무한도전 멤버들이 고전하며 과제를 위해 노력하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어떤 과제의 경우에는 몇주간 한 과제의 수행과정을 방송으로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이 무한도전 멤버들의 도전과정에 점차 몰입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고 결국 도전을 성공적으로 해내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시청자들의 무한도전에 대한 애정과 응원은 점차 높아져 갔다. 무한도전은 2005년 4월 30일에 첫방송을 한 이후에 2018년 3월 31일에 마지막 방송을 하기 까지 13년이라는 최장기 예능프로그램으로 우리의 곁을 떠나갔다.

무한도전이 우리에게 준 감동은 그 도전이 실패할 때보다는 성공할 때였다. 물론 사소한 실수는 있을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성공할 때 시청자들은 큰 감동과 전율을 느끼게 되며 이를 통해 힘을 얻고 새로운 삶을 향한 에너지를 얻게 된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무한한 도전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주었듯이 나는 생명과학자로서 무한한 도전을 통해 환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 나의 삶의 목표이다. 방송이나 SNS에서 듣게 되는 수많은 광고는 우리를 현혹하며 실상보다는 환상을 심어주기 쉽다. 예를 들면, 고급차나 명품에 대한 광고는 대부분의 서민들에게 굳이 필요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서민들의 마음에 파고들며 결국 가난한 서민들의 얇은 지갑을 열게 하며 부족한 자산은 크레딧카드와 같은 채무에 무감각하게 만들어서 서민들이 더욱 가난해지게 하는데 일조한다.

또 하나의 예는 제약회사의 광고를 들 수 있다. 신약이 출시되면 제약회사는 앞다투어 새로운 약이 질환으로 고통을 당하는 환자들을 완치할 수 있을 것처럼 아픈 환자들의 마음을 후벼낸다. 건강할 때에는 제약회사의 광고를 듣더라도 아무런 비판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러다가 막상 그 질병에 걸리게 되면 평소에 듣던 광고의 내용과는 달리 신약의 실상이 환자를 고치기는 커녕 아주 낮은 치료가능성만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어떤 경우에는 부작용이라고 불리우는 다른 병을 일으킴으로써 약을 먹지 않는 편이 약을 먹는 것보다 나은 것이 아닌가 의심마저 하게 만든다.

생명과학자로 30여년 전에 어떤 대기업에서 신약개발에 도전할 수 있게 되었을 때에는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의미있는 일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에 마음은 벅차고 기쁘기만 했다. 말하기는 쉽지만 실상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처음에는 신약개발한 약물이 임상시험에 올라가기도 어려웠고 조금 실력이 나아져서 임상시험에 올라가더라도 최종적으로 약물이 승인되어 환자들에게 사용되기까지 되는데는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렸고 설사 성공하더라도 그 효과는 너무나 초라하고 미미했다.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늘어남에 따라 기대보다는 실망이 더 커지기 시작했고 결국 신약개발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거의 신약개발하는 생명과학자로 사는 삶을 거의 포기할 뻔한 적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무한도전의 정신으로 계속해서 신약개발에 도전했고 많은 실패가 있었지만 절대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신약 메커니즘이나 개발하는 방법이 잘못된 것이 아닐까? 하는 질문을 항상 던지며 더 나은 새로운 방법을 찾아 나섰고 어떤 때에는 벤처캐피탈리스트 투자자로서 혹시 내가 모르는 다른 방식으로 신약을 개발할지 모르는 바이오텍 스타트업을 찾아 다니기도 했고 어떤 때에는 새로 생명과학분야를 배우기 위해 다시 연구생으로 돌아간 적도 있었다.

이런 준비와 새로운 실력을 습득하게 되면서 나의 무한도전은 새로운 단계로 나아갈 수 있었다. 물론 새로운 도전은 과정상의 많은 실패를 동반한다. 만약 실패하지 않고 항상 성공한다면 그것은 아무것도 도전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지 스스로 물어봐야 할 일이었다. 다행히도 나는 끊임없이 실패했고 그 실패들을 분석하고 배워나가는 과정에서 다른 차원의 안목이 생겨나고 결국 터널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성공확률 0.01%

내가 30여년전 처음 신약개발을 시작하던 당시에는 신약의 성공확률이 1만분의 1 즉 0.01%라고 하였다. 그 때에는 정말 그런줄 알았다. 사실은 방법이 잘못되었던 것이었는데도…미국 바이오텍 스타트업에서 처음 도전했던 RNA 바이러스 C형간염치료제에 도전할 때에는 몇개의 약물이 있었지만 치료 효과는 50% 미만이었고 약물은 극심한 부작용으로 환자들을 괴롭혔다. 많은 신약연구자들이 C형간염 (HCV) 의 원인 바이러스인 RNA Virus는 쉽게 변환하기 때문에 완치는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모두 그런 것은 아니었다. 몇몇 바이오텍 스타트업들이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무한도전을 이어갔다. 그리고 어느날 한 Nucleotide 신약이 95%-100%의 완치효과를 임상3상에서 증명했고 약물은 3개월만 먹으면 되었다. 세계에서 신약개발 역사상 최초로 C형간염은 우리 생명과학자들의 노력을 통해 완치할 수 있었고 그 중심에 뉴클레오타이드 (Nucleotide) 신약이 있었다. 이제 더이상 C형 간염환자들은 없고 이 신약의 필요도 사라졌다. 나는 이런 약을 개발하고 싶어했고 새로운 방식의 플랫폼에 목말라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Yale University에서 함께 연구생으로 있던 친구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 때 처음으로 Moderna라는 회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 듣게 되었다. 처음에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메신저 RNA (mRNA)으로 신약을 만든다고??

믿을 수 없었다. 그 날 이후로 나는 이 신약개발 플랫폼의 기초가 된 논문을 찾아서 읽고 또 읽었다. 그래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우연한 기회에 Youtube의 Ted Talk에서 Moderna의 CEO인 Stephane Bancel 대표가 발표하는 짧은 프리젠테이션을 찾게 되었다.

mRNA가 약이 될수 있다면? (What if mRNA could be a medicine?)

프리젠테이션을 들으며 나의 의심은 일말의 확신으로 바뀌어갔다. 여전히 성공확률은 0.01%도 되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나에게 더이상 0.01%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해볼만한 무한도전이라고 생각했고 성공확률이 낮았을 뿐, 성공한다면 그 결과는 무한했다. Moderna에 입사하기로 결정하고 나는 반대로 100%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동료들은 뛰어났다. 거의 대부분 빅파마에서 경험이 오래되었거나 세계적인 명문대학교 연구실에서 조련받은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이었다. 펀딩도 충분했다. 우리는 계속해서 새로운 무한도전을 했다. 실험실에서도 무한도전을 했고 회사 자체에도 무한도전을 했다. 과거에 이런 회사의 운영형태가 있다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는 정말 신기한 방식이었다. 세상 사람들은 우리를 이해할 수 없었다. 우리는 비상장 스타트업이었기 때문이다. 전문 온라인 신문에서 우리에 대해 비방하는 기사를 싣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모르고 한 소리일 뿐이었다. 우리는 내부적으로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했고 분석하고 점점 진화해 갔다. 쥐실험과 원숭이 실험은 점점 희망의 시그널을 주기 시작했다. 불안정한 mRNA를 안전하게 몸속으로 전달해 줄 우리의 전달체는 Lipid Nanoparticle이었다. 모든 분자들을 분자설계와 합성을 통해서 변환시켜 갔다. 우리가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mRNA 신약개발은 RNA뿐만 아니라 단분자 (Small Molecule), DNA, mRNA, 단백질 및 Lipid Nanoparticle까지 종합 생명과학 패키지 연구였다.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했다. 회사의 투자자들과 공동연구 빅파마들은 우리를 믿고 거금을 지속적으로 투자해 주었다.

그러던 어느날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이 발생했다.

전세계적으로 2,000개 이상의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신약이 임상시험에 도전했다. 여전히 mRNA 백신에 대해서는 조롱하거나 비방하는 기사가 많았다. 그것은 우리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우리에게는 시간만이 문제였다. 빨리 해야했다. 매일 수백만명이 죽음을 향해 나아갔고 병원 중환자실은 중환자로 가득했고 의료진도 지쳐갔다.

임상 3상 결과가 드디어 나왔다.

mRNA-1273 – 94.5%!!

우리의 mRNA 백신은 세상의 조롱과 비판을 딛고 성공했다. 하지만 데이터가 나와도 비판이나 의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제 팬데믹은 다행히 엔데믹으로 변했고 모두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갔다.

나는 오늘도 무한도전을 이어 나아가고 있다. 나의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나의 무한도전은 계속 될 것이다. 무한도전은 성공할 때에야 환자들과 환자들의 가족들에게 진정한 의미가 있고 감동을 줄 수 있다.

지금부터 이 나의 무한도전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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