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보스턴 임박사입니다.
저는 운이 좋은 편이어서 한국에서 대기업과 벤처기업, 벤처캐피탈 등을 두루 경험했고 미국에서는 벤처기업과 대기업을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좋은 대학과 미국의 Ivy league 대학을 경험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경험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저로서는 참으로 큰 행운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이 전자산업이나 반도체는 세계에서 탑에 속하지만 저의 전문영역인 제약/바이오 분야는 여전히 미국과의 격차가 매우 큰 상태입니다.
그렇다보니 수년간 한국에서 대기업 임원 자리 제안도 여러 차례 받았는데요. (믿거나 말거나지만요.) 저는 한국으로 가지 않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이런 결정을 하게된 이유는 나중에 얘기할 기회가 있으면 하기로 하고 최근에 미국거주 회사원들의 사이트인 workingus.com 에 있는 게시판을 보다가 미국 연구원과 한국 대기업 임원을 비교하는 글들이 종종 올라오는 걸 발견해서 그에 대해 커리어 코칭 관점에서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
아래는 그 글들 중 가장 읽어볼만한 글이라고 생각해서 여기에 올립니다.
한국 대기업 임원 해외채용 팩트 및 유의점 – Workingus.com
금의환향으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해 볼 것인가? 아니면 그냥 미국에서 평생 수석으로 65세까지 가늘고 길게 갈 것인가?
- 저도 항상 제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입니다. 저는 당연히 후자로 결정을 했습니다.
굴러온 돌은 기존 토종 임원들의 두배정도 성과를 내야 함. 특히 기존 임원들이 꺼리는 위험한 과제를 떠안아야 함.
- 재미있는 말인데요. 사실 실상이 이래요. 제가 한국에서 대기업에 대리로 있을 때 해외에서 경력직으로 들어온 이사님이 계셨는데요 그분이 신규사업을 담당하는 것이었죠. 오래지 않아 그분은 결국 잘 보이지 않으시더군요. 저도 대기업에서 신규사업 경험이 많았어요. 사장단 회의 보고도 들어갔었죠. 그 때 사장단 분위기를 지금도 기억합니다. 그 때 느꼈던 느낌 – ‘대기업에서 신규사업은 하면 안되는구나!‘
두배정도 성과를 내면 계약기간 일년 연장됨, 합이 4년
- 이 부분은 좀 과장된 면이 있습니다. 제가 보는 한 4년보다는 좀더 오랜 기간 상무로 보통 있는 것 같고요. 3+3년 정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대기업 임원을 그만두고 난 후) 여기서 인생의 마지막 기로에 놓임
1. 필살기로 동종업계 수석자리에 복귀
2. 결국 수석자리를 포기하고 시니어 레벨로 복귀
3. 이도저도 안되서 한국 인맥을 활용한 세일즈 업무를 시작
- 이 부분이 이제 가장 현실적인 문제가 됩니다. 전문성은 이미 상실한 상태가 된다는 것이 한국 대기업 임원을 한 이후의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아요. 임원으로 5-6년을 근무했다고 해서 돈을 엄청 버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그만두고 다시 일을 찾아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그 이후가 없다고 봐야해요.
- 그래서 위의 3가지 선택지를 놓고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는데요. 1번과 2번은 미국으로 돌아와서 미국회사 취직을 다시 한다는 것이죠. 당연히 1번이 가장 좋지만 현실적으로 이렇게 하는 분들은 보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급한김에 많이들 3번을 선택, 앞으로의 20년간 고달픈 인생이 시작됨.
- 대부분은 연구나 테크니컬로 돌아오지는 못하고요. 세일즈/마케팅으로 가게 되죠.
한국에 다시 돌아가 계약직 교수 하는 경우도 자기 사무실도 없음.
- 이 부분은 생각을 해보지 않았는데요. 테크분야는 이 원글님 말씀처럼 40대에 들어가야 해서 대기업 임원을 마쳐도 40대말이나 50대초라서 그런 것 같아요. 바이오/제약은 그보다는 좀 늦게 들어가서 그냥 은퇴하는 식으로 사라지거나 바이오벤처로 옮기거나 하는 것 같고요 교수로 가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R&D라는 것이 시간이 지나고 계속 발전하는 유기생물체 같아서 오랜기간 정진하다보면 결과가 서서히 보이는 것인데 본질적으로 한국에서는 장기간 R&D 한다는 문화나 개념이 아직 없는 듯 합니다.
그 이유는 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원들의 계약이 보통 3년단위로 이루어지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이 기간 안에 성과를 내려면 R&D를 해서는 당연히 어렵고요 그러니까 CMO (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이나 Marketing을 하게 되는게 본인을 위해 맞아요.
자신이 마케팅 적성이 확실하다면 한국 대기업 임원으로 가는 것도 좋겠지만 저와 같이 샌님이라면 말리고 싶습니다.
이상 그냥 주저리 주저리 써봤는데요. 결국 중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성찰‘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누구인가? 어떤 업무가 맞는가? 얼마나 일을 더 할 생각인가?‘
뭐 이런것에 대해 잘 생각하고 처신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하나 더…미국회사에서도 임원이 될 길이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한국 대기업에서 경력직 임원으로 자신을 갈아넣을 생각이라면 미국에서도 충분히 임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 길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는 중이고요. 많은 분들이 VP 이상 레벨까지 가신 분들이 있어요.
그러니까 굳이 임원을 하려고 한국에 들어갈 필요는 없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