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보스턴 임박사입니다.
저는 Biotech 과학자로 일하면서 짬짬이 예술과 문학, 운동을 취미로 하는 삶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몇분의 과학자이면서 미술과 관련한 분들에 대한 생각을 올린 적이 있는데요.
부러우면 지는거다 (23) – Daniel Jay at Tufts University – Art+Science
부러우면 지는거다 (25) – Victor Gonzalez: Chemist with Art Pigments Analysis
제가 근무하는 Cambridge까지 집에서 출퇴근을 하려면 편도 1시간 이상을 달리게 되는데요 이 시간동안 저는 WCRB Radio에서 나오는 Classic Music을 줄곧 들으면서 다닙니다. 제 차가 다행히 빵빵한 사운드를 자랑하다 보니 Rush Hour의 출퇴근길에 도로가 정체되더라도 저로서는 음악을 더 많이 들을 수 있으니까 가장 행복한 시간이 되었죠. 종전에는 주로 Popsong을 들었는데 Popsong은 노래가 너무 짧고 중간 중간에 나오는 DJ의 추임새를 저는 별로 선호하는 편이 아니어서 차츰 WCRB를 듣게 되었습니다.
CRB – Classical 99.5: Classical Radio Boston
저는 아직 클래식 음악에는 문외한에 가까워서 공부하는 중인데요. WCRB의 음악을 듣다보면 저는 교향곡이나 협주곡을 좋아하는 것 같더라구요. 저의 귀에 마음이 드는 음악을 만나면 다시 집에 와서 Youtube로 찾아서 다시 들어봅니다. 그리고 그 노래에 대한 역사적 배경이라든가 작곡가에 대한 것, 연주한 Orchestra와 지휘자 등에 대해 찾아보게 되는데요.
클래식음악의 장점은 같은 곡이라도 지휘자의 해석과 연주자의 연주에 따라 천차만별로 다른 것 같아요. 전 그런 다양함이 좋더라구요. 그리고 클래식 음악은 가사가 없기 때문에 상상이 풍부해지기도 하고요.
Classic Music과 과학자를 접목시킨 분에 대해서는 오늘 처음으로 올리게 된 것 같습니다. 소개할 분은 오재원 한양대학교 소아청소년과 교수입니다. 오재원 교수님은 한양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모교에서 교수직을 맡으시고 있는데요.
오재원 교수, 음악의 숲속에서 학문의 결실을 맺다 – 한양뉴스포럼 5/18/2022
오재원 의학과 교수는 한양대병원 개원 50주년을 기념해 저서 <필하모니아의 사계> 1,200여 권을 기증했다. <필하모니아의 사계>는 총 4권으로 10여 년에 걸쳐 완간됐다.
오 교수는 의과대학 소아청소년과 교수이자 한양대학구리병원 소아과 과장이다. 또한, 미국 The University of Tennessee 알레르기 면역학 연구 전임의, Johns Hopkins University 소아 알레르기학 연구 전임의, 미국 Stanford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소아 임상 면역학 교환교수를 맡고 있다. 본업인 의사부터 취미 생활인 음악인, 작가까지 세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은 오 교수를 만나 그의 삶을 들어봤다.
오 교수는 음악인과 작가로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2003년부터 코로나19 유행 전까지 병원에서 환자들을 위한 ‘음악산책’이라는 콘서트를 매달 마지막 주에 진행해왔다. 콘서트에서는 직접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환자들의 쾌유를 빌었다. 이를 바탕으로 2005년 한양대 의료원 매거진 <사랑을 실천하는 병원>에서 ‘클래식 스토리’ 연재를 제안받은 그는 매달 클래식 음악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클래식 스토리’는 해를 거듭하며 흥행했다. 이후 2008년 의학전문지 <의사신문>으로부터 클래식 음악에 대한 칼럼을 제안받아 <클래식 이야기>를 매주 연재했다. 이에 대해 오 교수는 “어느덧 글을 쓴 지 15년이 됐다”며 “그간 작성해온 글을 정리해 <필하모니의 사계 I, II, III, IV>를 집필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특히나 클래식 음악에는 철학이 가미돼 있다”며 “시대를 뛰어넘는 고전을 읽듯 좋은 작품을 들을수록 마치 칡뿌리 씹듯 처음엔 쓰다가도 점점 그 단맛을 느낄 수 있다”고 클래식 음악을 설명했다. 또한, 그는 “음악은 우리의 무기력함에 무거워진 육체를 드높여 완벽한 아름다움으로 도약하게 하는 생명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의협신문에서 최근에 오재원 교수님을 인터뷰한 기사가 있어서 여기에 올립니다.
평생을 음악과 함께한 의사, 오재원 교수 이야기 – 의협신문 6/20/2023
취재를 위해 오 교수의 연구실 문을 두드리고 안에 발걸음을 내려놓자 진풍경이 펼쳐진다. 벽면 한 쪽은 밀스타인과 호로비츠를 비롯해 역사를 장식한 음악가들의 명 음반들이 천장 바로 밑 손이 닿지 않는 선반까지 빼곡하게 채우고 있다. 사무 책상과 가장 가까운, 손이 바로 뻗치는 칸에는 LP판들이 바람 샐 틈 없이 메워져 있다. 제작된 지 수십 년은 되었을 터지만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맞은편에는 턴테이블이 고풍스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누가 봐도 예술을 깊이 사랑하는 이의 공간임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다. 그가 수많은 LP판 중 하나를 꺼내 턴테이블 위에 올려놓자, 이윽고 바늘 끝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LP판을 찬찬히 훑으면서 베토벤 교향곡 3번이 흘러나온다. 커다란 스피커 두 대를 마주 보고 안락의자에 앉아 눈을 감으니, 예술의전당 R석을 방불케 하는 서라운드에 잠시 취재를 잊고 음악에 잠기게 된다.

“클래식 음악을 스트리밍으로 듣는 것은 마치 최고의 요리사가 정갈하게 만든 음식을 통조림 껍데기에 넣어 먹는 것과 같아요. 디지털 신호로 변환된 음악은 본래의 예술적 혼을 담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조금 손이 더 가더라도 LP판으로 음악을 듣거나, 직접 공연을 보러 가는 것을 선호합니다.“
그의 연구실에 들어온 지 10분이 채 되지 않아 음악에 대한 그의 비범한 애정에 금세 매료되고 말았다. 무언가에 온전히 몰두할 수 있는 축복에 감사한다고 오 교수는 말한다.
“음악이 좋아서 사실 음대에 진학하고 싶었던 생각도 있었죠. 초등학생 때 처음 바이올린을 시작했는데, 그때는 공부보다도 바이올린 연습을 더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공을 하려면 더 어린 나이부터 체계적으로 배워야 하는데, 제가 시작한 나이는 현실적으로 너무 늦은 나이였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음대의 꿈은 포기했지만, 그게 의대에 진학하고서도 약간 미련이 남았는지 음대생 친구들과 많이 어울렸어요. 예과 때는 4중주나 3중주를 결성해 라이브 카페에서 공연하면서 용돈 벌이도 했습니다. 우리 모교(한양대학교의과대학)의 오케스트라에서도 악장 자리를 맡아서 활동했는데, 지금 오케스트라 공식 명칭인 ‘키론 오케스트라’는 40년 전 제가 본과 1학년 시절에 지은 이름입니다.”
“책 <필하모니아의 사계>도 처음부터 책으로 내려고 생각한 건 아니었고, 원래는 작은 칼럼으로 시작했습니다. 여기 병원(한양대학교구리병원) 원보에 지금까지도 제가 매달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는 글을 써내고 있는데, 우연히 <의사신문> 기자가 그걸 본 거죠. 어느날 연락이 와서 <의사신문> 한 면을 줄 테니 연재를 해줄 수 있겠느냐고 부탁하더군요. 그렇게 <클래식 이야기>라는 이름으로 2008년부터 매주 정식 연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지고, 많은 분이 찾아 주셨습니다. 그렇게 총 12년 동안 총 500곡의 글을 투고했고, 이 글들을 모아서 책으로 만든 것이 바로 <필하모니아의 사계>입니다.”

“라디오도 정말 우연한 계기로 시작했습니다. 처음 라디오에 출연한 건 KBS의 이충헌 의학 기자가 진행하던 ‘라디오 주치의’에서였는데, 제가 소아과 알레르기 전문의 패널로 거기에 몇 번 나가서 의학적인 이야기로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이충헌 기자가 제가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프로그램 끝나는 시간에 10분 정도 시간을 줄 테니 거기에 음악을 한 곡씩 틀어주고 끝냈으면 좋겠다”고 제안을 하더군요. 그렇게 ‘힐링 뮤직’이라는 이름으로 음악 코너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주로 슈만의 트로이메라이라든지, 베토벤의 비창 소나타 2악장처럼 라이트한 클래식들, 많은 사람이 한 번쯤은 ‘이 곡 좋은데?’라고 생각할 수 있는 곡들을 위주로 했습니다.”
“뭐든지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한 것도 있지만, 결국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어야만 끝까지 할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글 쓰는 게 즐거웠고, 어디 가서 누구한테 이런 음악 얘기해 주는 게 되게 즐거웠습니다.”
“어느 날 회진을 도는데 한 10살쯤 된 아이가 “선생님 사진 보니까 바이올린 하던데” 하며 대뜸 자기가 선생님 앞에서 연주를 해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며칠 후에 진짜로 다인 병실 앞에서 그 아이가 연주 했습니다. 연주를 끝까지 하고는 저에게 3/4사이즈의 그 조그만 악기를 내밀면서 연주해달라고 그러더군요. 그래서 저도 답가를 해줬더니 환아들도 되게 좋아하고 옆에 있던 보호자들도 굉장히 좋아했습니다. 제가 회진 끝나고 나갈 때쯤, 보호자 한 분이 “환자를 위한 콘서트를 한 번 제대로 해보는 건 어떠냐”고 말씀하셨는데, ‘환자와 보호자도 원한다면 정말 뜻깊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게 연주회를 처음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피아노도 구매해서 로비에 놓고, 주변에 계신 첼리스트 그리고 피아니스트 전공자들의 도움을 얻어 삼중주를 결성했습니다. 음악회 이름을 ‘음악 산책’이라고 붙였는데, 환자들이 편한 때에, 언제든 늦게 와도 되고 그냥 몸이 힘들면 일찍 올라가도 되고, 편한 마음으로 들르시라는 취지에서 그렇게 했습니다. 휠체어나 침대 같은 것도 들어올 수 있게 장소도 병원 강당 말고 로비로 정했습니다. 저녁 6시 이후가 되면 회진도 끝나고 식사도 끝나고 환자들이 무료하게 TV만 쳐다보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7시에 하면 환자들이 많이 내려와서 봅니다. 한 70, 80명씩 내려와서 볼 때도 있고 그랬어요. 그리고 음악도 너무 어려운 것보단, 영화 음악이나 팝송, 어떨 때는 조용필·최백호 분들의 가요까지도 삼중주로 편곡해서 많이 했습니다. 그럼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참 좋아했습니다. 사실 환자들하고 의사들의 관계를 보면, 의사는 딱딱하게 의학적인 얘기만 하게 될 때가 많고, 특히 소아청소년과는 어린아이들도 많다보니 의사를 어렵게 생각하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환자를 위한 음악회를 여니까 환자들이 관심을 둔다고 느끼고 더 가깝게 느끼는 것 같아 뿌듯하죠.”

“여러 가지 행복 중 최고의 것은 내가 가진 것을 나누어주는 일입니다. 인생은 결국 빈손으로 나서 빈손으로 간다는 말이 있죠. 그러니 살아있는 동안 내가 가진 것들을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나누어주는 것이 가장 좋은 일입니다. 지금까지 학술 서적과 교양서적도 많이 썼고, 거기에 논문도 쓰고 음악 활동도 하려다보면 사실 저녁 10시까지도 집에 못 가는 일이 부지기수였죠. 하지만 그게 저한테는 행복입니다. 개인적인 목표로 나중에는 의료봉사를 해보고 싶네요. 우리나라 지방 소도시나 외국으로 나가서 의술을 베풀고 싶습니다.”
오재원 교수님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Classical Music을 공부하기로 한 건 잘한 것 같은데 Streaming service로 듣는 것보다 LP를 사서 들어야하나? 이런 생각도 드네요. 아직은 초보니까 Youtube도 감지덕지한 상황입니다. 바쁘시지만 부러운 삶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