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막내딸의 생일이었다.
한국식으로는 고3, 미국식으로는 Senior in High School로 어려운 인내의 시간을 잘 버텨준 딸에게 사랑의 마음을 보내고 싶다. 돌아보면 이 아이를 가질 때부터 우리 가족은 경제적으로나 영적으로 그리고 가정적으로 안정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내가 미국에서 포스닥 생활을 마치고 첫 직장을 보스턴에 얻어서 이사를 오게 되었고 1년이 채 되지 않아 새집을 장만했었다. 그렇다보니 우리 딸은 보스턴이 자기가 평생 기억하는 유일한 고향이었고 이곳에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같은 친구들과 내내 잘 지내었다.
어릴 때는 애교도 많고 항상 사랑받고 자라서 사랑을 줄줄도 아는 아이였는데 사춘기를 지나면서 변화가 생기고 차츰 소원해진 적도 없지 않았다. 큰딸과 나이차가 있다보니 어떤 마음에서는 새롭게 다시 양육을 배우는 과정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모든 면에서 처음인 것이 많았던 것 같다. 언니가 항상 학교를 가니 자기도 가고 싶었는지 장난감 가방을 지고 애기때부터 학교 가는 시늉을 하곤 해서 우리 부부에게 웃음을 안겨주던 딸이었다. 그게 습관이 되어서 항상 공부만큼은 나무랄 것 하나없이 잘했다. 자동차 운전도 운전할 수 있는 가장 어린 나이인 15살 9개월이 되자마자 Permit 받고 운전 연수를 시작했고 이제는 자기 차를 가지고 매일 등하교를 스스로 한다.
엄마가 잠시 한국을 방문하게 되어 단둘이 있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매일 저녁식사를 함께 하고 무빙 (Moving)이라는 20개의 에피소드를 함께 하루에 한두개씩 같이 보는게 유일한 낙이 되었다. 곧 칼리지 투어를 가야할 것 같은데 이 순간들이 딸 아이와 나 사이에 좋은 추억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오늘 저녁 큰아이가 자기 집에 초대를 해서 저녁을 먹고 막내는 학교에 아카펠라 공연으로 다니러 갔다가 늦게 다시 큰아이 집에 모여서 작은 생일 케이크와 선물 교환을 하고 한국에 있는 엄마와 카톡으로 영상통화도 함께 했다.
이제 성인이 된 우리 딸.
하나님의 뜻을 깨닫기 시작한 우리 막내가 어엿한 어른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세상에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잘 붙들고 꿋꿋이 나아가기를 기대해 본다.
Happy Birth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