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STONIAN (44) 만약 미국에서 대학을 다녔더라면 어땠을까?

요즈음 막내와 관계가 많이 좋아진 것 같다.

12학년의 마지막도 거의 다가오고 그래서 그런지 딸아이가 학교 생활로 전보다 더 바빠진 것 같다. 고학년이라 후배들에게 자리를 넘겨주어야 할 것도 있고 학교에서 이런저런 행사들도 준비해야 하는 모양이다.

뿐만 아니라 수업도 마친 것이 아니어서 공부 강도도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눈치이다. 매주 시험이 꼭 한두 과목씩 있었는데 다행히 이번주는 시험이 없다고 한다.

오늘은 막내와 함께 어느 대학교의 합격자 설명회를 갔다. 본래 서부에 있는 학교인데 동부 보스턴까지 와서 하는 걸보니 학교 입시 담당자의 마음도 바쁜 모양이다. 6:30에 시작한다고 해서 저녁을 제공하는지 안하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어서 일찍 저녁식사를 하고 갔는데 도착해 보니 만찬이 준비되어 있었다.

딸아이와 나는 서로 바라보면서 피식 웃었다.

학교 행사는 나무랄데 없이 좋았다. 역시 좋은 학교인 것은 틀림이 없다. 학교 소개에 유명인사의 이름과 중요한 사건들, 수많은 노벨상 석학들의 이름이며….스포츠는 또 얼마나 좋고 학교 음식도 좋다고 하고…

뭐 하나 빠지는 법이 없다.

이런 학교에 합격했다는 걸 깨달으며 설명하는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자니 갑자기 마음 속에서 울컥하며 이런 생각이 든다.

‘나도 만약 이런 대학 생활을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난 사실 고3이 되던 해 1월에 아버지 회사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그 이후부터 대학에 간다는 것보다는 가지 못한다는 마음에 95% 이상은 포기한 상태로 고3 한 해를 보냈었고 대학에 갈 때도 돈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등록금이 지금 생각해 보면 그리 비쌌던 것도 아닌 듯한데 그 때는 너무나 커 보였다.

어찌어찌 하여 대학에는 갔지만 순탄치 않은 4년이었고 기억하기 싫은 4년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나에게 대학생활은 그리운 시절이 아니라 고달픈 아픔이 되었다.

학교 설명을 들으며 가만히 아이의 옆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 녀석…피곤하다고 하면서도 열심히 듣는 모습이 기대에 가득찬 모습이 완연하다.

참으로 부러웠다. 그리고 다짐했다.

그래, 내가 너에게 만큼은 행복하고 즐거운 대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그래서 나중에 아빠 나이가 되었을 때 돌아보며 그리워할 수 있도록.

나중에 아주 나중에 이런 얘기 들을 수 있도록.

“아빠, 난 대학시절이 가장 행복했어요.”

그런 말 듣는 아빠가 되고 싶다.

사랑하고 부럽다. 너의 곁에 항상 든든히 서 있을테니 즐겁게만 살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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