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보스턴 임박사입니다.
제가 몇주간 블로그를 쉬었는데요. 쉼없이 써오던 Biotech 글도 중단하고 다른 여러 글도 중단한채 제가 몰두한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톨스토이의 “War and Peace (전쟁과 평화)” 전집을 읽는 것이었습니다.
총 2900 페이지 정도되는 소설 전체를 영어원문으로 읽었습니다. 꼬박 2주 정도 걸린 것 같은데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전쟁과 평화는 톨스토이의 작품 중 초기에 해당하는 작품입니다. 톨스토이는 러시아의 백작 귀족 가문 출신으로 살면서 19살 연하의 아내와 결혼하여 많은 자녀를 낳고 기독교에 심취하여 자신의 부를 포기하고 환원하는 삶을 산 사람입니다.
전쟁과 평화는 이러한 그의 삶의 과정을 담고 있는 작품으로서 이 소설의 곳곳에서 보여지는 몇몇 캐릭터를 통해서 톨스토이 자신의 생각의 과정과 성장의 과정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작폼입니다.
톨스토이가 살던 시기는 제정 러시아 시대인데요 이 시대는 1%의 귀족과 99%의 농노 (농사하는 노예계급)으로 이루어진 사회였습니다. 귀족이었던 톨스토이는 농노들의 삶에 큰 관심을 갖습니다. 그가 농노들의 해방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 중 하나는 기독교이고 또 하나는 데카브리스트입니다.
“데카브리스트 (Dekabrist)의 난”은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략으로 시작한 러시아-프랑스 전쟁에서 결국 승리한 러시아의 청년귀족들이 프랑스로 진군하여 프랑스 사회를 보고 큰 충격을 얻은 나머지 러시아에서 1925년 12월 26일에 일으킨 봉기혁명입니다. 이 혁명은 실패하여 이들 중 많은 이들이 죽거나 시베리아에 유배를 가게 되는데 1856년에 돌아온 데카브리스트인 Volkonsky를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리고 이들 데카브리스트들을 위한 작품을 쓰기로 마음먹고 몇년간 자료 수집을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1805년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됩니다. 그래서 전쟁과 평화는 1805년의 오스트리아-프랑스 전쟁에 참전한 러시아 군대로 부터 시작하여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략 전쟁을 끝으로 글은 마무리 되게 됩니다.
전쟁과 평화는 소설의 형식을 띄고 있지만 단순히 소설이라기 보다는 역사 대하물의 성격을 많이 띄고 이 뿐만 아니라 톨스토이의 철학적 사유를 포함하는 철학서의 형식을 갖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생성된 캐릭터들을 통해 소설 형식을 갖는 특이한 형태의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귀족의 사랑 이야기가 주제인 것으로 착각하고 글을 읽기 시작했는데요 2800페이지 정도까지 있던 처음 절반은 그런 관점으로 읽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후반으로 가면서 전쟁 이야기인가? 라는 관점으로 읽다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서 이 책이 인생의 성장에 대한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기에는 수많은 인물이 나옵니다. 거의 600명에 달하는 등장인물이 나오고 각각의 인물은 별도로 중요하게 다루어 집니다. 그러니까 이들이 그냥 지나가는 조연이 아니라 모두 주연입니다. 물론 여기에 가장 중요한 주연이 있습니다. 안드레이, 니콜라이, 피에르와 나탈리,마리아 등이 있습니다. 특히 안드레이와 피에르는 톨스토이 자신의 부캐라고 볼 수 있고 나탈리는 톨스토이의 아내인 소피아의 부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톨스토이가 이야기 하는 것에 대해 제 나름의 생각을 남기고자 합니다.
안드레이는 왕자로서 나폴레옹을 은근히 동경하는 인물입니다. 신중한 성격이며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여동생 마리아의 오빠입니다. 아버지는 과거 훌륭한 군인 장교였지만 나이가 들면서 병적으로 신경질적으로 변하는데 이런 아버지를 끝까지 봉양하는 좋은 아들이기도 합니다. 안드레이에게는 좀 괴퍅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피에르입니다. 피에르는 러시아의 최고 부자의 사생아인데 이 아버지가 갑자기 죽으면서 유언을 통해 상속자로 되는 인물입니다. 프랑스에서 오랜 기간 유학을 했고 그 영향으로 귀족 사회를 혐오하고 자유분방한 성격으로 사교계의 천덕꾸러기 신세였습니다. 처음에 엘렌이라는 아름다운 여인이자 공주를 아내로 맞게 되지만 그녀와 자신이 맞지 않고 엘렌의 자유분방한 성적 취향으로 인해 괴로워 합니다. 나중에 엘렌은 죽게 되지요. 피에르는 톨스토이의 기독교적 사유를 보유한 인물이고 친구 안드레이에게 영향을 끼칩니다. 안드레이는 피에르와 같이 농노들을 착쥐하기 보다는 해방시키려 노력하는데 감정적인 피에르에 비해 지적인 안드레이는 피에르에 비해 철저한 면이 있습니다.
이 글에서 안드레이는 전쟁터에서 패배하고 부상을 입은 상태로 자신이 동경하던 나폴레옹이 아주 초라한 사람이라는 것과 반면에 대자연이 아름답고 경이롭다는 것을 발견하며 생각이 크게 변하게 됩니다. 그에게는 나탈리라는 어린 약혼자가 있는데 아버지는 나탈리 가문을 못마땅하게 여긴 나머지 1년 후에 결혼을 하는 조건을 내걸게 되고 효성지극한 안드레이는 아버지의 이런 지시를 수행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나탈리는 자유분방한 엘렌의 오빠의 꾀임에 빠져 안드레이와 파혼하게 되죠.
나탈리는 이 과정을 통해 자유분방하던 자세를 완전히 벗고 숭고한 여인으로 변모하게 됩니다. 그리고 전쟁에서 거의 죽게 된 안드레이를 다시 만나 관계를 회복하고 그의 죽음을 맞이 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안드레이의 친구이자 충실한 친구 피에르의 도움을 받게 되고 부인 엘렌이 급사하여 혼자 된 피에르와 결혼하며 에필로그 1에서 피에르를 위해 헌신하는 아내 나탈리로의 삶이 나옵니다.
나탈리의 오빠인 니콜라이는 활달한 군인입니다. 니콜라이도 전쟁을 통해 성장합니다. 전쟁 중에 곤경에 빠져서 농노들에게 핍박을 받게 되는 독실한 신자 마리아를 돕게 되고 부모의 방탕한 상류사회 소비행태로 인해 곤경에 처한 가정을 위해 가난한 사촌동생이자 애인을 등지고 마리아와 결혼해야 하는 운명을 맞아들이는 인물로 나옵니다. 니콜라이는 에필로그 1에서 톨스토이 처럼 농사짓는 귀족으로 살아가게 됩니다. 니콜라이는 착취하는 귀족이기 보다는 농부로 일하는 귀족이면서 농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실천적인 후원자가 되는 인물입니다.
이러한 인물들과 수많은 등장인물을 통해서 말하는 것은 전쟁으로 대변하는 역사가 한두사람의 영웅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보통사람들의 합으로 이루어지는 일이며 그 방향은 우리가 알 수 없고 계획할 수 없다는 예정론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그 과정에서 인간은 성장을 하는 사람과 성장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고 성장하는 사람들의 삶의 변화를 통해 조금씩 사회가 발전해 나간다는 것으로 그려지는 것 같습니다.
전쟁과 평화를 읽으면서 저는 자자신의 성장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아내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을 많이 했고 친구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깨닫게 된 것은 사교적인 관계보다는 진실한 몇몇의 관계가 더욱 소중할 수 있다는 것과 친구와 함께 서로 자극하며 배우는 삶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운 점을 바탕으로 안나 카레니나와 부활 등을 읽으면서 톨스토이의 삶의 여정을 더 알게 되는 기회를 갖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