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는 나의 삶 (56) 책을 읽을 수 있는 자유: 9권의 책

안녕하세요 보스턴 임박사입니다.

한달간의 안식년 휴가를 얻고 한국에 온 지도 열흘 정도 지나갑니다. 코로나 기간 이후 저는 매년 한국에 방문하고 있는데 이번처럼 편안한 휴가는 처음 맞는 게 아닌지 싶습니다.

너무나 편안한 나머지 조금은 여유를 부리고 오랜만에 한국방송에 나오는 TV 프로그램도 보곤 했는데 왠지 모르게 TV를 보는 시간은 좀 아까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뭔가 수동적인 느낌도 들고 꼭 보고 싶어서라기 보다는 시간을 그냥 죽이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그동안 계획했던 일을 실행에 옮기기로 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책을 구입하는 것’

입니다.

가장 가까운 교보문고에 가서 여기저기 매장을 둘러 보았습니다. 미국으로 가져갈 수 있는 책은 좀 한정적이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최소 두세번은 읽을 만한 책으로 고르려고 노력을 하다보니 자연히 시간이 좀 걸렸지만 그래도 가장 탁월한 선택을 했다는 마음에 왠지 뿌듯함이 밀려오는 중입니다. 이 감정을 좀 남기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적습니다.

고백 – 넘치는 기쁨 by 윤신원

윤신원님은 저의 대학부 후배이기도 한데요 이 책에 대해서는 아래 블로그에 적었습니다.

부러우면 지는거다 (48) 윤신원님

신곡 by Dante Alighieri (김운찬 옮김)

단테의 신곡은 그동안 원어로 읽으려고 시도를 몇번 했던 책인데 이 책이 700년이나 전의 작품이다 보니 원어로 그 내용을 넘어가며 읽기는 너무나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교보문고에 있는 단테의 신곡 중에서 가장 두꺼운 책을 잡았습니다. 2009년에 나온 이후로 7쇄까지 나온 책이어서 신뢰가 갔고 주석이 비교적 잘되어 있어서 천페이지가 넘는 이 작품을 나름대로 이해하며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를 해 봅니다.

죽음에 이르는 병 by 쇠렌 키르케고르 (이명곤 옮김)

키르 케고르의 “죽음에 이르는 병”은 제가 요즘 고민하고 있는 형이상학적 철학적 사유에 대해 잘 소개한 책인 것 같아서 선정을 했습니다. 이명곤님이 이 책에 좋은 주석을 해 주셔서 철학도가 아닌 제가 키르케고르 철학을 관통하는 다양한 관점과 이전 철학들을 나름 이해하며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같아서 이 책을 구입했는데요 서문과 1장을 읽어보니 좋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철학서는 원문으로 읽기에는 아직 저의 배움이 너무 협소해서 일단 번역서를 읽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합니다.

침묵 by 엔도 슈사쿠 (공문혜 옮김)

침묵은 일본 토요토미 히데요시 막부 시절의 기독교 박해기에 있었던 일을 기초로 한 엔도 슈사쿠의 소설입니다. 교회 대학부에서 이 책을 읽고 독서토론회를 한 적이 있는데 당시 가난했던 고학생이었던 저는 책을 살 수 있는 돈이 없어서 이 모임에 선뜻 나서지 못한 경험이 있습니다. 비교적 최근에 일본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갖던 중 에도 막부 이전 시기인 포루투갈과의 교류와 함께 유입된 카톨릭을 믿는 일본 다이묘들이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권력을 잡은 후에 카톨릭 탄압이 얼마나 극심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침묵은 그 일을 기반으로 쓴 책입니다. 대학 시절에 읽지 못한 한 (?)을 이번에 풀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니코마코스 윤리학 by 아리스토텔레스 (천병희 옮김)

니코마코스 윤리학도 영어원문으로 읽으려고 시도를 했던 책인데 역시 기원전의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문외한인 제가 기초도 없이 읽기에는 너무 어려웠습니다. 이 책도 아주 만족스럽다고 느끼지는 못했지만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다룬 책으로 제가 교보문고에서 찾은 유일한 (?) 책이어서 이 책을 잡았습니다. 서양 윤리학의 기본틀을 좀 배울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한두번 읽어서 이해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3,4 독을 하면 그나마 원문을 다시 도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징비록 by 유성룡 (장준호 번역, 해설)

징비록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이 끝난 이후에 영의정이었던 서애 유성룡이 임진왜란이 어떻게 일어났고 진행되었는지에 대한 통렬한 반성을 담은 책입니다. 임진왜란을 다룬 다양한 책이 있지만 가장 현장에서 전쟁을 겪은 유성룡의 책만큼 좋은 책은 없다고 합니다. 한국의 전쟁사와 역사를 배울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여 선정을 했습니다.

자유론 by 존 스튜어트 밀 (이현숙 옮김)

자유론은 제가 관심을 가지는 “자유와 이유”에 대한 좋은 지침이 될 수 있는 철학서로 생각이 되어서 선정을 했습니다. 이 책의 자유는 정치와 권력으로 부터의 자유를 다루고 있는데 저의 자유에 대한 시야를 넓혀 줄 책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일본문화를 바라보는 창 – 우키요에 by 판리 (홍승직 옮김)

우키요에는 에도 막부 시기의 목판화를 말합니다. 유럽 인상주의에 큰 영향을 끼친 일본의 미술사조이기도 해서 우키요에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오랜동안 있었는데요 이번에 교보문고에서 이 책을 발견하고 바로 손에 집어 들었습니다. 언젠가 일본에 여행할 기회가 있다면 우키요에 미술관을 꼭 방문할 생각인데요 그 전에 공부를 해야할 필요성을 느끼던 중이었습니다.

팡세 by 파스칼 (정봉구 번역)

파스칼은 수학자이면서 물리학자였지만 30세부터 철학에 올인했다고 합니다. 본래 팡세를 사려고 생각하고 서점에 간 것은 아니지만 이 책 저 책을 들었다 놨다 하다가 파스칼의 삶이 저의 삶과 유사한 점이 있다는 생각에 파스칼의 팡세를 한번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책을 사게 되었습니다.

이외에 사고 싶었지만 사지 못한 책들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 비판 by 임마누엘 칸트

칸트의 세가지 비판 서적은 좋은 번역서를 찾는 것이 중요한데 마땅한 책이 없어서 사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온라인 주문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원어로 읽기에는 역시 역부족이었습니다.

씨알은 외롭지 않다,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 by 함석헌

함석헌 선생님의 “씨알은 외롭지 않다”와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는 제가 심적으로 물질적으로 가장 어려웠던 암울했던 고3시절 저를 단단히 붙잡아 준 철학서이자 역사서입니다. 저는 이 후 함석헌 선생님의 삶을 저의 삶의 롤모델로 여기고 살아왔습니다. 이 책은 아마도 고서점에 가서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닥터 지바고 by 보리스 파스체르나크

닥터 지바고는 제가 20대 중반에 감명 깊게 읽은 책입니다. 다시 한번 읽고 싶은데 영어원문으로 한번 시도를 해 보기로 하고 이번에는 사지 않았습니다. 만약 영어원문으로 읽어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용이하지 못하면 다음번에 한국에 올 기회가 있을 때 구입하려고 생각합니다.

성채 by A. J. 크로닌

성채도 20대 중반에 감명 깊게 읽었던 책으로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인데요 영어 원문을 읽어보려고 생각해서 이번에 구입하지는 않았습니다.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사지 않은 책들

인간실격 by 다자이 오사무

이 책이 좋다는 얘기는 얼핏 들은 것 같은데 확신이 없어서 사지는 못했습니다. 이번에 도서관 온라인 열람 계좌를 열 생각인데 온라인으로 먼저 읽어보고 결정을 하려고 합니다.

논어 by 공자

논어도 꼭 다시 읽어보려고 생각을 하는데 일단 다음으로 기회를 넘긴 상태입니다.

여운형 평전

여운형 선생님에 대한 삶에 대해 저는 꽤 궁금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삼일운동의 기획자이면서 상해임시정부 등의 중요한 인물이지만 암살 당하시고 그 자녀들이 월북하여 김일성의 도움으로 공부도 하고 요직을 하게 되면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 느낌이 드는 분입니다. 삼일운동 이후 일본 정부에서 여운형 선생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오랜 기간 노력했지만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임꺽정 by 홍명희

홍명희 원작 임꺽정은 장편소설입니다. 일제시대 때부터 두루 읽혔다고 전해지고 후기 조선시대의 삶을 잘 보여주는 역작입니다. 벽초 홍명희 선생님이 월북 작가이고 북한에서도 주요 요직을 하신 분이어서 역시 재평가가 필요하지만 소설 임꺽정은 역시 벽초 홍명희의 작품이 최고라고 합니다. 교보문고에서 이 책을 찾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고서점에서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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