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보스턴 言友 (언우) 임박사입니다.
오늘 퇴근을 하러 나오는데 하늘이 갑자기 시커멓게 변하더니 갑자기 소나기가 한참을 내려서 운전하는데 애를 좀 먹었습니다. 덕분에 아주 시원하게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한량 같이 즐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왔습니다. 이곳 보스턴에서는 WCRB (World Classic Radio Boston) 이라는 FM 방송국이 있는데 이 방송국에서는 하루 종일 정말 좋은 클래식 음악들을 틀어줍니다. 한 곡 당 30분 이상씩 하기 때문에 온전히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저에게는 너무나 고마운 방송이죠.
이렇게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운전을 하다가 나무 숲이 우거진 거리를 지날 때에면 저는 마치 영화에 나오는 고전 거리를 마차를 타고 가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곤 합니다.
저는 본래 문과에 진학해서 법학이나 외국어 혹은 신학을 배우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요 아버지께서 취업이 힘들다는 이유로 문과/이과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에 제가 이과로 가도록 종용하셨어요. 그래서 평생 과학자로 살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과학자로 살게 된 것도 저에게 큰 의미가 있는 삶이고 즐겁게 일하고 있지만, 마음 한 켠에서는 문과에 가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이랄지 회한 (悔恨) 같은 것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한 때 변리사 시험공부를 한다고 법학 책을 공부한 적도 있었고 MBA를 할까도 생각해 본 적도 있었고 실제로 금융업인 Venture Capitalist로도 몇년간 일한 적도 있습니다.
제가 이런 저런 마음으로 언젠가는 꼭 문과 공부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그래서 실제로 무슨 공부를 하면 좋을지 생각을 꽤 오랜동안 진심으로 해 오고 있는데요 제가 역사를 좋아하기 때문에 사학과를 갈까? 이렇게 생각을 해 봤는데 역사를 오랜동안 공부할 끈기는 없을 것 같았어요. 그러니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
철학도 생각이 있어서 철학책을 원서로도 읽어 보고 번역본으로도 읽어 보았는데 아~ 철학은 저에게 넘사벽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렇다고 경영이나 경제를 공부해 보는 것도 너무 기술적인 학문으로 보여서 저에게 그다지 와 닿지 않았습니다.
한 때 Communications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서 언론정보학을 공부하면 어떨까? 라고도 생각을 해 봤는데 그것도 생각보다 오랜 동안 공부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든 생각이 “국어국문학과” 였습니다.
불현듯 제 뇌리에 박힌 이 여섯글자가 떠나지를 않는 거에요. 정말 신기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에 제일 성적이 나오지 않는 과목이 국어였거든요. 그래서 한 때 이런 생각을 한 적도 있었어요.
“내가 만약 미국에 태어났으면 국어를 배우지 않아도 되고 그러면 공부를 더 잘했을텐데….”
그리고 이 말대로 된 건지 어쩐 건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에 20년 이상을 살았잖아요? 영어는 차라리 국어보다는 오히려 쉽다고 느껴졌는데 막상 실제로 미국에서 살아 보니 저의 착각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죠.
그래서 돌고 돌아 다시 생각을 해 보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드는 거에요.
“어쩌면 고등학교 때 배운 국어가 진짜 국어가 아니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에 가서 실제로 배우면 어쩌면 재미있기도 하고 내가 국문학에 재능이 있을지도 모르지 않냐?”
그래서 검색을 해 봤습니다. ‘국어국문학과 대학원’ – 이렇게 검색을 했는데 아주 유용한 Youtube 영상이 뜨는거에요.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생 4분이 나와서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생의 생활에 대해서 1부, 2부로 나누어서 영상을 만드셨는데 저로서는 아주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곰논TV 프로젝트1(1부): 국어국문학과 대학원 현대문학 전공생이 말하는 공부와 생활의 실제, 진로 고민
곰논TV 프로젝트1(2부): 국어국문학과 대학원 현대문학 전공생이 말하는 공부와 생활의 실제, 진로 고민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에서 결국 하는 것은 창작이 아니라 연구라는 것을 새롭게 배우게 되었구요. 주로 세미나를 통해서 함께 연구하는 분위기이고 국문학 연구를 하다 보면 역사적 상황이나 신문 등도 읽게 되고 소설가 한 분의 작품을 거의 다 읽어야 한다고 합니다.
이 분들이 실제로 느끼는 고민이라든가 잘못된 인식으로 인한 어려움도 솔직하게 말씀해 주셔서 국문학에 대해 문외한인 저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국어학을 배우지 않고 국문학을 배우는 게 제대로 소설이나 시를 연구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거 막 흥분되는데요?
한국에서 2년 정도 머물 기회가 된다면 꼭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
8/22/2024 첨가글
지난번에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에 진학해서 공부하는 것에 대해 글을 썼는데요 대학원에 진학하기 전에 먼저 학부를 공부하는 것이 순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2024년 1월부터 국립 방송통신대학교에서 재외국민, 외국인 전형이 시작되었습니다. 방송통신대학교는 학비가 저렴하고 편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3학년으로 편입하면 2년여만에 학사과정을 마칠 수 있습니다. 방송통신대학교에서 국어국문과 학사학위를 받고 대학원에 진학하여 석사학위를 받고 싶습니다.
국립 방송대, 재외동포 및 해외거주 외국인 입학 가능해진다 – 국립방송통신대학교 블로그 11/13/2023
국립 한국방송통신대학교(총장 고성환/이하 방송대)는 2024학년도 1학기 신‧편입생 모집부터 재외동포 및 해외거주 외국인의 입학이 가능해진다고 13일 밝혔다.
학력 요건은 국내 학생과 같다. 신입생은 △고등학교를 졸업(예정)한 자 또는 법령상 이와 같은 수준의 학력자이고, 편입생은 △대학교 또는 전문대학교를 졸업(예정)한 자 또는 법령상 이와 같은 수준의 학력자 △4년제 대학(각종 학교 포함)에서 1학년 이상 수료자 또는 법령상 이와 같은 수준의 학력자다.
재외동포 및 해외거주 외국인이 방송대 해외거주학생으로 입학하려면, 3개월 이상 해외에 거주해야 한다. 방송대가 운영중인 24개 학과 중 20개 학과에 지원할 수 있으며, 실습 교과목이 있는 사회복지학과, 식품영양학 전공, 유아교육과, 생활체육지도과 등 4개 학과는 입학이 제한된다.
해외거주학생으로 입학하면 해외에 거주하면서 100% 원격으로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의 수업과 성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수업은 한국어로만 진행되며, 중간시험 및 기말시험 등 성적 평가는 과제물로 일괄 제출하게 해서 평가한다. 다만, 성적장학금, 조기졸업, 복수전공 등은 적용되지 않는다.
입학 지원 방법은 방송대 입학 홈페이지(https://admission.knou.ac.kr)에서 지원서를 작성한 뒤, 졸업(예정)증명서와 성적증명서, 거주사실 증명서 등의 부속서류를 원본으로 제출해야 한다. 2024년 1월 3일 도착분까지 유효하다.
7/18/2025 첨가글
얼마전에 아내에게 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3학년으로 편입학 하는 것에 대해서 의견을 물었는데 흔쾌히 Yes 해 주었습니다. 고맙네요. 그런데 아마 성적증명서, 졸업증명서 받아 내는 것이 어려운 모양이라고 하는군요. 2025년 2학기도 서류 지원 기간이 지나 버려서 할 수 없이 편입은 2026년 1학기로 연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 꿈을 이루어 나가는 과정을 이 곳에 기록할 수 있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부를 하기 전에 국어국문학과에 대해 좀 배우고 싶어서 Youtube를 봤는데 나태주 시인의 따님인 나민애 교수님의 강의가 있어서 다 올릴 수는 없고 1번 강의를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