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보스턴 임박사입니다.
New England에 산 지도 20여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20일간 여행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20년을 넘게 한 지역에 살면서 직장도 다니고 자녀들도 다 키우고 가족도 건사하고 살았다니 지나온 시간들이 참 꿈을 꾼 것 같습니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 느꼈던 긴장과 두려움 그리고 근자감…즐거웠던 포스닥 생활 그리고 찾은 첫 보스턴 직장과 M&A, Layoff 그리고 지금의 직장에서 보낸 지난 10년…
이 모든 것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추수감사절은 1년 동안 있었던 고마운 일들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날인데 그에 대한 것을 나중에도 기억하고 싶어서 이렇게 글로 남겨 보려고 해요.
첫번째 감사할 일은 막내딸이 대학에 간 것입니다.
참 이걸 생각하면 작년의 추수감사절과 너무나 잘 대비가 됩니다. 작년 2023년 추수감사절은 대학 원서를 학교마다 보내고 아이 에세이 쓰고 등등 하느라 바쁘기도 했지만 초조함이란…그리고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해피엔딩으로 마쳐진 딸아이의 대학 입학이 너무나 감사한 일입니다. 미국은 9월에 학기가 시작하기 때문에 대학에 간지 아직 3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예전보다 독립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기쁩니다. 올해에는 집이 멀어서 추수감사절에 집에 가지 못한 친구들을 우리 집에 함께 데려와서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네요.
두번째로 감사한 것은 저의 직장이 가까워 진 것입니다.
본사는 옮기지 않았지만 저의 팀이 성장하면서 우리 부서만의 건물의 필요성을 역설했는데 오랜 시간을 거쳐서 몇주 전에 새로운 건물로 이사를 마쳤습니다. 과거에 비해 훨씬 넓어진 공간도 좋고 새로 개시된 건물을 축하하는 다양한 이벤트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좋았던 것은 바로…
‘훨씬 가까워진 출퇴근 시간!!’
입니다. 집에서 케임브리지까지 가는 길이 차가 없으면 20분이면 갈 수 있는데 워낙 교통정체가 심하다 보니 1시간 15분에서 20분정도 걸려서 회사에 가고 오곤 했었습니다. 아무리 이런 방법, 저런 방법으로 길을 찾아보려 해도 방법이 없기는 매한가지여서 그냥 포기하고 대신 클래식이 나오는 99.5MHz WCRB 방송을 듣거나 Youtube를 들으며 오고 가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새로 이사한 사무실은 저의 집에서 30분이 채 안 걸립니다. 이러니 제가 기쁘지 않겠습니꽈??
출근길이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다니는 것은 정말 제 인생에서 처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역시 감사한 것은 온 가족이 사이좋게 건강하게 곁에 있어준다는 것입니다.
이번 추수감사절에도 근처에 사는 큰딸 내외가 저녁에 와서 함께 오랜 시간 웃고 떠들며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함께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20여년전에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어렸던 아이들이 이제 훌쩍 자라서 가정을 이루고 대학생이 되어 아내와 나의 곁을 든든히 지키며 함께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더 바랄 것이 없는 것이 아닐까요? 이번 추수감사절 저녁 식사를 하면서 각자 크리스마스에 어떤 선물을 받고 싶은지 나누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자신들이 갖고 싶은 것을 추수감사절에 미리 얘기하고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하곤 하는데요 이번에도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각자 갖고 싶은 것을 나누었습니다.
사실 2024년은 쉽지 않은 한 해였습니다. 초반에는 막내딸의 대학입학 결정을 위한 시간이었고요 8월말까지는 딸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물품을 사고 운전을 해서 기숙사에 들여 보내고 함께 식사를 하고 학교에 혼자 놓고 나오는 데 거의 대부분을 보냈습니다. 감사하게도 회사에서 많은 배려를 해 주어서 아이를 위해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해 주셨고 그로 인해서 잘 준비되어 보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좀 한숨 돌릴 때 즈음 되어서 회사의 이전을 하고 프로젝트를 하느라 또 바쁘게 지낸 것 같아요. 항상 느끼는 거지만 미국 바이오텍 회사의 삶은 돈 받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그런 곳입니다. 저에게는 학교이자 직장인 셈이죠. 저는 항상 직장을 놀이터에 비유하곤 합니다. 내가 디자인 한 놀이를 하는 공간이라고 말이죠. 그런데 이 놀이터에서 돈도 주고 이런 과정에서 새로운 것을 너무나 많이 배웁니다. 그러니 저에게 이런 놀이터가 세상 또 어디에 있을까요?
아참 그리고 제가 다니는 미국교회의 담임 목사님이 은퇴를 하시고 6월부터 새로운 목사님이 오셨던 것도 새로운 일이었군요. 새로 오신 목사님은 이제 막 마흔에 접어드는 분이신데 아주 열심히 목회를 하시고 계십니다. 그동안 한국교회의 담임목사 교체 과정을 몇차례 겪으며 잡음이 끊이질 않았는데 너무나 스무스하게 진행되는 미국교회의 청빙과 교체 과정을 보니 참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이런 좋은 환경을 마련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2024년을 무사히 지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