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보스턴 임박사입니다.
보스턴 날씨가 몇일간 꽤나 덥더니 이틀 전부터는 날씨가 제법 선선해 졌습니다. 참 변덕스러운 보스턴 날씨입니다. 그래도 하나 꾸준히 되고 있는 것이 있는데 수주 동안 매주 토요일에는 비가 온다는 사실입니다. 오늘의 토요일에도 여지없이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습니다. 비가 오면 골프를 못 치는게 정상인데 그래도 한국인은 골프를 치더라구요. 지난번에도 우중 골프를 쳤고 아마 오늘 오후에도 짧게 9-홀을 뚜벅이로 걸으면서 치게 될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어 가면 사실 자기 소개할 기회는 많이 줄어들게 될 줄로 알았습니다. 그런데 왠걸 (?) 사람들을 새로 만나려고 하다 보니 자연스레이 자기 소개를 다시 해야할 일이 오히려 늘어나는 경험을 하고 있어요. 어제도 어떤 과학자들과의 소그룹 만남을 하고 왔는데 그곳에서도 짧게나마 자기 소개를 하게 되었습니다. 항상 자기 소개를 해야 할 때가 되면 고민을 살짝 하고 시작을 하게 됩니다.
이 오래된 인생 여정 중 어디에서 부터 시작해서 어디까지 얘기할 것인가?
TMI가 되지 않으면서 엑기스만 담긴 자기소개를 할 수 있는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을 합니다. 보통은 만나는 대상을 염두에 두면서 바이오텍 전문분야의 과학자들과 만나는 경우에는 주로 회사에서 하는 일과 짧은 경력 위주로 얘기를 하게 되는 것 같고요. 박사과정 학생이나 포스닥 연구자들을 만날 때에는 조금 더 먼저 어디에서 박사학위와 포스닥을 했는지부터 얘기를 하게 됩니다. 반대로 일반인을 만나면 짧게 보스턴 어디에 살고 무슨 일을 한다 정도로 하고 말죠. 이렇게 하고 만약 상대방이 궁금하면 추가 질문을 하게 될 테니까 그러면 그에 맞는 대답을 하면 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때에 따라 다른 (?) 자기 소개를 해 오고 있는 중입니다. 어찌 되었든지 주로 학력, 경력, 개인 신상 등에 대해 나누는 게 일반적인데요. 최근에 한번도 해 보지 않았던 자기 소개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건 바로,,,
블로거 – 보스턴 임박사
입니다.
사실 제가 몇년째 블로그를 써 오고 있기는 하지만 저 자신을 블로거라고 생각하지 않고 살아 왔던 것 같아요. 그 이유는 뭐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아마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제가 바이오텍 회사에서 나름 전문가로 여전히 일하고 있어서 저의 부캐에 대해 특별히 말할 필요가 없어서 인 것 같기도 하고요 또 다른 더 중요한 이유는 제 블로그가 뭐 엄청난 방문객이 있거나 구독자가 있는 소위 파워 블로거가 아니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아요.
어찌 되었든지 제가 저 자신을 블로거라고 소개한 적은 없었는데요. 물론 주위의 VC나 바이오텍 연구자들께 저의 블로그를 소개한 적은 있어요. 하지만 그럴 때에도 저를 블로거라고 소개는 하지 않았죠.
그런데 최근에 정말 블로거로 소개할 일이 있었어요. 그게 재밌게도 회사에서 자기소개를 하는 자리였는데요. 제가 사실 얼마전에 회사를 옮겨서 새로운 일을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이 새 회사는 우리 부서에서 자기 소개를 한 장 짜리 파워포인트로 만들고 소개하는 전통(?)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뭐 이것 저것 가족 사진도 넣고 이전에 있었던 개인적인 것들, 우리 예쁜 고양이 사진, 상 받은 사진, 강연한 사진 등등을 넣고 또 좀 재미있게 짤도 생각하라는 보스의 요청이 있어서 나름대로 이러저러한 취미 생활 등도 넣었는데요. 그러다가 슬라이드 한 쪽에 블로그 주소를 그냥 달아 두었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에 여러 얘기를 해야 하니까 사실 블로그에 대한 것은 저도 까맣게 잊고 다른 것들 위주로 정신없이 빠르게 소개를 마쳤죠. 그리고 이제 질문 있나요? 라고 물었더니 첫 질문이 바로 어처구니 없게도 저의 블로그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질문은 이랬습니다.
“블로그를 쓰느냐? 무슨 내용이냐?”
그래서 제가 대답을 했죠.
“아 이 블로그는 내 이름을 주소로 한 나에 대한 블로그이다. 나에 대한 다양한 블로그를 쓰고 있고 그 중 하나는 VC 입장에서 쓰는 바이오텍 회사들에 대한 얘기도 있다. 현재까지 600 건 이상의 포스팅을 하고 있고 하지만 많은 사람이 보는 블로그는 아니다.”
여기까지 하고 있는데 좀 아차 싶었던 게 있어서 끝말 하나를 덧붙였습니다.
“아! 그런데 여러분들은 읽을 수 없다. 한국어로 쓰여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소개를 하고 있는데 이미 그 자리에 앉은 사람들 중 몇명이 제 블로그에 들어가 있더라구요. 그래서 뭐 그냥 와! 하고 다들 웃고 말았죠. 그럴수 밖에 없는 것이 다들 한국어는 모르니까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사람들이 ChatGPT로 벌써 번역기를 돌려 봤다고 하더라고요. 뭐 그러니까 언어 문제는 사실 큰 문제는 아닐 수도 있었던 모양입니다.
여하튼 이 경험은 좀 저에게 특별했던 것 같아요. 큰 기대 없이 그냥 한 자기 소개였는데도 제가 그동안 나의 블로그를 너무 소홀히 대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반성도 생겼고요 그리고 블로그를 더 자주 사랑하면서 써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 자기소개를 하기 전까지 거의 반년 가까이 한개의 포스팅도 하지 못하고 있었던 블로그의 ‘휴업(?)’ 상황이었거든요. 그런데 이 자기소개 사건 (?)을 계기로 다시 포스팅을 이어갈 수 있는 계기와 동기를 얻게 되었으니까요.
블로그는 저와 소통하는 아주 중요한 연결고리이자 소통의 창구입니다. 이곳은 저의 일기와 같은 장소이면서 또한 제가 모를 미지의 어떤 곳에 도달할지 모르는 그런 장소이기도 하니까요.
신기하게도 지금 새로 일하게 된 직장은 제가 아주 예전에 포스팅을 했던 회사입니다. 하하.
그러니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던 곳에 제가 직접 들어가서 이제 내부자로 일을 하고 있는 것이죠. 살아가는 과정에 일어나는 것은 계획과 상관없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무언가 관심이 생겼을 때 그 관심을 그냥 지나쳐 버리지 않고 기록으로 남겨 놓으면 언젠가 그 관심이 현실이 되고 다시 돌아와서 과거에 제가 생각했고 써 놓았던 일기를 다시 꺼내 볼 수 있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저의 블로그를 사랑합니다. 이번 주에도 새로운 분들을 만났고요 지금 이 순간에도 LinkedIn을 통해서 새로운 분들과 새로운 친분을 맺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LinkedIn은 참 좋은 도구인 것 같은게요 길게 소개할 필요가 없이 여기에 제 신상 정보가 다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오히려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기 좋은 것 같습니다.
오늘도 뭔가 주저리 주저리 쓰게 되었네요. 블로거로서 더욱 성실한 과학자가 될 것이라고 다짐하고 약속하고 스스로 기록을 남겨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