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보스턴 임박사입니다.
이번주에 읽는 세번째 책은 신경숙 작가님의 ‘엄마를 부탁해’인데요 서울대학교 나민애 교수님께서 강의하신 소설 편에서 소설가의 삶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소설을 이해하는데 중요하다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신경숙님에 대해 더 알아 보기로 했는데요 그러던 중에 신경숙님이 소설가가 되도록 조언을 주신 야학 선생님 최홍이님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무단 결석 반성문이 대학노트 20페이지 “너 소설 써 봐라” – 국민일보 5/12/2015
1979년 야간인 서울 영등포여고 산업체 특별학급에 다니던 열일곱살 여공은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반성문을 쓰라는 벌을 받았다. 1주일 동안 무단결석을 했기 때문이다. 담임선생님은 학교를 다시 나온 여공에게 “어떤 얘기라도 좋으니 네 얘기를 써 봐라. 뭘 하든 네가 하고 싶은 걸 하거라. 대신 학교는 빠지지 말아라”고 말했다. 여공은 대학노트에 20쪽이 넘도록 자신의 이야기를 썼다. 반성문 대신 이 글을 받아든 선생님은 “소설을 써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했다. 소설 ‘엄마를 부탁해’의 작가 신경숙(48·사진)씨와 최홍이(69) 서울시 교육의원의 아름다운 사제(師弟) 스토리다.
작가 신경숙 ① – 조선일보 Top Class 2023년 2월호
“그러다 문득 이렇게 남아 있는 자료가 없으면 소설가로서는 더 풍요롭게 작업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역으로 생각하게 됐어요. 그 한 장의 종이로 리진의 일생을 모두 내가 채워 넣었어요. 그 시간은 내게 개화기 시대의 조선과 유럽을 공부하는 시간이기도 했고, 실존했으나 사라진 어떤 인생을 소설가로서 그려내는 충만한 시간이기도 했죠. 《리진》을 쓰면서 처음으로 소설 쓰는 근육 같은 게 생겼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생각만 하고 쓰다가 멈추기를 계속했던 《엄마를 부탁해》도 《리진》을 내고 나서 쓸 수 있었으니까요.”
“내 반성문이 적힌 그 노트를 돌려주며 선생님이 ‘너는 소설가가 돼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하셨던 그 말씀만 기억나요.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것이었지, 시인이 될 것인지, 소설가가 될 것인지 그 외 다른 글을 쓰는 사람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암담했던 나에게 정말 별이 쏟아지는 듯한 말씀이었어요.”
작가 신경숙 ② – 조선일보 Top Class 2023년 2월호
작가가 된 후로 가장 건강하고 행복했을 때는요.
“《풍금이 있던 자리》에 수록된 단편들을 쓰던 시기였어요. 스물두 살에 등단했지만 서른이 될 때까지 한 번도 작품 쓰는 일에 온전히 시간을 내준 적 없이 살았어요. 계속 이렇게 지내면 서른이 돼서 너무 허탈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딱 1년만, 작품 쓰는 일에 몰두해보겠다며 다음 날 일터로 나가던 방송국을 그만뒀어요. 나에게 1년의 시간을 준 것이죠. 살 것 같았어요. 1년이 지난 해가 마침 아버지 회갑 때라 책이 나와서 아버지 회갑상 앞에 바쳤던 기억도 납니다. 그런데 이 책을 독자들이 많이 읽어줬습니다. 더 이상 직장 생활을 하지 않아도 될 뿐더러 독자들 덕분에 넓은 책상과 작업실까지 갖게 되었고 전업 작가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이 됐죠.”
신경숙 작가님의 은사이신 최홍이님의 삶도 쉽지 않으셨습니다.
빨갱이로 몰려 죽은 아버지, 아들은 교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 – 홍주일보 7/2/2021
최홍이는 1969년 공주교대를 졸업한 후 같은 해 중등교원 자격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이후 중등학교 3곳을 거쳐 1979년 영등포여자고등학교에 부임했다. 당시 영등포여고 교장은 “최 선생은 서울대도 안 나왔잖아요, 4년제 정규대학도 못 나왔으니 야간반을 맡으라”고 했다. 최홍이는 “당시는 야속했지만 열의를 가지고 학생들을 가르쳤다”며 “야간반을 맡지 않았더라면 신경숙이라는 인재를 만날 수 없었겠죠”라며 진주를 찾은 인연을 회상했다. 그러면서 최홍이는 “경숙이뿐 아니라 그 시절 만났던 제자들은 모두 시대를 함께 나눈 분신 혹은 동료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다.
소설가 신경숙은 그의 장편 ‘외딴방’에서 이러한 사실을 밝힌다. 신경숙의 ‘외딴방’은 서울로 올라와 외딴방에 살며 구로공단 전자부품회사에 다니던 10대 소녀의 젊은 날을 그린 자전소설이다. 작품 속 ‘나’는 공장에 다닌 지 1년 만에 산업체야간학교에 입학하지만 주산·부기 위주의 커리큘럼에 흥미를 잃고 방황한다. 그때 ‘나’를 붙잡아준 이는 최홍이 국어교사다. ‘나’의 글재주를 눈여겨본 그는 “주산은 안 놓아도 된다”며 평론이나 시 보다는 소설 쓰기를 권한다. 이후 ‘나’는 최홍이 교사가 건넨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필사하며 소설 습작에 들어간다. 야학은 신경숙을 소설가로 만든 ‘인큐베이터’였던 것이다.
신경숙 작가님께서 15세때 정읍에서 서울로 올라 오셔서 구로공단에서 일하면서 주경야독을 하고 소설을 습작하면서 소설가로 성장하셨다는 사실을 알고 보니 신경숙님의 책이 좀더 특별하게 느껴지고 더 이해가 잘 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신경숙 작가님의 소설을 전작주의로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