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9/2025 (화요일)
안녕하세요 보스턴 임박사입니다.
몇일 동안 글을 책을 읽으면서도 계속 이번에는 이 글을 쓸까, 저 글을 쓸까 이리저리 궁리만 하다가 정작 글은 하나도 쓰지 않은채 시간만 보내고 있는 한심한 자신을 발견하는 날이 계속되었습니다. 하고 싶은 건 많지만 그 중에서 실제로 실행에 옮길 뿐만 아니라 그나마 꾸준히 지속하고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이 저를 적잖이 당황시키고 좌절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쓰려고 했던 것들과 잡다했던 많은 생각들을 좀 정리해 보는 차원에서 글을 몇줄 남길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블로그 한 꼭지를 남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목도 ‘똑똑한 바보‘입니다. 머리로 순간 순간 지나가는 생각은 많은 것 같은데 그 생각을 잡아내지 못하고 그냥 흘려 지나갈 뿐만 아니라 그걸 어디에다 적어 놓지도 않고 있으니 이 게으름을 어찌해야 할까요.
먼저 글쓰기에 대해 얘기를 해 볼까 합니다. 소위 ‘작가적 삶’에 대한 생각입니다.
저는 책을 좋아합니다. 그건 아마도 맞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요. 책을 사는 걸 좋아할 뿐 아니라 책을 읽는 걸 좋아하니까요. 제 삶 자체가 항상 그랬던 것 같습니다. 과학자의 삶도 읽는 것에서 크게 다르지 않죠. 제가 책을 읽는 방식이 크게 두가지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나는 책을 여러권 읽는 다독이고 또 하나는 한 책을 여러번 읽는 다독입니다. 소설, 철학자의 책 (감히 철학책을 읽을 수준은 아직 안된다고 생각해서), 역사에 대한 책, 다른 문화에 대한 책 (일본, 예술, 음악 등), 투자에 대한 책 등을 읽을 때에는 주로 전자의 방식인 책을 여러권 읽는 다독을 많이 했습니다. 반면에 제가 전공을 하는 과학 분야의 책은 후자의 방식, 즉 한권의 책을 여러번 읽는 다독으로 얻은 지식을 습득해서 지금까지 응용을 하며 살고 있습니다.
책을 읽다 보니 최근에 불현듯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여기 시작했다고 말한 것은 제가 아직 제대로 쓰지 않는다는 뜻을 함유합니다. 소설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검색을 해보니 몇가지 방법이 있더군요. 먼저 소설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합니다. 뭐 자기가 좋아하는 소설가의 소설을 계속 읽는 전작주의로 읽는 방식도 있겠고 아니면 특정 분야의 소설을 읽는 방식도 있을 수 있다고 합니다. 여하튼 많이 읽어야 한다는 면에서는 동일합니다. 둘째는 필사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이 부분은 몰랐던 사실인데 알려진 소설가들이 필사를 통해서 오랜 기간 자신의 필력이 생기기까지 노력해 왔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건 저에게 좀 유레카 순간이기도 했는데 필사를 시작하는 것도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고 대신 책을 읽을 때 필사를 하듯이 아주 정독해서 읽게 된 점은 저에게 큰 도움이 된 것 같기는 합니다. 문해력이 항상 부족하다는 느낌을 갖던 터라 문해력을 기르기 위해서라도 한권의 소설을 여러번 밑줄을 그어 가면서 아주 정독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불편한 편의점2를 이런 식으로 읽고 있습니다. 대략 1주일에 한번씩 정독을 하게 된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 읽다 보니 그냥 스윽 읽을 때에는 보이지 않던 김호연 작가님의 디테일이 조금씩 더 자세히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셋째는 습작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전작 장편소설 ‘토지’를 쓰신 박경리님은 토지를 쓰시기 전에 쓰신 책들이 습작이었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고 하는군요. 박경리 작가님은 초기에는 단편을 주로 쓰시다가 나중에 장편으로 넘어오신 것 같은데 그런 수십년의 작업을 겸손하게 습작이라고 하신 것 같습니다. 저와 같이 이제 막 시작하려는 햇병아리 작가 지망생 (?)의 경우에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단계이기 때문에 습작을 많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처음에는 Google doc에 타자를 쳤는데 그냥 자판을 두드려서는 글이 제 것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아서 종이에 쓰려고 생각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상이 글에 대해서 지난 몇주간 제가 정리되지 않은 채 오락가락했던 생각들입니다.
둘째는 공부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배우는 자의 삶’에 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부라고 하면 뭔가 학점 받아야 할 것 같고 학위 받아야 할 것 같아서 이 부분이 저를 너무 옥죄는 걸 느끼곤 했습니다. 어쩌면 제게 공부는 인생에서 한 것 중에서 가장 잘한 일이면서도 일종의 트라우마가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하는군요. 가난한 고학생으로 너무 오랜 기간 공부를 배우려는 것보다는 장학금을 목표로 공부하는 이상하고도 희한한 공부를 너무 오랜기간 해오다 보니 이런 왜곡된 공부에 대한 태도가 자리잡은 것 같습니다. 마치 근력운동을 하는데 자세를 처음부터 잘못 잡고 오랜동안 운동을 한 탓에 운동이 아니라 노동이 된 것 같은 것 말이죠. 그러니까 말하자면 저에게는 공부가 노동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노동이었던 공부를 떠나 ‘배움이라는 여행 (배움여행)’을 좀 하고 싶은데 이게 쉽지가 않더라는 것을 여기에 이렇게 실토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제 나이도 어느 정도 들었고 커리어도 거의 정점에 도달한 상태여서 더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될 것 같고 그렇다면 보다 자유롭게 배움여행을 하면 좋을 것 같은데 이 배움여행을 함에 있어서 ‘전문성 추구’라는 완벽 편력을 여전히 두뇌 어딘가에 가지고 있다 보니 배움여행도 어느새 노동이 되어가고 있더라는 말입니다. 얼마전에 Bucket List에 쓴 것 같이 내년에는 국어국문학과 학부과정을 시작해 볼 생각인데 덜컥 겁부터 나더라구요. 참 이게 뭐라고 말이죠. 그깟 학점 못받아도 누구 뭐라 할 사람 없고 이 공부 꼭해야 하는 것 아니고 자기가 하고 싶다고 선언한 것이면서도 여전히 공부 노동자의 관념을 깨뜨리지 못하고 있으니 스스로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셋째는 운동에 대한 것입니다. ‘건강한 삶’에 대한 생각과 노력입니다.
저는 운동을 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나이가 들어서이기도 하고 건강을 위해서도 거의 반드시 운동을 해야 합니다. 한때는 Gym membership을 끊고 열심히 거의 매일 다닌 적이 있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병이 났는데 그 이후로 운동을 끊다시피 했습니다. 이러다 보니 근력이 상당히 빠져 나간 앙상한 몸과 마주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Gym membership은 끊었고 Home gym을 만들어서 매일 이곳에 가서 다시 몸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것도 처음에는 횟수에 집착한 나머지 무리한 (?) 노동을 하게 되었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자세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운동으로 복귀를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일단 매일 하려고 노력하고요. 목표는 ‘오늘 할 수 있는데까지 한다’입니다. Rowing machine 타는 것도 다시 천천히 시작을 했고 Pull Up 을 위해 Dead hang과 Negative pull up 그리고 Inclined pull up을 하고 Goblin Squat과 Push Up을 느린 동작으로 근육이 가능한 한 최대로 이완하는 식으로 해서 근육이 붙도록 애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Weight band를 사서 발목에 달고 산책을 가는 걸 매일은 아니지만 아내와 함께 걸을 때 해 봤는데 천천히 걷더라도 하체에 근력이 조금은 더 생기지 않을까 하고 기대를 해 봅니다.
넷째는 관계에 대한 것입니다.
제가 MBTI를 해 본적은 없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Power I‘인 건 확실합니다. 엄청 내성적이죠. 그렇다 보니 자꾸 동굴속으로 기어 들어가 동면을 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게 특히 컴퓨터와 핸드폰이 생기면서 더 용이하게 혼자만의 동굴에서 살게 된 것 같습니다. 요즈음 이걸 좀 깨려고 애를 쓰는 중인데요. 그래서 회사에 가서 사람들과 자꾸 말하려고 노력하고 점심도 원래는 ‘혼밥러‘인데 자꾸 다른 사람들에게 끼어서 먹고 열심히 듣고 몇마디라도 말을 붙여 보려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회사에서 점심을 $15까지 제공해 주기 때문에 Doordash 를 통해서 점심을 사먹게 되는데요 사내 식당에서 삼삼오오 앉아서 먹는 문화가 이 회사에는 있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가능하면 섞여서 먹어 보려고 노오력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한인과학자들이 하는 모임이나 만남도 가지려고 애를 아주 많이 쓰고 있고요. 어떤 분들과는 띄엄띄엄이기는 해도 꾸준한 만남을 가지고 있는데요 얼마전에 아내가 이 부분을 건드려서 언성이 좀 높아지기도 했습니다. 저에게 그러더군요. 친구가 없다고요. 그래서 제가 못나게 대꾸했죠. 친구가 없는게 아니라 노오력을 하려는데 지지를 못받는 거라구요. 참 이 부분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민자로 나이든다는 게 차암 많이 외로운 것 같아요. 나이를 잊고 누구나와 잘 지낼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중입니다. 이렇게 하다보면 조금씩 나아지겠죠. 제가 내성적이기는 한데 그렇다고 말이 없는 건 또 아니에요. 오히려 정반대입니다. 말이 좀 많다고 해야할까요? 제 느낌에 좀 피곤한 스타일 일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일단 누구를 만나면 말은 곧잘 하는 편입니다. 단지 찾아가서 만나려는 그간의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그런 찾아가는 서비스 (?), 사람들과 만나기 위해 찾아가는 노오력이 필요한 것 뿐이죠. 그런데 찾아가려니 돈이 드네요. ㅎㅎ
다섯번째는 언어를 배우고자 하는 것에 대한 생각입니다.
앞에 국어국문학과에 대한 얘기도 하기는 했지만 저는 언어 배우는 걸 잘하고 좋아합니다. 지금까지 배운 언어공부에서 다 잘해 온 편이에요. 영어도 고등학교, 대학교 때 잘하는 편이었고, 제2외국어로 독일어를 배웠는데 독일어도 고등학교 때 잘하는 편이었죠. 심지어 독일에 1년간 살면서 뭐 의사소통면에서는 아주 자알 했다고 자부합니다. 음하하. 그리고 한국에 살 적에 첫직장이었던 대기업에 1주일간 해외연수 프로그램이라는 정말 좋은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우리는 일본에 가는 것이었는데 이를 위해서 한달간 일본어 학원에 가서 일본어를 배웠거든요! 그때도 잘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물론 일본에 가서는 단어가 딸려서 할 수 없이 영어를 주로 썼지만요 그래도 일본어는 좀 할 줄 압니다. 그리고 박사과정에서 제2외국어 시험을 통과하는게 졸업요건이어서 이 때 다시 일본어를 했습니다. 그 시험도 어렵지 않게 통과를 했습니다. 뿐만아니라 대학때 중국어를 한학기 들었는데 이것도 잘했었어요. 자화자찬같지만 언어에 대해서는 좀 두려움 같은 게 없이 곧잘 따라합니다.
요즈음 책을 좋아하다보니 몇개 언어를 배우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당연히 영어를 좀 문학적 관점에서 배우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요. 말하자면 영문학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리고 프랑스어와 러시아어를 배우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프랑스어에 대한 생각은 좀 오래 되었는데요. 시작은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을 좋아하기 시작하면서 부터에요. 인상주의가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하다 보니 자연히 프랑스어를 할 줄 알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Youtube에서 인상주의에 대한 영어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거기에서 Curator들이 멋진 프랑스어로 말을 해 줍니다. 예를 들면 작품 제목을 영어로 하지 않고 프랑스어로 원래 제목을 불러주거든요. 어찌나 멋지던지요. 그랬는데 제가 Biotech, Healthcare에서 일하고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Global healthcare에 대해 일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서 WHO 홈페이지에 들어가 본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영어와 함께 프랑스어가 필수더군요. 흐음…아프리카에서 프랑스 식민지였던 나라들이 많다보니 프랑스어를 하면 장점이 있겠다 싶었어요. 그리고 최근에 알베르 카뮈와 생떽쥐페리 등 프랑스 소설가 들의 책을 읽다보니 프랑스어를 더 배워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더구나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영어원서로 일독을 했는데요 톨스토이가 러시아 백작이라서 귀족들의 삶을 묘사했는데 이 러시아 귀족들, 프랑스어로 대화합니다. 캬아. 그래서 전쟁과 평화에 12%인가가 프랑스어라는 얘기도 있어요. 그래서 또 프랑스어를 배우고 싶은 마음이 커졌습니다. 이러다 보니 러시아어도 배우고 싶어집니다. 우선 톨스토이 때문이고요. 저는 톨스토이 전작주의를 꼭 하려고 생각하고 있는데 한국어, 영어 그리고 러시아로 같은 작품을 여러번 읽는 게 목표에요. 톨스토이 단편집도 있기는 하지만 대작들은 소위 벽돌책이거든요. 러시아 작품 중 또 좋아하는 작품은 보리스 빠스체르나프의 닥터 지바고와 도스토 옙스키의 작품 들이에요. 최근에는 푸쉬킨의 시도 러시아로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참 생각이 많죠? 실천하기 어려운 일들입니다. 휴우.
마지막은 예술에 대한 것입니다. “예술가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삶”에 대한 생각이라고 일단 말해보죠.
인상주의로 대표되는 다양한 작품들은 제가 어디든 미술관에 갈 때마다 반드시 살펴보는 루틴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림을 좋아하다 보니 당연히 화가들의 삶이 궁금해 져서 찾아보고 알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결국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참 생떽쥐페리의 어린왕자에 나온 것 처럼 제가 어려서 그림을 잘 그린다는 얘기를 못 듣고 자라서 제대로 배워보지 못한 채 조기 포기를 해 버렸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A4용지에 조금이나마 그림을 펜으로 뎃생하는 시늉은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림을 제대로 배울 수 있다면 좋겠는데 창피를 당할 걸 잘 극복할 수 있는 좋은 선생님은 어디에 계신 걸까요.
또 하나는 악기에 대한 거에요. 참고로 전 노래는 잘하는 편입니다. 어려서부터 합창, 중창 하고 자라서 노래는 음정, 박자 잘 지키고 악보도 잘 보는 편이에요. 그런데 악기를 못 다룹니다. 이게 제 아픈 갈비뼈인데요. 악기를 배워보고 싶어요. 제가 출퇴근하면서 음악을 듣는데요. 그 선율을 느끼며 바깥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자면 제자신이 영화나 그림 속 어딘가에 있는 한 장면에 들어있는 것 같은 착각에 들곤 합니다. 아-주 행-복-한 상상이죠. 그런데 악기를 다룰 줄 알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단 피아노와 기타를 배워보고 싶고 Saxophone과 Drum도 배워보고 싶습니다. 이것 봐요. 벌써 악기가 4개나 나왔죠? 이러니 시작을 못하는 겁니다. 시작을…
그래서 여기까지가 생각만 많고 실천은 부진한 어느 똑똑한 바보의 넋두리였습니다. 이렇게 글로나마 남기니 그래도 뭔가 한건 한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 듭니다. 오늘밤은 왠지 잠이 잘 올 것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