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0월 22일 (수요일)
안녕하세요 보스턴 임박사입니다.
지난 주 금요일부터 결혼식 참석차 샌프란시스코에 갔다가 어제 돌아왔습니다. 역시 보스턴 날씨가 캘리포니아 보다는 서늘하군요. 이런 날에 피아니스트 임윤찬님의 독주회가 있어서 오늘 저녁 보스턴 심포니 홀에 다녀왔습니다. 작년에는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독주회를 혼자 하는 것이고 보스턴에서 하는 한번 뿐인 기회였습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자리가 3층까지 꽉 찼더군요.
이번에 연주한 노래는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골트베르크 변주곡 BWV 988이었습니다. 이 노래를 초연한 분의 이름이 요한 고틀리프 골트베르크라고 해서 골트베르크 변주곡이라고 부른다고 하네요. 이 노래는 임윤찬님의 스승이신 손민수 교수님의 인생 연주곡이라고도 합니다. 역시 그 스승의 그 제자네요.
오늘 들은 변주곡은 뭐랄까 임윤찬님이 자신의 음악 세계에 점점 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변주곡은 일정한 화성 진행에서 변형을 시키는 것이어서 연주하기가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악기는 잘 모르지만 예전에 합창을 할 때 가장 어려운 곡이 같은 가사를 계속 반복하고 변주하는 노래였거든요. 그래서 피아노 연주는 합창보다 더 어렵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을 합니다.
이 노래를 작곡한 배경에는 러시아의 백작의 불면증이 배경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 백작은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어서 그를 위해 골트베르크가 연주를 하곤 했는데 바흐에게 자신의 불면증을 위해 골트베르크가 연주할 수 있는 노래를 작곡해 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바흐는 본래 변주곡의 단조로움 때문에 변주곡 작곡을 달갑게 여기지는 않았지만 백작의 불면증을 위해서는 변주곡이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해서 이 변주곡을 작곡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바로크 시대에는 피아노가 흔치 않고 두개의 건반을 가진 챔발로가 주로 연주되었는데 이 노래도 챔발로로 연주하게 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오늘 연주는 14개의 변주곡으로 연주가 진행되었는데 처음에는 마치 연습곡을 연주하던 것처럼 연주가 되다가 마지막 부분에 가서는 앞선 변주곡을 마치 다시 하나로 웅장하게 연주하는 것과 같은 느낌으로 연주가 되었고 가장 마지막에는 다시 아주 조용하고 차분하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제가 기악연주를 들으면서 눈물을 흘린 건 처음 겪는 경험이었는데 제 아내는 여러 차례 눈물이 났다고 하더군요. 아마도 피아노를 칠 줄 아는 사람이어서 좀더 남다른 마음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을 합니다
1시간 반 동안 거의 쉬지 않고 진행되는 임윤찬님의 연주를 들으면서 온 몸과 온 감각이 호강하는 느낌이 들었고 뭔가 다른 차원의 인생 경험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찌하다 보니 옆자리에 저의 치과 의사 가족과 함께 앉게 되어서 같이 들었고요 오랜만에 교회 후배 내외도 만나는 복을 누렸습니다. 역시 한국인들이 거의 대부분 그 자리를 채운 것 같더군요. 모든 감동이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