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1월 18일 (화요일)
안녕하세요 보스턴 임박사입니다.
주중에 3일은 회사에 나가고 2일은 재택근무를 하는 Hybrid 형태로 일을 한지도 벌써 7개월여가 지난 것 같네요. 저는 회사에 나가는 날이면 꼭 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계단 오르내리기
입니다. 보스턴 시내는 땅값이 비싸기 때문에 고층건물이 많이 있는데요. 지금 다니는 회사는 무려 14층까지 있습니다. 이전 회사는 10층이었는데 번아웃 증후군이 온 날부터 사무실을 1층에서 10층으로 올리고 나서 마음껏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했습니다. 그러면서 차츰 건강이 회복이 되었죠. 그리고 작년 이맘때 즈음 우리팀이 Waltham이라는 곳으로 옮겨 왔는데 2층 건물에 2층은 올라가지 못하는 곳이었어요. 그래서 많이 아쉬웠죠.
그런데 올해 4월부터 다니기 시작한 지금의 회사는 전체 14층 건물에서 2층, 6층, 7층의 세층을 쓰고 저는 6층에서 주로 일을 합니다. 사실 Mobile office여서 아무 층에서나 일하면 되는데 아무래도 저희 팀 사람들이 6층에 있기 때문에 6층에 주로 앉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로 6층을 오르락 내리락 했는데요 오늘 처음으로 끝까지 한번 올라가 봤습니다. 그랬더니요 왠걸? 14층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15층도 있고 16, 17…층도 있더군요. 물론 15층 이상은 사무실이 아니라 옥상으로 가는 어떤 계단이었습니다. 오늘은 15층까지 마음껏 걸어 다녔네요.
이렇게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하다보면 왠지 마음이 가볍고 여행하는 듯한 느낌이 납니다. 참 신기하죠? 회사 건물에서 계단 오르내리기가 무슨 여행이라공….
그런데 저는 그래요. 그렇다고 운동하듯이 막 숨차게 빨리 걷거나 하지 않고요 아주 서서히 힘 닿는대로 오르고 내려갑니다. 내려 갈 때는 오를 때보다 더 천천히 내려가죠.
오랜만에 한국에 있는 남동생과 통화를 했습니다. 사실 얼마전에 동생의 생일이어서 가족 카톡에 축하문자를 보냈는데 답장이 없어서 마음이 덜컥했어요. 그래서 통화를 했는데 역시 이유가 있었던 것 같아요. 다행히 많이 좋아진 것 같아서 다행이었고 오랜만에 각자 사는 얘기 하면서 1시간 정도 수다를 떨었습니다.
그리고 저녁식사하고 집에서 설겆이를 하면서 평소처럼 유튜브를 들었는데요. 요즈음 유튜브에서 저의 검색어는 “책”이거든요? 책을 치면 여러 명사분이 하는 책에 관한 소개들이 많이 나옵니다. 그렇게 하나 하나 듣다가 소설가 김영하님이 말씀하시는 걸 들었는데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는 거에요.
세가지 방법을 말씀해 주셨는데요.
- 하나는 사진으로 찍을 수 있는 것을 글로 가능한한 상세하게 묘사해 보는 것이랍니다.
- 둘째는 그 지역의 소리를 녹음하는 것이라고 해요. 사진은 지나고 나면 어디인지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소리는 그곳만의 독특한 점이 있다고 하는군요.
- 셋째는 그림을 그리신다고 합니다.
이 분의 말씀을 들으면서 “아! 여행을 기억하는 방법도 정말 다양하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림도 잘 그리시더라구요. 그림을 여행 끝나고 그리시는데 몇달씩 그리기도 하신다고 해요. 정말 멋진 취미죠?
김영하 “여행이 숙제인가, 왜 사진찍기에 바쁜가” – 중앙일보 17-Apr-2019
소설가 김영하(51)는 자신을 스스로 “우선 작가였고, 그다음으로는 여행자였다”고 소개한다. 『살인자의 기억법』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등 많은 베스트셀러를 쏟아낸 저자가 최근 여행에 대한 근본적인 사유를 담은 에세이 『여행의 이유』(문학동네)를 펴냈다.

김영하는 “많은 사람이 여행을 좋아하지만, 왜 여행을 가는가에 대해 아무도 묻지 않는다. 흔한 여행기 말고 여행에 근본적으로 다가서는 책을 쓰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여행은 일상과 달리 우리에게 특정한 서사를 경험하게 한다. 시작과 끝이 있고 그 안에는 특정한 스토리가 있다. 처음 여행을 시작할 때는 누구나 설레고 낯설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익숙해지고 아쉬움 속에서 일상으로 귀환한다. 이렇듯 모든 여행은 비슷한 서사 구조를 갖는데 서사는 소설처럼 ‘의미’를 부여하는 힘이 있다.”
“여행은 불필요하고 의미 없는 부분들이 최소화된다는 점에서 집중도를 높인다. 여행 중에 우리는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수많은 잡무로부터 해방된다. 오롯이 지금 내가 느끼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데, 이게 여행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이유다. 이와 달리 일상은 방해 요소가 많아 집중력이 떨어지고 무의미한 반복처럼 느껴진다.”
일상을 여행처럼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일상에서 벗어난 스토리를 경험하는 것이다.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소설 읽기를 추천한다. 소설 만큼 일상과 다른 세계에 몰입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소설로 어떤 스토리를 맛본다는 것은 여행하는 것과 같다. 관성적으로 살아가는 삶을 분명하게 돌아보게 한다.”
본인의 여행 스타일이 있다면.
“한 번에 모든 것을 보려 하지 않고 여러 번에 걸쳐 온전히 즐긴다. 그러다 보니 갔던 곳을 여러 번 건 적이 많다. 특히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음식과 분위기 등이 너무 좋아서 7~8번 정도 갔다 왔다. 같은 장소에 여러 번 가면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고, 성장한 내면을 깨닫기도 한다.“
역시 김영하님의 인터뷰 기사와 대화의 희열의 내용을 보니 소설을 읽고 한번에 모든 것을 보려 하지 않고 조금씩 여러번 보는 방법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진도 찍지만, 소리도 녹음하고, 글로 바꾸어서 써보기도 하고 아니면 그림으로 그려보는 것도 참 좋은 여행하는 삶, 여행을 즐기는 방법이 아닐까하고 생각합니다. 저도 이렇게 해봐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