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1월 25일 (화요일)
안녕하세요 보스턴 임박사입니다.
이번 주는 미국에서 추수감사절이 있는 주입니다.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매년 세번째 목요일이 추수감사절인데 이번 주 목요일이 바로 추수감사절이고 금요일은 추수감사절 연휴로 보내게 됩니다. 추수감사절이라면 한 해의 감사함을 기억하는 날인데요. 이런 날, 저는 영원한 국민 배우로 故 이순재 선생님 (1934-2025) 을 기억하며 부러우면 지는거다의 70번째 주인공으로 모시고자 합니다.
이순재 선생님을 제가 부러워 하는 이유는 몇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이순재 선생님께서는 배우라는 한 길을 꾸준히 걸으신 분이십니다.
함경북도 회령이 고향이신 이순재 선생님께서는 1956년에 서울대학교 3학년 때부터 연극으로 배우 인생을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올해로 69년간 배우 생활을 해 오신 분이십니다. 항상 말씀하시는 것이 당신이 시작하던 50년대, 60년대에는 배우에 대해 ‘딴따라’라고 해서 천대하던 시절이셨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어떤 때에는 무대가 없으셨던 때도 있으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려운 시절을 다 견디시고 한 길로 그대로 지금까지 오신 분이십니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저는 이순재 선생님을 스승처럼 모실 수 밖에 없습니다.
둘째는 이순재 선생님께서는 목숨이 다하는 순간까지 계속 노력하시고 성장하신 분이십니다.
이순재 선생님께서 처음 배우를 시작하실 때에는 연기를 배울 곳이 없으셔서 국어사전을 가지고 어떻게 발음을 해야 하는지 어떤 뜻이 있는지를 계속 공부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인기가 있든지 없든지 간에 서두르지 않고 기회를 기다리며 끊임없이 연습하셨습니다. 매일 아침 5시부터 밤 11시까지 대본을 외우며 어디에서든지 항상 먼저 가서 기다리시고 계속 노력을 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리어왕’이라는 200분의 연극을 하셨는데 200분이라고 하면 느낌이 잘 안 오지만 Intermission 15분을 빼고 나도 2시간이 넘는 엄청난 연극입니다. 이 연극을 87세이셨던 2021년에 리어왕 역할로 연극을 하셨습니다.2022년에는 연극을 세편이나 하셨고 2022-2023년에 드라마를 세편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2024년에는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의 연극 두편과 ‘대가족’이라는 영화 그리고 KBS에서 드라마 ‘개소리’ 등 총 4편이나 되는 연기를 소화하셨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024년에 최고령 연기대상이라는 영예를 안으셨습니다.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를 준비하시다가 건강이 안 좋아지시면서 하차를 하셨어도 결국 목숨이 다하시는 그날까지 누구보다도 열심히 연기인생에 매진하시고 성장하신 분이십니다. 이순재 선생님께서 2024년에 하신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단막극이 있습니다.
“예술은 완성이 없다. 끝까지 노력할 뿐이다“
그리고 이런 이순재님의 성장은 2024년 KBS 연기대상을 받으시면서 화룡점정을 찍으셨습니다. 이 날 마지막에 가천대학교 석좌교수로서 제자들을 가르칠 시간이 없어서 제자들에게 미안했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우시는 부분이 있습니다. 정말 겸손한 모습이셨습니다.
(2025/11/27 Update)
그런데 이 ‘개소리’ 드라마는 건강 이상이 오신 상태에서 강행하신 작품이었습니다. 이 말씀을 채널A 절친 토큐멘터리 4인용 식탁 43회에서 말씀을 하신 것이 있습니다.
35분부터 38분까지 말씀을 하신 부분이 있습니다.
“침을 맞으면서 리어왕까지 찍고 난 이후에 ‘개소리’ 드라마가 1년반 전부터 이미 약속이 되어 있던 드라마여서 6개월 이상 강행군을 했는데 결국 11월말에 백내장 수술을 받게 되었다. 연출자는 3월부터 다시 촬영을 하자고 했지만 제작비에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해서 12월부터 눈이 아직 잘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촬영을 재개해서 2월에 마쳤다“고 합니다. 그런 어려움이 있었으니까 KBS 연기대상이 더 갚지게 느껴집니다.
(2025/11/27 update 부분 종료)
셋째는 이순재 선생님은 세대를 아우르는 진정한 어른으로 사신 분이십니다.
젊은이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꽃보다 할배에서도 가장 연장자이신데도 불구하고 가장 먼저 앞장서서 걸으시고 뒤쳐진 적이 없으셨고 연극무대에 가시면 꼭 배우들의 식사를 챙기셨습니다. 연극, 드라마, 영화만 하신 것이 아니고 코미디물인 ‘거침없는 하이킥’에서 ‘야동순재’라는 별명을 얻으실 만큼 끊임없이 도전하셨습니다. 2007년에는 MBC 방송연예대상을 받으셨습니다. 이런 분이 그동안 있었나요? 저는 아직 뵌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송승환 선배님께서 하시는 ‘원더풀 라이프’에 몇년전에 나오신 적이 있으십니다. 2020년 가을에 찍은 영상입니다.
2019년 1월 7일부터 11일까지 인간극장에서 ‘거침없이 직진’이라는 제목으로 출연하신 적도 있습니다.
“대종상을 한번도 못 타 봤다구…인기라는 건 왔다 갔다 하는 건데 정상에 서지 못한 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항상 ‘나는 부족하구나. 나는 좀 모자라는구나’라고 스스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니까 열심히 할 수 밖에 없잖아요.”
91세의 일기로 우리 곁을 떠나시지만 아직도 실감은 나지 않습니다. 저희 아버지도 대전고등학교를 나오셨는데 1년 선배가 되시는 것 같아요. ‘꽃보다 할배’에서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네분이 독일에 가셔서 감회 새로워 하시는 모습이 저는 감동적이었습니다. 이 영상을 끝으로 이순재님을 보내 드리지만 제 마음 속에는 영원히 성장하신 국민배우로서 그리고 저의 롤모델로서 기억될 것으로 여기며 ‘부러우면 지는거다 (70)’의 글을 마칩니다.
“항상 이순재님의 삶 자체가 저에게 도전이 되었고 미래를 보여주시는 귀감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끝까지 노력하고 성장하시는 모습을 아름답게 남겨 주셔서 당신의 삶이 과학자로 살아가는 저에게 비전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