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2월 14일 (일요일)
안녕하세요 보스턴 임박사입니다.
요즈음 저는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저의 부캐를 분신으로 하는 자전적 소설을 쓰고 있는데 뭐 하수니까 하수의 기본으로 첫걸음을 떼는 느낌으로 아주 초보적인 초고를 쓰는 중입니다. 일단 단편소설을 써야겠죠. 처음이라 아직 잘 모르지만 A4 용지로 볼 때 80-100 장이라고 하니까 일단 150장 정도를 목표로 하고 쓰고 있습니다. 나중에 어차피 글을 잘라내야 한다고 내 마음대로 생각하고 쓰는 중입니다. 소설을 왜 쓰느냐고 누군가 물으신다면 대답은 “남은 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남은 자가 누구일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제 소설이 필요한 사람들이 남은 자가 되겠죠. 제 블로그를 혹시 몇차례 방문하신 분들이라면 느끼실 수도 있지만 저는 책을 읽고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분야는 주로 소설, 비즈니스 (돈을 주제로 한), 철학, 역사, 미술 등을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도 소설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시도 쓰려고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김연수 작가님의 소설을 좋아하는데 그 분이 시를 원래 쓰셨다고 해요. 시를 쓰는 분의 소설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닥터 지바고를 썼던 보리스 파스체르나크도 평생 시를 쓴 시인이고 닥터 지바고가 그가 쓴 최초의 소설이라고 들었던 것 같습니다. 틀릴 수도 있지만요. 그래서 그런지 여기 주인공인 닥터 지바고도 시를 쓰는 시인으로 나옵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항상 글을 나누려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도 글을 쓰는 이유는 글을 나누고 이 글로 이루어진 저의 이야기 또는 생각을 좀 가감없이 그대로 전달하고 싶다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글을 쓰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글을 나누는 공간인 이 블로그가 저에게는 참 사랑스럽고 편안한 공간이고요 오프라인에서 서점이나 도서관과 같은 글을 나누는 공간을 좋아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글을 나누는 공간을 가지고 계신 최인아 책방 대표이신 최인아님을 부러우면 지는거다에서 모시고자 합니다. 사실 최인아님의 이야기를 제가 전에 들어보기는 한 것 같은데 최근에 오디오북 듣는 취미가 생기다 보니 유튜브에 검색어로 “책”이라고 쓰고 저의 유튜브 계정 알고리즘을 책과 관련한 영상으로 바꾸어 나가는 중이었는데 그러다가 최인아님의 영상이 뜨게 되었습니다. 뜬 영상은 아래에 올렸습니다. 아마 최인아책방에서 최근에 올린 영상이어서 제 유튜브에 뜬 것 같습니다. 보통 책에 관한 영상들은 저자들이 직강을 하는 영상이라든가 오디오북이 대부분 나오는 반면 이것은 특이하게도 최인아님이 읽으신 책에 대해 소개하는 그런 것이더군요. 그러니까 본인이 쓰신 책을 얘기하는 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여기에 올라온 영상의 내용은 그다지 저에게 와닿았거나 야마구치 슈라는 작가의 책의 내용을 소개하셨지만 그것도 특별히 와닿지는 않았어요.
대신에 최인아님이 이런 일을 오래 전부터 기획했고 실행에 옮기셔서 지금까지 하고 계시다는 점이 전 너무나 마음에 들었고 부러웠습니다.
최인아님이 2012년에 제일기획 부사장 직을 그만두신 이후에 역사학과에서 배우신 모양이에요 그리고 2016년에 최인아책방을 선릉역에 열었다고 하는데요 그에 대한 몇가지 기사가 있습니다.
강남 한복판 4층 ‘최인아책방’의 실험 – 주간조선 14-Oct-2016
이곳의 주인은 제일기획 부사장 출신 최인아씨…산티아고 여행을 다녀오고 책을 지독하게 읽으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다가 지난 8월 중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책방을 열었다.
처음 이곳에 책방을 열겠다고 하자 하나같이 반대했다. 책방이라는 아이템에서 한 번, 강남 한복판이라는 데에서 또 한 번, 4층이라는 데에서 연거푸 “안 된다”는 소리를 귀가 아프도록 들었다…언제부턴가는 책방을 연다는 말을 아예 안 했다. 내가 흔들릴까봐. 다들 안 된다고 하길래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러면 안 할 건가’ 하고. 잘하면 망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고, 잘되도록 하는 데 힘을 쏟았다.” 공간의 의미와 책방 주인의 메시지를 읽은 사람들은 빈손으로 나가지 않는다. 다녀간 고객들은 “이런 공간을 만들어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남긴다. 연배가 좀 있으신 분들이 오셔서 술집이 즐비한 환락가에 이런 공간을 만들어줘서 고맙다며, 잘 운영해서 제발 오래오래 하라는 말을 여러 번 들었다.”
최인아씨가 모두가 뜯어말리는 책방을 굳이 연 것은 ‘좋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좋은 일’은 두 가지 차원이다. 하나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 또 하나는 세상에 도움이 되는 좋은 일.
누구나 살면서 마주함 직한 질문을 12가지 뽑고, 지인들을 총동원해서 추천서 목록을 받았다…두 가지 질문을 보냈다. ‘① ‘인생의 책’ 열 권을 꼽고 왜 좋았는지 말해 달라, ② 12개 주제 중 당신에게 의미 있는 주제 세 가지를 뽑은 후 각 질문마다 세 권의 책을 선정, 왜 좋았는지 말해 달라.’..최씨는 지인 220명에게 ‘숙제’를 내줬고, 그중 150명으로부터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지인들은 “스무 살, 서른 살, 마흔 살에 읽은 책이 다 다르더라. 나의 20년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됐다”는 소감을 남겼다고 한다…최씨의 생각은 통했다. 실제로 고객들은 북카드가 꽂혀 있는 책들을 많이 산다고 한다… 고객들은 북카드를 책보다 더 관심 깊게 읽고 있었고, 그 북카드만 읽고 책을 빼들어 구입하기도 했다.
최인아님의 뚝심이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2016년 8월에 책방을 시작하고 두달이 채 안된 50일만에 나온 기사였습니다. 그리고 3년 정도 지난 2019년에 새로 기사가 났습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이 일을 언제까지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하셨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다시 이어나가야 했고 그 선택이 최인아책방이었다”고 하셨습니다. 이미 2019년에도 북토크를 하고 계셨군요. 그로부터 또 2년이 지난 후에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신 것이 있습니다.
최인아책방 최인아 대표, ‘샐러리맨 성공기’ 쓴 29년 카피라이터…직장생활 해법 나누는 책방주인 되다 – 한국경제신문 09-Sep-2021
지인들의 우려에도 최인아책방은 5년 만에 강남의 대표 책방으로 자리매김했다. 책방에서 운영하는 북클럽 회원이 700여 명이나 된다. 살롱으로도 입소문이 났다. 각종 강연과 클래식 연주회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책방에서 책만 파는 것이 아니라 살롱의 역할을 하게 된 건 ‘생각의 숲을 이루다’란 슬로건과 연결된다…이곳에서 열리는 강연들은 지식을 전달하는 데만 집중하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위로와 지혜를 줄 수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한다. “왜 우리가 21세기에 살면서 몇백 년 전 그림을 봐야 할까 질문해 봤어요. 답은 명화가 그 예술가의 새로운 도전과 고난이 함께 맞물려 탄생한다는 점에 있더라고요. 매일 일에 시달리는 직장인도 예술가의 영혼이 깃든 명작을 보며 위로와 힘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온라인으로 강연뿐 아니라 책방에서 일 대 일 마음상담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요즘처럼 심리적으로 힘든 일이 있을 때 누군가에게 마음을 터놓고 싶어지잖아요. 병원까지 찾아가기 망설여지는 분들이 안온한 공간에서 마음 얘기를 쉽게 주고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또 2년이 지난 후 이번에는 최인아님이 직접 쓰신 동아일보 오피니언 일부를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동아광장/최인아]애쓴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 동아일보 09-Jun-2023
몇 해 전 우리 책방은 팀장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연 적이 있다. 임원과 MZ세대 사이에 끼어 고민 많은 팀장들께 도움이 되고 싶어 마련한 프로그램이었다. 6회 수업으로 구성되어서 수업료가 꽤 비쌌는데도 공지가 나가고 얼마 되지 않아 마감되었다…얼마 전 나는 31년 만에 두 번째 책을 출간했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에 종종 후기가 올라오는데, 독자들이 자주 언급하는 문장이 있다. “애쓴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라는. 혼자 아무리 노력해도 알아주는 이 없고 신통한 결과가 없어서 이대로 계속하는 게 맞는지 흔들리고 외로웠는데 틀리지 않았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 힘이 되었다고.
자, 퇴직이나 이직을 한다고 생각해 보자. 그럼 후임자에게 인수인계를 하게 된다. 후임자가 차질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정보며 연락처며 현황 등을 알려줘야 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업무를 하며 기울였던 노력, 그래서 내 안에 쌓인 노하우와 인사이트 같은 것들까지 다 후임자에게 넘겨주고 빈 몸으로 나가는가? 머리와 마음도 초기화해 그곳에서 배우고 경험한 것들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상태로 떠나는가? 그럴 리가. 그렇지 않다. 업무를 하면서 쌓은 경험, 노하우, 그리고 ‘아하!’ 했던 깨달음 같은 것들은 내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회사에 다 두고 빈 몸으로 나가는 게 아니며 그것들은 결국 내 경험, 내 노하우, 내 인사이트라는 얘기다. 노력의 결과가 회사 것으로 귀속되는 게 아니라 나의 것으로 남는다면 평가나 열매와 상관없이 애쓸 만하지 않은가?…알면 통제력이 생긴다. 지금의 노력을 계속할지 말지 생각이 그저 맴돌거나 막연할 때는 앞이 잘 보이지 않지만 문제의 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 정체에 닿으면, 그러니까 나를 흔드는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나면 눈앞이 환해진다. 기대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기분은 불쾌하지만 실은, 나 자신을 위해 애쓴 것이고 내 안에는 노력의 흔적들이 쌓이고 남는다는 것, 그러니 내 노력을 세상이 알아주지 않고 칭찬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만둘 이유는 없다는 것.
광고회사 시절 우리는 늘 크고 작은 경쟁 프레젠테이션으로 날을 지새웠다. 어떤 때는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서도 졌고, 어떤 때는 그만 못한 아이디어로도 이겼다. 내가 꽤 선배가 되었을 때 후배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클라이언트가 우리 아이디어를 채택했다고 해서 그게 꼭 좋은 아이디어라는 뜻이 아니고 우리를 택하지 않았다고 해서 우리가 못한 것도 아니다, ‘쟁이’는 클라이언트의 평가에 휩쓸리지 말고 중심을 가져야 한다고.
역시 최인아님 본인이 쓰신 글이기 때문인지 훨씬 발췌할 것이 많고 되새겨볼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직원으로서 일을 하든지 대표로서 일을 하든지 결국 일을 하는 것은 나를 위한 것이라는 것, 그리고 결과나 평가에 휩쓸리지 말고 자신만의 중심을 가져야 한다는 말씀은 정말 곱씹어볼 만한 말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최인아님이 쓰신 다른 글도 궁금해 졌습니다. 이번에는 글을 써야하는 이유에 대한 최인아님의 경험과 사색의 결과를 보여주십니다.
[동아광장/최인아]글로 쓰지 않은 생각은 날아간다! – 동아일보 01-Oct-2022
생각은 향기와 같아서 그 순간 붙잡아 두지 않으면 날아가 버린다고. 나는 ‘괜찮은’ 생각들을 날려 버린 것에 대해 이제 와 강하게 후회한다…얼마 전 우리 책방은 정지우 작가를 초대해 ‘글쓰기’ 주제로 북 토크를 열었다…글을 쓴다는 것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매일 내게 침입하는 평가의 기준들과 싸우는 일이라고. 작가가 하려는 말을 나는 단박에 알아들었는데 딴 사람이었다면 다르게 말했을 것 같다…면접엔 흥미로운 점이 있었다. 모두 처음 보는 사람들이고 허용된 면접 시간은 15분쯤으로 다 같은 조건이었음에도 어떤 사람에겐 유독 끌렸다. 대다수는 의례적인 질문 정도로 넘어갔지만 어떤 이는 조금의 생각이라도 더 듣고 싶어 이리저리 더 질문했다. 도대체 이런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인지 궁금했는데 나는 이런 생각에 도달했다. 자기 이야기가 있는 사람에게 끌리는 거라고…서울에서의 바쁜 직장 생활을 접고 가족 모두 제주로 간 후배가 있었다. 그리로 간 지 몇 달 후 그는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겼다. 서울에선 봄이 가고 여름이 갔는데 제주에선 봄이 오고 여름이 온다고…일에 치여 눈코 뜰 새 없이 지내다 보면 봄이 오는지 가을이 오는지 알 겨를이 없다. 그러다 봄의 끝자락에 가서야 ‘꽃구경도 제대로 못했는데 봄이 가는구나’ 하며 아쉬워한다. 반면, 제주에서의 느릿한 생활에선 하늘도 올려다보고 봄 나무에 시선을 줄 수도 있었겠다. 그러자 막 움을 틔우려는 나뭇가지가 눈에 들어오고 ‘아, 봄이 오려나 보다’라고 느끼며 봄의 앞모습을 보는 거다…30년 가까이 다니던 회사를 퇴직하고 아침부터 밤까지 온종일 혼자의 시간을 보내며 새삼 알아차린 게 있다. 혼자 있기 좋아하는 나도 사회적 동물이며 같이 놀 사람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 사회적 존재들은 다른 존재와 연결되지 않으면 외롭다는 것. 이때 글쓰기야말로 외로움을 다루는 매우 지혜로운 방법임을 여러 작가들로부터 듣는다. 안쪽의 생각을 글로 써 꺼내 보였는데 좋다 해주는 이를 만나면 외롭고 불안했던 마음이 환해지는 거다.
[동아광장/최인아]自由, 스스로 말미암음 – 동아일보 17-Feb-2024
2014년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을 휩쓸었던 영화 ‘버드맨(Birdman)’ 이야기다…주인공 마이클 키턴(리건 톰슨 역)은 다시 정상의 자리로 올라가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잘되지 않는다…인기가 있든 없든, 찾는 이가 많든 적든, 톱스타든 아니든 자신은 여전히 영화와 연기를 사랑하는 배우라는 것. 바로 이 대목에서 내 머릿속엔 자유라는 두 글자가 떠올랐다. 자유(自由). 스스로 자, 말미암을 유. 그러니까 자유란, 무엇을 하든 하지 않든, 먼저 하든 나중에 하든 스스로 말미암는 것이 본래 의미다.
자유는 자주 외로움을 동반한다...외로움은 다수가 가는 길이 아닌 ‘마이 웨이’를 갈 때 찾아오고 커진다. 뜻을 같이할 사람이 적고 혼자가 될 때 덜컥 외로워지고 갈등에 빠진다...어쩌면 자유란, 소수(minority)가 되는 것을 무릅쓰고 자신의 길을 갈 때 주어지는 선물인지도 모르겠다. 자유롭고자 하는 이는 세상과 불화할 가능성이 크니 자유를 원한다면 외로움을 선물처럼 여겨야 하는 거구나…뜻에 맞지 않는 것을 하지 않을 자유, 수긍하지 않는 것에 머리 숙이지 않을 자유, 원치 않을 때 웃지 않을 수 있는 자유를 생각했던 것 같다. 돌아보니 (항상 그렇진 못했지만) 품은 뜻에 따라 사느라 더러 외로웠지만 자유는 외로움에 지지 않을 때 얻어진다는 체험 또한 했다. 그러니 당신이 지금 외롭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내가 자유로워지는 중이구나’라고. 맞다.
‘광고계 전설’ 최인아 대표 “AI시대 가장 귀한 자산은 ‘생각하는 힘'” – 뉴데일리 경제 24-Sep-2025
그는 광고인 시절 “내가 하는 일의 의미는 뭔가?” , “나는 뭘 하는 사람인가?” 라는 질문을 오랫동안 품었다고 고백했다. 오랜 고민 끝에 그는 자신의 일을 ‘생각의 힘으로 기업이나 공동체가 당면한 과제에 획기적인 솔루션을 만들어내는 일‘로 정의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일론 머스크가 로켓 재료비가 전체 비용의 2%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착안해 재활용 로켓을 개발한 ‘첫 번째 원칙 사고’ 와 시인 나태주가 자신의 일을 ‘사람들 마음속의 이야기를 모으는 꿀벌’에 비유한 사례 등을 들며, 근본으로 돌아가 문제를 재정의하는 생각의 힘을 거듭 강조했다.
최 대표는 강연을 마치며 “AI가 세상을 바꾸기 시작하면서 그 어떤 때보다도 생각하는 힘이 강조되는 이 시대야말로 크리에이터들이 굉장한 자산을 갖고 있는 것”이라며 “일터에서 보내는 하루하루는 실은 해법을 찾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후배들에게 “자신이 가진 ‘생각하는 힘’이라는 자산의 가치를 인지하고, 그것을 통해 세상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최인아 대표는 1984년 제일기획에 입사해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 등 수많은 유명 광고 카피를 만들었다. 이후 삼성그룹 최초의 여성 임원, 여성 부사장의 자리에 올랐으며, 1998년에는 칸 국제 광고제(현 칸 라이언즈) 심사위원을 역임하는 등 대한민국 광고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린다. 2012년 제일기획을 퇴사한 후, 2016년부터 최인아책방을 운영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참 멋지지 않나요? 최인아책방은 유튜브채널 https://www.youtube.com/@inabooks 을 가지고 있습니다.
2025년 12월 15일 (월요일) Update
[동아광장/최인아]자기 인생의 예언자가 될 때 – 동아일보 24-Dec-2023
[동아광장/최인아]인사이트는 어떻게 생겨나는가 – 동아일보 13-May-2023
나는 인사이트라는 화두를 들고 오래도록 천착한 끝에 이런 생각에 닿았다. 질문을 품으면 ‘발효’가 일어나고 이전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그것이 곧 인사이트라고…그때 보는 것은 전과 같지 않고 의미 역시 훨씬 깊다. 또한 다른 사람들은 아직 그 의미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을 때가 많다.
모두가 ‘해준다’고 한다 [동아광장/최인아] – 동아일보 18-Feb-2023
‘언제까지 해주냐’라 하지 말고 ‘언제까지 하면 돼?’라고 하자.” 다 아는 것처럼 언어는 ‘존재의 집’이며 생각의 집이어서 말은 우리가 그 사안을 대하는 시선을 담고 있다. 즉,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언어를 쓰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의 말에 주목하고 자기 언어를 가진 사람에게 귀 기울인다.
업무를 끝낸 일과 후나 주말만 인생이 아니고 업무 시간도 엄연한 인생이란 말이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고 뜻이 맞지 않으면 다른 대안을 알아보고 택하되, 지금 있는 곳에서 일하는 동안은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라는.
그저 회사의 일을 월급 받는 대가로 해주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어차피 정해진 월급을 최소한의 노력으로 받으니 일견 가성비가 높아 보이지만, 이 생각엔 중요한 것이 빠져 있다. 일을 통해 우리는 월급만 취하는 게 아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성장도 일어나고 새로운 경험과 통찰도 쌓이며 뜻이 다른 사람과 일할 때의 스킬도 배운다. 월급만 받아가지 않고 이 모든 걸 다 취하는 게 훨씬 남는 장사가 아닐까? 그러니 회사 일을 해주는 게 아니라 일의 주인이 되어 나의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자신에게 유익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스스로 물어볼 일이다. 나는 일을 해주는 사람인가? 하는 사람인가?
가만한 시간[살며 생각하며] – 문화일보 21-Feb-2025
패트릭 브링리. 우리나라에서만 20만 부가 넘게 팔린 책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의 저자다. 그에겐 영웅과도 같던 형이 있었는데 암으로 세상을 떴다. 겨우 이십 대, 너무 이른 죽음이었다. 부모, 형제, 부부, 친구… 가까운 사람들과 죽음으로써 이별한 후 남은 사람들은 어떤 시간을 보내던가. 고통과 슬픔의 크기와는 별개로 우리는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을 충분히 슬퍼하거나 애도하지 못한다. 바쁘니까. 자식들을 먹여야 하고 일이 돌아가게 해야 한다. 서둘러 밥벌이 현장으로 돌아가는 사이 슬픔은 뒷전으로 밀리고 그 자리에 먹고 사는 일이 들어선다. 그런데 이 사람, 브링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의 직장은 세상에서 제일 바쁘고 빠르게 움직이는 도시 뉴욕 한복판에 있었고, 그는 유명한 잡지 ‘뉴요커’의 기자였다. 사랑하는 형이 죽었는데 별일 없다는 듯 밥벌이의 공간으로 돌아갈 수 없었던 그는 남들과는 다른 선택을 한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으로 들어간다. 관람객이 된 게 아니라, 그곳에 취직을 하고 미술관의 경비원이 된다. 그의 일상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경비원’이 된 그는 일과의 대부분을 가만히 서서 보냈다. 미술관의 진열실에 서서 세계 각지에서 온 관람객들뿐만 아니라 인류가 수천 년에 걸쳐 남긴 예술품들을 만나고 보았다. 날마다 그런 시간을 보낸 그는 책에 이렇게 썼다. 예술에 대해 배우는 것보다 예술로부터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미술관에서 예술 작품들 속에 묻혀 10년의 세월을 보낸 후 어느 날 다시 그곳으로부터 걸어 나온다. 그러곤 책을 쓰고 작가가 된다.
바쁠수록 의식적으로 가만한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존중한다면 물어보세요[동아광장/최인아] – 동아일보 18-Mar-2023
‘네 생각을 말해 봐.’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지 않아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그저 그런 얘기를 할라치면 그런 거 말고 네 생각, 너만의 생각을 말해 보라 했다. 그렇다고 해서 늘 내 아이디어가 채택되는 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선배들이 내 생각을 묻고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은 근사한 경험이었다. 존중받는 느낌이었다.
아, 사람들 가슴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그득하구나. 자기 생각이 없거나 주관이 없어서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게 아니구나. 분위기가 되지 않고 환경이 받쳐주지 않아 생각을 자기 안에 넣어두었던 거구나.
일방적으로 하지 않고 무시하지 않는 것. 자주 생각과 의견을 물어보는 거다. 최대한 반영하려 하되 그러지 못할 땐 이유를 말씀하시라.
[동아광장/최인아]자발적으로 뭔가를 한다는 것 – 동아일보 09-Jul-2023
이 디지털 시대에도 책은 여전히 강력한 콘텐츠여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연결한다는 것. 책을 읽은 이들이 후기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고 책의 내용이나 문장을 공유하면 이런 관심은 다시 저자의 인터뷰나 미디어 출연, 북토크, 강연 등으로 이어진다.
프로는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다. 상사의 지시 없이도 스스로 찾아서 준비하고 일한다. 그런 태도와 노력이 그 사람을 프로로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니 프로로 대접받고 싶으면 그렇게 일하고 움직일 일이다.
선배가 없다는 당신에게![동아광장/최인아] – 동아일보 29-Oct-2022
젊은 친구들에게 많이 듣는 얘기 중의 하나가 선배가 없다는 말이다…우리는 언제 선배를 찾을까? 고민이 있거나 도전을 앞두고 있을 때, 혹은 문제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신뢰할 수 있는 선배가 간절하다. 하지만 그런 선배는 곁에 잘 없고 생각은 천 갈래 만 갈래로 흩어져 길이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할까? 글로 써볼 것을 권한다.
회사에서 일할 때였다. 후배 한 사람이 내게 면담을 신청했다. 경력으로 입사한 그 친구는 이전 회사와는 일하는 방식도, 문화도 달라 애를 먹고 있었다. 그는 내 방에 들어오자마자 고민을 늘어놓더니 어찌하면 좋겠느냐고 하소연했다. 나는 답을 주는 대신 고민을 노트에 써본 후 다시 오라고 했다. 일주일쯤 지났을까. 그가 다시 왔고 작은 글씨로 빽빽한 A4지 여러 장을 내밀었다. 그는 웃는 얼굴이었는데 고민이 많이 정리됐다고 했다. 나는 그가 쓴 페이퍼를 한 줄도 읽지 않고 돌려주면서 글을 쓰게 한 이유를 말해 주었다.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야 해법이 찾아지는데 그러자면 스스로를 돌아보고 생각을 정리하는 게 우선이잖아.” 과연 그는 회사에 대한 원망과 널뛰는 생각을 글로 써 내려가자 신기하게도 자신이 겪고 있는 문제의 핵심이 무엇이고 앞으로 무얼 해야 하는지가 보였다고 했다. 나는 아무 조언도 하지 않았지만 그 후배는 길을 찾아냈다.
내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퇴직 후 2년쯤 지났을 때다. 내 딴에는 오랜 고민 끝에 퇴직을 결심했고 남은 생은 학생으로 공부하며 살겠다는 결심을 실행에 옮긴 터였다. 한데, 아는 것과 맞닥뜨리는 것은 같지 않았다. 자발적 선택이었음에도 퇴직 후의 자유가 더 이상 좋지 않았고 심지어는 우울했으며 외로웠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당시의 나야말로 선배가 절실하게 필요했지만 나는 선배를 찾는 대신 노트를 펼쳤다. 그러곤 쓰기 시작했다. 내 안의 수만 가지 어지러운 생각과 감정을 그저 마음이 불러주는 대로 받아 적었다. 손목이 아프도록 써 내려간 페이지가 10쪽을 훌쩍 넘겼다. 나도 미처 몰랐던 내 마음이 거기 가득 적혀 있었는데 그 수많은 문장들은 하나를 가리키고 있었다. 다시 일하고 싶다는 것, 쓰이고 싶다는 것. 마음을 알기까지가 문제이지, 알고 나면 그 다음은 오히려 쉽다. 헤어졌지만 여전히 서로 좋아한다는 것을 확인한 연인들이 다시 만나기 시작하듯 나도 다시 일로 돌아왔고 지금까지 7년째 책방마님으로 살고 있다.
운이 좋아 믿을 만한 선배가 있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어느 날 선배를 찾아 당신이 말한다. “선배님, 저 고민이 있어요.” “뭔데? 말해 봐.” 당신은 자세하게 당신의 고민을 설명한다. 그러곤 돌아오는 길. 신기하게도 마음이 한결 편하다. 사실, 선배는 별 조언을 해준 게 없다. 그저 성심껏 이야기를 들어주었을 뿐이다. 그런데도 고민은 꽤나 정리되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객관화’가 된 것이다. 선배에게 조언을 듣기 위해 당신은 우선 고민이 무엇인지 요모조모 잘 정리해서 전달한다. 바로 그거다. 머릿속에서 뒤죽박죽이던 고민을 밖으로 끄집어내니 정체가 환히 들여다보인 것이다. 선배에게 이해시키기 위한 작업이었지만 실은 스스로 문제를 정리하고 객관화한 거다. 사실, 해법은 문제가 무엇인지 똑바로 아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문제가 뭔지 모르거나 다른 것을 문제라 오해한다. 그러면 해법이 요원하다.
사람의 마음은 의식이 10%, 무의식이 90%라고 한다. 자신의 마음이 어떤지 알아차리기 어려운 이유다. 그러니 자신의 안에서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고 무엇을 욕망하며 무엇을 걱정하고 불안해하는지 알려면 그것들을 의식 위로 꺼내야 한다. 객관화 작업이자 출력 과정인데, 이렇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글로 써보는 거다. 그러므로 글을 쓰는 것은 자신의 깊은 욕망과 만나는 일이며 또한 자기 자신을 믿는 일이다. 고민과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해 스스로 길을 찾아낼 수 있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 우리에겐 그런 힘이 있다. 다만 꺼내 쓰지 않을 뿐이다. 좋은 선배를 가지는 일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지만 선배 없이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좋은 일이다. 지금 고민이 있다면 노트를 펴고 쓰기 시작하시라. 당신이 무얼 해야 하는지 길이 보일 것이다.
좋아하는 마음 지속하는 마음[동아광장/최인아] – 동아일보 11-Jun-2022
일본 작가, 마쓰이에 마사시의 소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엔 유명한 건축가가 등장한다. 그는 ‘건축은 예술이 아니라 현실’이라며 실제로 그 건축물을 이용하고 살아갈 사람들이 조금의 편리라도 더 누리도록 고심하고 고심한다. 건축 분야처럼 만든 이가 누구인지를 묻게 되는 일은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접근하기 쉬운데 소설 속 노 건축가는 겉으로 눈에 띄는 건축, 건축가 자신이 빛나는 건축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런 태도는 경쟁 입찰에선 특히 유리할 게 없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에 몰두하고 최선을 다한다. 일이란 무엇인지, 일을 잘한다는 게 무엇인지 소설은 한마디도 명시적으로 말하지 않았음에도 나는 줄곧 ‘일’을 떠올리며 읽었고 그러면서 열정적이라는 말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우리는 열정이란 말을 들으면 인파이터의 폭발적 에너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현실은 마라톤에 가깝고 일터에서의 성취는 시간과의 싸움일 때가 많다. 될 듯 될 듯 되지 않고, 열심히 했지만 평가받지 못해 기죽고 절망하는 시간의 연속이다. 그러다 가늘게 성취와 성장 같은 열매를 맺는다.
맨 앞에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서 무언가를 시작하게 되었을 때 그 일이 끝내 이루어지게 하는 것은 결코 낭만적이지 않은 것들이다. 좋아하는 마음 이면의 지속하는 마음도 돌아보면 좋겠다. 어른이라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