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STONIAN (73) 영화 “승부” 관람후기 – 조훈현 vs 이창호 국수 코칭과 함께 성장함에 대하여

2025년 12월 14일 (일요일)

안녕하세요 보스턴 임박사입니다.

제가 얼마 전에 넷플릭스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를 쓴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넷플릭스 영화인 “승부”에 대해 느낀 점을 좀 적으려고 합니다. 승부는 19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조훈현 9단과 이창호 9단 두분의 국수께서 처음에 사제지간으로 만나서 나중에 스승인 조훈현 9단이 당시 이창호 6단에게 지면서 무관의 세월을 보내고 다시 절치부심해서 타이틀을 가져오는 과정을 그린 영화입니다.

바둑에 대해서는 너무 시간도 오래 걸려서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고 바둑 머리도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크게 노력을 해 보지 않은 분야이긴 한데 이번 영화를 보면서 바둑 자체보다는 제자인 이창호 9단을 가르치고 제자와 대국을 두고 패배하고 하는 그 과정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다시 절치부심해서 다시 제자인 이창호 9단에게 도전자로서 타이틀을 따내는 이 과정이 커리어 코칭과 많이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열심히 보았던 것 같습니다.

모든 선생 (혹은 스승 혹은 멘토) 들은 처음에 누군가를 가르칠 때 그 사람이 자신을 넘어서기를 기대하기는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건 그냥 먼 미래의 언젠가 (?) 아마 거의 자신이 그 분야에서 생명력을 다해갈 즈음에 제자가 자기 보다 더 높이 올라갔으면 하는 그런 마음이 들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막상 제자가 분발을 하고 잘 자라서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해 자신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른다면 그 때 선생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이번 영화 승부에서 조훈연 역학을 했던 이병헌 배우는 이 부분에 대해 아주 고민을 많이 하신 흔적이 느껴질 정도로 연기를 아주 잘해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이병헌! 이런 느낌이었어요. 제자에게 지고 돌아오는 것, 너무 힘들고 화나죠. 이 부분에 대해 조훈현 9단께서 인터뷰 하신 부분이 있습니다.

[인터뷰] 조훈현 “‘승부’ 분위기까지 연기한 이병헌, 대단한 명연기..유아인 혼내는 장면은 픽션” – 조선일보 01-Apr-2025

내가 스승에게 배운 게 있다. 그걸 그대로 이창호에게 물려준 건데. 스승은 가르치는 게 아니고, 그냥 이끌어주는 것이다…이창호가 알아서 저렇게 컸고 알아서 잘한 거지, 내가 저렇게 잘 가르친 건 아니다

그리고 조훈현 9단과 이창호 9단의 인터뷰를 한 것이 있는데 역시 이창호 9단은 스승을 배려하여 최소한의 대답만 하고 어려운 질문에는 대답 자체를 하지 않습니다.

바둑계의 살아있는 신화! 조훈현 이창호, 두 전설의 첫 사제 대담! – 무비스트 2023

이런 경지까지 가시기까지 조훈현 9단 본인 스스로 이것을 받아 들이고 깨닫는 시간이 필요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블르그님이 영화 “승부”를 보시고 느낀 감상을 블로그로 남기셨는데 저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고 오랜기간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이곳에 링크를 남깁니다.

영화 ‘승부’를 보고 – 브런치 블로그 by 셔니

바둑은 자신과의 싸움이다“라고 조훈현 9단이 스승으로 부터 받았던 바둑판에 새긴 글씨가 있었죠? 결국 조훈현 9단도 이창호 9단도 자신과 싸움을 해서 이긴 것입니다.

저도 이런 경험이 있습니다. 제가 가르치던 어떤 사원이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일일히 실험하는 방법이라든지 어떻게 생각하고 고안을 해서 빠른 시간안에 문제를 해결하고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하는지에 대해 학부 졸업을 한 사원을 선발해서 키운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원이 습득력도 좋았을 뿐만 아니라 성장 속도도 예상보다 빨랐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 제 스스로 느끼기에 이 사원과 저의 스타일이 이제 많이 달라졌으며 더 이상 함께 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든 시점이 왔습니다. 제가 스스로에게 많이 화가 났던 것 같고 그 감정선이 그대로 튀어 나왔던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그날부터 조훈현 9단처럼 고민을 하는 단계로 접어듭니다. 그리고 제가 내린 결정은 그 사원을 저보다 당시에 뛰어나다고 느끼는 동급 매니저에게 넘겨서 그가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만약 제가 더 오래 데리고 있다면 성장에 제동이 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죠. 그 결정은 결국 맞았다고 저는 판단합니다. 대신에 그 사원과는 좋은 관계로 끝이 난 것 같지는 않지만요.

조훈현 9단께서도 이창호 9단과 아주 친한 관계정도는 이제 아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이창호 9단은 다른 길을 가고 있고 본인과 스타일이 달랐으며 뛰어 넘었으니까요.

이런 것은 참 어려운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제가 커리어 코칭을 하지만 그 끝은 결국 저를 뛰어 넘는 것이 되어야 하는 것이니까 그 과정에서는 놓아주는 것이 맞는 선택이고 더 좋은 것은 다른 코치 혹은 스스로가 스스로를 코칭하며 살도록 하는 것이 되겠죠.

좋은 영화, 특히 실화를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 를 만나면 참 기분이 훈훈하고 마음이 따스해 집니다. 영화 자체는 2020년 12월 17일부터 2021년 4월 3일까지 5개월 정도 찍었고 그 영화가 2025년 3월 26일에 첫 개봉을 했다고 하니까 영화 제작 후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 개봉이 된 것입니다. 영화를 만든다고 다 개봉하는 건 아닌가 봅니다. 유아인 배우의 마음 고생도 참 심했으리라고 생각이 드는군요. 다행히 영화가 세상에 나와서 이렇게 모두에게 상영되어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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