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STONIAN (74) 9회말 2아웃에는 머리 비우고 풀스윙하는 것이다.

2025년 12월 22일 (월요일)

안녕하세요 보스턴 임박사입니다.

제가 살면서 드라마를 두번 이상 보지 않고 사실 최근 몇년간은 아내가 함께 보았으면 하는 드라마가 아니면 보지 않았는데요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는 두번째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처음과 달리 작가와 감독의 의도와 복선 등을 모두 고려하면서 자세히 보고 특히 대사를 잘 탐구하며 공부하는 마음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시청자 입장이 아니라 제자신이 어떤 때에는 작가로, 어떤 때에는 감독으로 또 어떤 때에는 배우로서 이 드라마를 탐구하는 중입니다. 잘 모르겠어요. 왜 그러는지? 처음에 이 드라마를 봐야겠다.고 아내에게 말했더니 그러더군요. 사람들이 PTSD 생겨서 안 보려고 한다고요. 그래서 일까요? 제가 혹시 PTSD가 생겨서 그런걸까요?

몇일 전에 ‘부러우면 지는거다’에서 구본형님에 대한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요. 구본형님이 작고하신지 1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살아 계신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러고 나서 이 드라마를 다시 봐야 되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에요. 그러니까 그냥 드라마를 즐기기 보다는 “지금부터의 인생은 달라져야 한다“라는 심정으로 이 드라마를 재청취하고 있는 셈입니다.

드라마 3회에서 김낙수 부장은 수많은 불운으로 시련을 겪게 되었습니다. 본인의 잘못이 아닐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행운과 실적 마저도 모두다 비켜 가는 그런 상황이 그려졌습니다.

  • 2편에서 입사동기인 허태환 과장 (이서환 분)이 울릉도 발령으로 압박을 당하자 번개탄 자살을 시도하게 되고 이에 당황한 백정태 상무 (유승목 분)은 김낙수 부장 (류승룡 분)에게 해결을 종용하게 되죠. 결국 아산공장 발령으로 변경이 되었지만 허태환 과장은 이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대안으로 김낙수 부장의 해임건이 인사부장으로 부터 제안됩니다. – 백정태 상무가 해야 할 일을 김낙수 부장이 떠 맡아 문제를 해결했지만 결국 김낙수 부장이 팽당하게 되는 상황이 된거죠.
  • 3편에서 기가망 입점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역에 대한 가입자 확보건에서 사실 백정태 상무의 무언의 압력하에 김낙수 부장이 승인했던 일이 인기 유튜버로 인해 알려지고 큰 파장을 맞게 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김낙수 부장이 유튜버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라는 잘못된 지시가 있었고 이것은 문제를 심화시키는 도화선이 되었죠. 하지만 결국 이 문제도 김낙수 부장이 노력해서 일단락 되었습니다.
  • 3편 말미에 아산공장 안전관리팀장에 부장급 공고가 난 것을 발견한 김낙수 부장은 직감적으로 자신이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4편이 시작되었습니다. 4편에서 몇가지 장면들이 나오죠.

  • 20여년전 백정태 대리와 김낙수 사원이 함께 여인숙에서 동숙하면서 계약을 따내던 일, 그 때 함께 탄 차가 7982번이었습니다.
  • 백정태 상무는 인사부장과 김낙수 부장을 아산공장 안전관리팀장으로 보내기로 결정을 했고 도진우 부장과 영업팀 통합까지 상의를 했습니다. 이 부분에서 백정태 상무는 김낙수 부장 입장에서 배은망덕하다고 생각합니다.
  • 백정태 상무로 부터 수십통의 전화와 메시지가 있었지만 김낙수 부장은 의도적으로 받지 않습니다.
  • 대신 건물주 친구와 만나서 자신의 회사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죠. 그리고 늦은 시간에 혼자 있을 때 백정태 상무에게 전화를 걸어서 내일저녁 식사를 하자는 백상무의 제안에 대해 주말에 자기 집으로 저녁식사 초대를 하죠. 이 때 백상무 집은 의리의리한 장롱과 소파로 권위를 상징하고 김낙수 부장은 낡은 소파에 앉아서 초라한 모습으로 대조를 이룹니다.
  • 한편 아내 박하진 (명세빈 분)이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려고 학원 등록까지 했었다가 취소를 한 일이 있었는데요 동생의 무시로 인해 다시 박하진은 공인중개사 시험을 열심히 준비하게 됩니다. 그리고 김낙수에게 부부관계 시즌2를 선언합니다. 이제부터 부부관계의 새로운 국면이 시작된다는 암시이죠.
  • 아들 김수겸 (차강윤 분)은 김부장이 제안한 ACT 인턴을 합격하고도 가지 않고 자신을 시험할 스타트업에 조인을 하죠. 이 직책은 CDO (최고 파괴 책임자)라는 직책입니다. 김부장과 달리 아들 김수겸이 살아갈 인생은 기존의 생각과 방식을 파괴하는 혹은 새롭게 창조하려는 그런 인생이 되리라는 복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버지와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아들의 입장은 김부장에게 아픈 손가락이 되지만 반대로 김부장이 보지 못하고 있는 회사라는 울타리에 갇힌 아버지를 밖에서 지켜 보는 아들의 입장이기도 하죠.
  • 주말까지 일주일을 남긴 김부장은 직원들을 총동원해서 특별영업기간을 선포하고 자리를 완전히 비우게 됩니다. 송과장, 정대리, 권사원 모두 꺼려하는 이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 전원 승진이라는 공수표를 남발하죠. ㅎㅎㅎ
  • 공수표이긴 했지만 영업1팀은 이 1주일간 가장 활발한 1주일을 보냅니다. 항상 9시를 살짝 넘겨서 출근하던 권사원이 새벽에 가장 일찍 출근하는 모습이 바로 일하는 즐거움과 목표를 확실히 느낀 사원의 달라진 점을 보여 줍니다.
  • 사원 시절에 백정태 당시 대리와 함께 타고 영업을 다니던 차 7982를 우연히 되고 정대리와 함께 어려운 업체들을 방문하면서 1주일을 보내게 됩니다. 백정태 상무와 했던 대로 모텔에서 정대리와 함께 숙박하게 되는데 잠자기 전에 정대리에게 하는 말이 중요합니다. “9회말 2아웃에는 좋은 공이 오기를 기대하며 마음껏 휘두르는 거야!“와 “가족을 위한 것 같지만 결국 나자신을 위한 거야“라는 것..
  • 백정태 상무를 집으로 초대한 날 과거 결혼식을 회상하며 즐거웠던 한때를 회상하며 즐거워하지만 김낙수 부장의 웃는 얼굴 속에 왠지 모를 슬픔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대리기사가 오기 전 잠시 걸으며 나누는 대화 속에서 김낙수 부장은 25년간 함께한 회사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더 일하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하지만 이것을 막아서는 박정태 상무 – “내일 인사과에서 연락이 갈거다….미안하다”
  • 복선처럼 다시 등장하는 7982번 차량 – 결국 폐차되고 맙니다. 마치 김낙수 부장이 더 이상 쓸모없게 여겨지게 된 것처럼…

마지막에 나온 노래 “혼자였다”가 나옵니다.

좀 melancholy하기는 했지만 9회말 투아웃 상황이라는 야구에 빗댄 인생에서

9회말 2아웃에서는 그냥 머리 비우는 거야. ‘내가 좋아하는 공 하나 오겠지’하고 그냥 풀스윙하는 거지

이 대사를 평생 기억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부터는 머리를 비우고 풀스윙하려고 합니다.

2025년 12월 26일 (금요일)

제가 몇달전부터 알고리즘 때문에 보기 시작한 유튜버 중에 “서울대디“라는 분이 계신데요 50대 초반이시고 3남매의 가장으로 대기업에 다니고 계신 분이세요. 이 분이 올리시는 유튜브와 그 댓글이 참 좋은 것이 많고 마음 따스한 것이 많다고 느껴서 저도 듣고 있는데요. 서울대디님이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에 대해 영상을 만드신 것이 있어서 이곳에 나누어 보려고 해요.

그냥 짠하다는 것이 아니라 “자산”에 대한 관점에서 말씀을 하시는 부분이 좋습니다. 시청자들의 관점은 부동산이었다고 하네요. 그리고 때마침 방영할 당시가 부동산 상승기였다고 해요. (이건 한국에 살지 않으니 전혀 몰랐습니다. 이래서 자꾸 유튜브를 뒤지게 됩니다. 이런 걸 놓치지 않으려고)

그리고 명문대를 다니는 아들이 있다는 설정이 “성공했구나!”를 느끼게 해 주었다고 하더라구요. 이 부분은 미국과 한국이 좀 다른 것 같기는 해요. 서울대디님 영상에서 보여주신 건데요. 세대별 성공한 인생이 이런거구나. 뭐 이런 거에요. 50대를 보면 “자녀가 공부를 잘할 때”라고 나와요. ㅎㅎ 이 표대로 보니까 제가 10대, 20대는 실패했었고 30대에 일부 성공했었다가 40대에 다시 실패, 그리고 50대에 성공했네요. 음. 5타수 2안타 4할대 타율이군요. 음…뭐 나쁘지 않군…요.

그리고 댓글을 보다 보니 송희구 작가님이 본인 유튜브채널에 원작자의 관점을 말씀하신게 있더군요. 그래서 이것도 올립니다.

회사내의 타이틀이 없어졌을 때 묻게 됩니다.

“나는 누구였을까? 나는 무엇으로 살아왔을까? 나는 누구로 살아왔을까?”

그 질문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바로 이 드라마라고 합니다. 겉으로 보면 괜찮아 보여요 ‘안정된 직장, 괜찮은 연봉, 서울에 내집 한채’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그가 붙잡고 있던 것은 전부 껍데기였을 뿐…

이 드라마는 한사람이 몰락해 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가 다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가족, 친구에 대해 재발견하고 잊고 있던 진짜 나를 발견하는 여정, 김부장은 결국 자기 자신을 마주하게 됩니다.

  • 직업이 사라져도 우리의 삶은 계속되고
  • 명함이 없더라도 당신은 여전히 당신 그자체입니다.
  •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비로소 인생의 진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렇게 송희구 작가님과 서울대디님, 두분의 다른 시각을 듣고 알게 되니 저의 편협했던 시각이 다소 교정되는 느낌도 들고 “아! 직장생활이라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구나! 나를 알아가는 과정 중에 직장 생활이 있는거구나!” 이런 걸 깨닫게 됩니다.

직장 일이 마무리되고 퇴근할 때부터 나의 삶이 시작된다고들 해요. 그런데 직장에서의 삶도 나의 삶의 중요한 부분이죠. 직장 생활 속에서 많은 일을 겪으면서 때로는 성취감, 동료애, 격려를 받지만 또한편으로는 자괴감, 비애, 실패, 좌절, 상사와 부하를 포함한 사람들로 부터 받는 포화 등도 겪지요. 이런 과정이 나에게 주어진 현실로 그 때 그 때 다가올 때에는 참 힘들지만 일기를 쓰고 블로그를 쓰면서 일정 시간이 지나서 다시 되돌아 보면 또 다른 의미로 그 당시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진정으로 “인생이 이런거구나!”를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이렇게 글을 씁니다.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제자신과 대화하며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며 또 성장하도록 깨달음을 주거든요. 인간이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인류가 최초로 나타났던 20억년으로 부터 고작 5천년 정도 전인데 20억년을 1년으로 따져서 보면 글을 쓰기 시작한게 12월 31일 8시인가? 9시인가? 그렇다고 해요. 정말 얼마 안된거죠.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쓸 수 있고 읽을 수 있다는 자체가 인간이 가지는 특권이 아닐까하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먹물인거죠. 저는 인간이 두부류라고 생각해요. 글을 쓸 수 있는자와 글을 못 쓰는 자.

이제 다사다난했던 2025년도 며칠 안 남았네요. 오늘도 글을 쓰는 자로 살아갑니다.

추가로 “조승연의 탐구생활”에서 다루는 김부장 이야기 리뷰도 들어볼 만해서 링크를 하는데요. 미키님과 조승연님이 이 드라마에 대해 분석을 하시는데요 대단하네요. 시대의 변화와 반말-존댓말의 차이까지. 단점 하나는 12부작을 다 보시고 하시는 얘기가 아니라 8부까지만 시청하신 상태에서 얘기하시는 거에요. 그래도 너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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