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보스턴 임박사입니다.
제가 이 블로그를 쓴지 한 1-2주일 정도 된 것 같습니다. 아직 특별히 홍보하지도 않고 그냥 제 맘대로 일기 형식으로 적고 있습니다. 어차피 블로그로 소소하게 돈을 벌자는 생각으로 한 것도 아니고 알량한 지식을 좀 나누고자 하는 마음에서 쓰는 것이라서 큰 부담은 없지만 일단 어느 정도 글이 모여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을 해요. 나중에 글이 많이 모이면 책을 쓸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요.
제가 그동안 만난분들이나 온라인의 미국잡 관련 글들을 본 결과 미국회사 vs 한국회사에 대한 질문들이 많았습니다. 한국에서도 대기업, 벤처기업, 벤처캐피탈 회사를 다녀봤고 독일에서도 바이오텍 기업, 미국에서도 바이오텍 기업, 빅파마 경험한 측면이 있어서 이것에 대해 좀 얘기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시간적으로는 차이가 있지요. 제가 한국 회사를 다닌 것은 2002년까지가 전부이고 그 이후부터는 주로 외국 생활을 했으니까 저의 생각이 한국에 대해서는 2002년에 머물고 있다고는 봐야 합니다.
얘기하기 전에 잠깐 다른 얘기를 하자면요. 독일에 갔을 때 Bayer에서 은퇴한 화학자를 만난 적이 있는데요 그 분은 Bayer Korea와 Bayer Indonesia 등을 만든 분이에요. 독일이 2차세계대전을 패망한 다음부터 Bayer에 다니다가 65세쯤 되서 정년퇴직을 했답니다.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독신인 여동생과 살고 계셨어요. 독신이었으니까 아시아에 근무하는 것이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그 분께 제가 질문한 게 있었는데 “한국에 처음에 가실 때 정보가 없었을텐데 어떻게 정보를 얻고 오시게 되었느냐?”하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이 분이 뜻밖에도 하멜의 표류기를 읽고 오셨다고 하시더라구요. 저는 깜짝 놀라서 아니 하멜이 조선을 방문했을 때는 100년도 더 이전의 일인데 그 책이 도움이 되느냐? 그렇게 물었더니 그 분 말씀이 “사람의 생각과 관습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 책과 한국에서 만난 사람들의 생각과 관습은 크게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왜 이 이야기를 하느냐면 제가 비록 한국에서 회사를 다닌 것이 지금부터 거의 20-30년전 일이더라도 그 기업문화나 사람들의 생각은 크게 변하지 않았더라 하는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일단 한국회사에 대한 저의 생각을 말씀드려볼께요.
저는 처음 대기업에서 5년, 벤처캐피탈 2년, 바이오텍 1년 근무했는데요. 대기업에서의 생활이 두 기간을 나뉩니다. 처음 2년은 신약개발을 하느라고 실험실 곁을 거의 벗어나지 못했어요. 기숙사 생활을 했기 때문에 회사에서 잠자고 밥먹고 회사 가고 했습니다. 나머지 3년간은 새로운 정밀화학 프로젝트의 공정연구를 했는데 대기업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는 연구원이 주도해서 연구뿐만 아니라 생산 심지어 마케팅도 하고 사장실 임원보고도 연구원이 가서 직접 합니다. 거의 뭐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하는 분위기인데 나름 재미는 있었지만 전문성을 키우지는 못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한국회사의 경우는 회사에서 주어지는 업무에 나를 맞추어가야 해요. 시간이 지나면 업무가 변하겠죠. 회사 상황이 바뀌고 시장 상황이 바뀌니까요. 또 회식이 지금은 많이 적어졌다고는 하던데 당시는 너무 많아서 일을 하는것보다 술을 마시는 시간이 더 많았어요. 그러니 시간이 지날 수록 주량과 업무 폭은 넓어지는데 깊이는 생기지 않더라구요.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저의 시장성이 떨어진다는 것이어서 그 회사를 나와서 다른 회사에 갔을 때 쓸 수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면이 있다고 저는 생각해요. 사실 박사학위를 하려고 대기업을 퇴사해서 다시 다른 대기업에서 연락을 받았지만 저는 가고 싶지 않았어요. 박사학위를 받았으면 더 전문성이 강해져야하는데 저는 그러기 쉽지 않다고 생각했거든요. 벤처캐피탈에서는 바이오 전문 심사와 투자를 했지만 당시의 한국 바이오텍의 수준이 글로벌 기준 혹은 제가 경험한 대기업 기준에도 훨씬 미치지 못해서 기술투자라기 보다는 머니게임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사실 많이 실망했지요. 바이오 벤처기업은 기술벤처였기 때문에 기술투자를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실상은 기술투자는 거의 하지 않고 국책연구비를 받는 연구정도에 그쳤고 벤처캐피탈에서 받은 투자도 신약개발에 투자되지는 못하고 있었어요. 엄청 실망했었지요.
이제 미국회사에 대한 저의 생각을 말씀드려볼께요.
미국에서는 두군데를 다녔는데 처음 간곳은 나스닥에 있는 바이오텍이었고 7년을 다녔습니다. 그리고 지금 Moderna는 8년째 다니고 있습니다. 처음 간 회사는 저의 전공분야였어요. Moderna도 물론 저의 전공분야입니다. 처음 갈 때부터 저의 전공분야만 채용이 되게 되어 있습니다.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전공이 아닌 분야에서는 입사 경쟁 자체가 되지 않죠. 회사에 입사해서도 저의 전공 분야인 Nucleoside 분야에서 거의 일을 했습니다. 둘다 바이오텍이었지만 달랐던 것은 연구비를 완전히 무섭게 신약개발에만 올인한다는 것이 한국과 달랐습니다. 처음 갔던 바이오텍의 경우는 처음에는 1년에 500억 정도씩 연구비로 지출을 했는데 나중에는 2,000억씩 연구비로 지출을 했습니다. 모든 미국 바이오텍은 2년치 펀딩을 받아서 그 돈을 2년간 연구비로 거의 지출합니다. 그 결과에 따라 다시 주식시장에서 2년치 투자펀딩을 받기도 하고 결과가 안 좋으면 투자펀딩을 못받게 되죠. Moderna의 경우는 투자 규모도 처음 들어갔을때부터 5,000억/연 이었고요. 이제 약 10년간 총 5조원 이상 연구비에 투자한 것 같아요. 기업 문화는 두 회사가 많이 달랐지만 두회사 공히 연구개발에 대한 것과 연구개발 속도에 대한 중요성은 엄청났던 것이 같습니다. 속도면에서는 둘다 유사해서 마치 한 회사를 다닌 느낌이랄까요? 저는 이런 빠른 속도를 엄청 좋아하고 새로운 것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바이오텍이 맞습니다. 급여는 연봉과 보너스가 있기는 하지만 저는 주식과 Stock Option, 그리고 RSU가 아주 중요했습니다. 두 회사 모두 소위 대박이 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국 바이오텍의 연봉은 주식, Stock Option, RSU 그리고 ESPP를 합쳐서 게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저희 회사의 주주에요. 그러니까 애사심이 당연히 크고 한국 회사에서나 미국 빅파마에서는 있을 수 없는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혁신 신약 개발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 만족감은 어디에 비할데가 없어요.
온라인 게시판에 보니까 미국 스타트업에 가는 것을 부정적으로 쓴 글을 많이 봅니다. 다 망한다. 일만 엄청 하고 돈도 별로 못 받고 혹사만 하다 부속품처럼 된다. 뭐 이런 글들이 주로 있는데요. 제가 보기에 스타트업이 어디냐도 있겠지만 자기와 맞지 않으면 어디에 가도 마찬가지에요. 물론 대기업에 가면 시스템이 안정되어 있으니까 편안하죠. 그런 분위기를 선호하는 분은 바이오텍에서 견디지 못하는 것을 많이 봐요. 바이오텍은 기본적으로 비조직적이거든요. 무슨 미팅을 해서 그 결정을 가지고 연구하고 그렇게 하는게 아니에요. 가설 – 테스트 – 결과 – 결과에 대한 공유와 해석 – 다시 가설 – 테스트 – 결과 – 적용 이런 식의 반복이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매순간 바뀔수 있죠. 바이오텍의 한달은 빅파마의 일년이라고 보셔도 무방하다고 저는 생각해요. 그만큼 빨리 해야 경쟁이 되거나 이길 수 있으니까요.
미국회사에는 401(k)라는 개인연금이 있는데 회사에 따라 회사에서 매칭해 주는 것이 다르고 방식이 다릅니다. 이게 좀 중요한게 만약 성장하는 회사인데 연봉의 6%까지 100% 매칭을 해 주고 그 매칭도 주식으로 해 준다 그러면 그 401(k) 수익률은 지수함수적으로 올라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ESPP, Stock Option, RSU 등도 얼마를 받느냐가 중요하구요. 저는 초봉이 정말 적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총액면에서 대기업에 가지 않은 것은 잘한 결정이라고 저로서는 생각하고 살고 있습니다. 물론 저와 같은 경험을 하는 사람은 좀 많지 않은니까 이것을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저는 새로 시작하는 분들께 대담하게 모험을 선택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도 한국의 벤처캐피탈로의 모험을 했지만 그 모험이 저에게 득이 되었지 적어도 손해는 아니었다고 생각하고요. 독일이나 미국으로 오게된 것도 마찬가지로 큰 모험이었지만 저는 그 결정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결국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와 같이 빠른 속도의 일을 즐기지 못하시는 분은 처음부터 대기업에 가시는 것이 저는 맞다고 봅니다. 물론 말이 쉽지 가기가 쉽지는 않지만요.
그리고 최근에 잡마켓이 좋아서 미국에서는 회사를 많이 옮겨 다니는 분위기에요. 저도 거의 매일 연락을 받고 요즘에는 아예 리쿠르터가 숫자를 대고 오더라고요. 그렇지만 과학자는 좀 진득하게 개발의 시간의 힘을 믿고 기다려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적 연구결과물이 임상에서 의미있는 데이터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 회사가 하는 일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른 동종 경쟁기업의 결과도 아주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동종업체의 경우에는 경쟁보다는 협력을 많이 하고 연구에 대해 공유도 많이 합니다. 잘못하면 함께 잘못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이런 여러가지 경우의 수가 있기 때문에 우리회사와 동종업체 바이오텍 및 대기업의 연구결과들을 계속 보면서 오랜기간 그 신약개발의 과정이 결실을 맺는 과정이 될때가지 진득하니 엉덩이를 붙이고 실험실에 박혀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회사 옮기면서 2,3만불 더 받고 직급 하나, 둘 올라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번 대박이 그것을 다 상쇄하고 남습니다. 물론 쪽박도 있지만요.
다시 돌아가서 제가 벤처캐피탈로 일했던 2년간의 경험들을 돌아보면 제가 당시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였다는 생각뿐입니다. 모르겠습니다. 지금 만약 벤처캐피탈이 되면 이제는 좀 다르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르죠. 인생은 언제든지 모르는 것이니까요.
여하튼 저는 좀 Bias 되어 있는지 모르지만 미국회사 특히 작은 회사에서 장기적인 자기 투자를 저는 좀 많이 추천하는 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한국의 대기업에 돌아가시려면 반드시 임원으로 가셔야하고 미국에서 실적을 쌓으면 그 기회도 적지 않게 있기 때문에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고 거기에 매진한다면 좋은 결과가 반드시 있을 거라고 저는 믿고 응원합니다. 혹시 저와 다른 생각을 가지신 분들도 많이 있으실 수 있는데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상 보스턴 임박사의 미국회사 vs 한국회사에 대한 글이었습니다. 모두 화이팅입니다.
저도 코딩이나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전문성을 좀 키울 수 있는 상황이었으면 좋았을텐데, 조현병에다가 악덕기업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던지라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도저히 안 되었고, 이 분야 스킬을 살리려면 결국 창업 말고는 답이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네요.
LikeLike
안녕하세요 조아하자님,
저의 블로그를 이렇게 찾아주시고 글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조현병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조아하자님의 블로그는 희망이 있는 블로그라 생각했습니다. 화이팅이에요!
LikeLi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