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retirement (2) – 일기를 쓰는 이유

안녕하세요 보스턴 임박사입니다.

Youtube에서 “은퇴” 이런 검색어를 치면 대부분의 얘기들은 재정적 준비에 대한 얘기들이 주를 이룹니다. 얼마가 필요하다더라. 어떻게 하면 은퇴를 위한 돈을 모을 수 있다. 은퇴하면 돈을 이 순서로 써야한다…등등등

또 다른 내용은 황혼이혼에 대해서 또 주루룩 나옵니다. 뭐 은퇴학교 라는 이름의 것도 있고요. 더 절망적이고 자극적인 내용들은 은퇴후 비참한 최후 뭐 이런 식의 글들이에요. 제가 한국어로 은퇴를 써서 그러나? 그래서 영어로 Retire 이렇게 검색을 했는데도 뭐 내용은 거의 비슷해요.

심지어 은퇴 혹은 Retire 에 대해 얘기하는 Youtuber들의 대부분이 굉장히 젊은 분들이에요. 요즘 FIRE 현상때문에 아마 그런 분들이 많으신 것 같은데 은퇴 연령에 가보지 않은 분들의 얘기는 글쎄요 저에게는 그리 의미있게 와닿지 않더라구요. 사실 우리가 20대에 직장을 들어가서 30대에 자녀를 낳아서 40대에 고등학교까지 보내고 50대에 대학 보내고 나면 이제 소위 은퇴 (사실상 강제 퇴직이지만) 할 때가 되거든요. 요즘은 자녀들이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쉽지 않아서 함께 사는 경우가 꽤 되는데 그러면 사실 은퇴하기에 너무 이르고 그렇다고 회사에서는 계속 조이고 이런 상황이 닥치게 되는거죠. 뿐만 아니라 자녀들의 결혼까지는 시켜야 이제 좀 숨을 돌릴 수 있게 될텐데 요즘같이 늦게 결혼하는 추세에서는 결혼이 정년 이후에 벌어질 일이 많아지게 되니까 이래저래 쉽지 않은 상황이 되는 것 같아요.

미국의 경우에도 그리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아요. 좀 나은 것이 있다면 401(k), 403(b), IRA 같은 은퇴상품에 투자를 오랜동안 해서 재정적으로 한국의 동년배들보다 조금 나은 점 정도가 아닐까하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요.

은퇴하면 돈만 문제가 아니에요. 돈이 준비가 됐다고 해서 은퇴 준비가 된게 아니더라구요. 제가 보기에 돈은 버는 사람이 따로 있고 쓰는 사람이 따로 있어요. 내가 돈을 벌었다고 내가 돈을 쓰는 건 절대 절대 아니라는거에요. 물론 어떤 분들은 자신이 쓴 돈을 자신을 위해서만 쓰시는 분도 계실 수 있지만요. 최소한 저의 경우는 그렇지가 않더라구요.

유시민님께서 인생에 필요한 4가지에 대해서 아주 간결하게 정리를 하셨더라구요.

일, 놀이, 사랑, 연대

유시민님은 모든 현상을 아주 간결하게 정리하는 좋은 재능을 가지셨어요. 위의 4가지를 보면 거기에 돈은 없어요. 물론 돈이 안 중요해서 돈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런데 필요한 4가지에 돈은 적어도 정말 필요한 건 아니라는거에요. 저도 이 말에 이제는 동의하게 되었습니다.

  • : 우리에게는 의미있게 사회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일이 있어야 하고요
  • 놀이: 우리 삶을 쉬어가면서 즐길 여유가 있는 놀이가 있어야 해요.
  • 사랑: 그리고 우리가 사랑을 주고받을 대상과 사랑을 해야 하고요
  • 연대: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 또는 세상과 연대해서 더 큰 목표를 위해서 나아가야해요.

우리가 잘아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부자들 가운데 정말 이것을 잘하는 분을 찾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특히 사랑이나 놀이 부분에서는 거의 잼병이 아닌가 할 정도로 벗어나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돈이 많아지면 대부분 이혼하더라구요. 물론 이혼하면 사랑을 안하는 건 아니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성공이라는 조건에서 가족을 빼고는 저의 짧은 생각으로는 미달했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고 해서 돈만 많으면 모든 게 다 좋다고 하는 식의 사고에 대해서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소위 은퇴 전문가들이라는 분들이 은퇴를 준비하라고들 하세요.

그런데요…!

실상 직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은 그럴 틈이 없어요. 아마 집에서 아내와 남편이 서로 그 얘기를 진지하게 얘기조차 할 틈도 별로 없을걸요? 그런데 무슨 은퇴준비를 하겠어요. 가끔 군인 출신이나 교사 출신, 공무원 출신분들이 연금이 있으니까 은퇴를 해서도 좀 여유있게 산다고 할지 모르지만 글쎄요….

저는 사실 은퇴준비에 대해서 특별히 뭘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구요. 특히 내가 나중에 더 나이들면 뭘 하고 살고 싶은가? 에 대한 생각이 정리가 안되어 있더라구요. 아마 다른 분들도 비슷할걸요?

아마 거의 닥쳐서 일을 해결해야 할 가능성이 많으리라고 봐요. 일부 아주 엘리트집단의 분들을 제외하고요.

그래서 저는 일기를 쓰기 시작했어요. 일기 제목은 “10년 후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에요. 이 일기를 쓴지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정말 오랜동안 은퇴에 대해 생각하고 얻은 결론은 지금 당장 가장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하자. 였고 그게 바로 일기 쓰기 – 정확하게는 편지쓰기 – 였어요.

이 편지를 쓴지 꽤 몇달이 지났는데요. 확실히 쓰니까 제가 달라져요. 어느날 지난 몇달치 일기를 죽 읽어봤거든요?

그랬더니 내용이 거의 대동소이하더라구요. 날짜만 달라지지 생각이 계속 원안에 갇혀서 빙빙 돌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그때 깨달았죠. “아! 내가 배움이 부족하구나. 배우는 것이 없으니 생각이 갇혔구나!

이후에 뭘 했을 것 같으세요? 책을 사서 읽기 시작했어요. 물론 제가 미국에 사니까 모두 영어원서에요. 제가 요즘 관심있어하는 주제들에 대해서 Good reads에서 검색을 하고 그 책을 아마존에서 사서 집에서 읽는거에요. 책 읽는 재미가 요즘 좀 쏠쏠합니다. 책을 읽다보니까 세상이 다르게 보이더라구요. 그리고 저의 일기의 내용도 다양해지기 시작했어요.

저는 저의 일기 속에서 제가 요즘 생각하는 저의 인생 후반전에 대한 무엇을 하고 살아야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10년후의 나에게 제안하고 묻고 답하고 있는 중입니다. 물론 10년후의 그 친구는 아직 답을 할 준비가 안됐죠. 나이들어가는 중이니까요. 하지만 제가 좀 기대하는 건 10년후의 그 친구가 이 일기를 보고 지금의 저보다는 좀더 나은 결정을 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에요.

이제까지 살아보니 제 생각, 계획대로 되는게 아니더라구요.

성경에 이런 얘기가 나와요. 예수님이 하신 비유이긴한데요. 어리석은 부자에 대한 비유에요. (혹시 듣기 싫으시면 패스 부탁해요)

“옛날에 어떤 부자가 있었어요. 그 부자가 농사가 너무 잘되서 이제 은퇴를 해도 될 정도로 풍족한 곡식이 거두어진거에요. 그래서 종들에게 더 창고를 크게 지으라고 하고서는 자기는 이제 즐겁게 놀 궁리를 하는거죠. 이에 대해 예수님의 반응은 단호합니다. 오늘 네 목숨을 거두어가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니?”

이게 성경에서 유일하게 나오는 은퇴에 관한 얘기인데요. 실제로 우리 주위에 은퇴한 분들이 그리 오래 살지 못하세요. 저희 교수님들도 은퇴하시면 몇년 사시다가 돌아가시는 분이 태반이고요. 주위에 암이다 심장마비다 등등 질병으로 돌아가시는 분도 많구요. 사실 백세시대는 어쩌면 정말 극소수의 사람들 얘기일 뿐이지 우리 모두의 삶은 백세는 커녕 70세도 가보지 못할 사람이 많을지도 모르죠.

50대가 정말 전반전 끝나고 작전타임 같은 시간은 맞는 것 같기는 해요. 그런데 후반전에 제가 풀타임을 뛸지 5분만 뛰고 교체될지는 후반전에 전개될 경기 흐름과 감독님의 작전과 관련이 있잖아요? 그러니 계획을 후반전 풀타임을 뛸거라는 착각(?)으로 작전타임을 준비하기 보다는 1분을 뛰더라도 얼마나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는 플레이어가 되느냐?에 대해서 생각하는 편이 더 나으리라는 생각이에요.

저의 일기는 작전타임을 가지는 소소한 시간이고 후반전이 전반전에 비해 훨씬 나은 경기를 할 수 있게 하는 저만의 중요한 작전타임판이 되어주리라 생각합니다. 만약 이도저도 안돼서 후반전 시작도 전에 교체된다면요. 그러면 그 일기를 가지고 책을 내든지 자녀에게 읽어보라고 주고 저는 하늘나라로 가면 되겠죠.

오늘도 매일 매일은 참 소중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이 블로그를 쓰는 시간에도 저의 생각은 계속 이리뛰고 저리뛰고 있구요. 제가 책을 읽을 때 느끼는 또 새로운 Insight들은 저에게 전혀 다른 삶을 살게하는 큰 동력이 됩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같이 일기를 쓰면서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요 우리!!

6 thoughts on “Unretirement (2) – 일기를 쓰는 이유

Leave a reply to zoahaza.blog: 조아하자 Cancel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