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보스턴 임박사입니다.
최근에 하버드 대학교 화학과의 명예교수이신 Yoshito Kishi 교수 (1937-2023)께서 세상을 떠나시면서 많은 화학자들이 추모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분과 일면식도 없지만 유기화학자로 살면서 Kishi의 제자는 여러분을 만났습니다. 다들 뛰어난 분들이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Kishi교수님을 말하기 전에 먼저 이 분의 지도교수이신 Yoshimasa Hirata 교수 (1915-2000) 님을 먼저 소개하려고 해요.

요시마사 히라타교수님은 2차세계대전이 일본의 패망으로 끝나고 거의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진 일본에서 해양천연물 연구를 개척한 분으로 유명합니다. 나고야 대학이 일본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대학으로 일어설 수 있도록 평생을 힘쓰셨고 일본이 섬나라이다 보니 해양에 다양한 신물질들이 있는데 이 분야를 새롭게 개척한 분이기도 합니다. 돌아가신 이후에도 나고야 대학에서는 이 분을 기리는 기념강연을 합니다.
다양한 독성물질 (Toxin) 을 발굴하고 그 복잡한 구조를 규명하셨는데요. 그 중에 한 물질이 제가 오늘 소개하려고 하는 물질인 “Halichondrin (할리콘드린)“을 발견하고 구조를 규명하셨습니다.
Pure Appl. Chem. 1986, 58, 701-710. Yoshimasa Hirata, Daisuke Uemura
히라타 교수님은 나고야 대학에서 좋은 화학자 여러분을 가르치셨는데요. 그 중에 한 분이 오늘 소개하는 Yoshito Kishi교수님입니다. 기시 교수님은 히라타 교수님 아래에서 박사학위를 받으셨고요. 하버드 대학교에 포스닥 연구원으로 오셔서 Robert B. Woodward (1917-1919) 교수님 아래에서 유명한 Vitamin B12 전합성 연구를 수행합니다. 나중에 이러한 업적으로 우드워드 교수님은 노벨 화학상을 받으시게 됩니다.
기시 교수님은 우드워드 교수님 연구실에서 포스닥을 마치고 일본 나고야 대학으로 돌아와 부교수로 근무하게 되었는데요 우드워드 교수님의 초청으로 하버드대학교 화학과 교수로 오게 됩니다. 1960년대 당시 아직 일본의 연구 여건이 좋지 못했던 것도 아마 이유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하버드 대학교에 와서 기시 교수님은 나고야 대학교 은사이신 히라타 교수님이 새롭게 발견하신 수많은 천연물들을 세계 최초로 합성하기 시작하는데요. 그 중 하나가 오늘 말씀드리고자 하는 할리콘드린입니다.
1992년에 미국 JACS에 최초 전합성 과정을 보고하게 됩니다. 이 당시 전합성 과정은 무려 109 단계 전합성이었습니다.
보통 1-2단계를 1주일에 마칠 수 있다고 하면 적어도 1-2년은 족히 걸리는 어마무시한 합성법이었죠. 이 방법으로는 1g을 만들기도 아주 어려웠다고 합니다.
일본에 당시 소형 제약회사였던 Eisai Inc라는 회사가 있었는데 이 회사의 CEO는 기시 교수님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신약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세계적인 제약회사로 성장시키게 됩니다. 당시 할리콘드린에 대해서도 Eisai가 관심을 가졌지만 109단계 합성법으로는 상용화가 어렵다고 판단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후에 계속적인 후속 연구들이 나오면서 합성법은 점차 개선이 되죠.
우선 2001년에 BMCL에 최초 합성법이 보고되고 2009년에 JACS에 개선된 합성법이 발표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Havalen (Erbulin, E7389)이라는 항암제가 2010년에 유방암과 지방육종 (Liposarcoma) 치료제로 미국 FDA의 승인을 받습니다. 2022년에 $75M (9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 다시 E7130이라는 다른 신약의 합성법을 개발하게 되는데요. Scientific Reports 2019, 9, 8656.
92-단계의 전합성법으로 GMP에서 >10g을 >99.8% 순도로 합성을 했습니다. 이 항암제는 워낙 강력해서 이 정도의 양으로도 충분히 환자들에게 필요한 양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현재 E7130은 임상시험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나고야 대학에서 시작한 지도교수의 연구를 받아서 하버드 대학교로 옮겨와서 어려운 전합성을 성공시키고 이제 Eisai라는 제약회사를 통해 성공적으로 상용화를 시키고 또 새로운 신약을 개발하는 이런 연구는 제가 보기에 일본에서만 가능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아무도 이런 식으로 약을 만들 생각을 못합니다.
요시토 기시 교수님께서 2023년 1월 9일에 86세를 일기로 영면하셨습니다. 거인은 세상을 떠나셨지만 그 분의 제자들은 대부분 Eisai와 빅파마 연구실에 남아서 지금도 열심히 신약개발에 이바지하고 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