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보스턴 임박사입니다.
회사에서 미팅을 하든지, 뉴스를 보든지, 책을 읽든지, 사람들과 대화를 하든지 간에 어느 순간 생각이 갑자기 스쳐가는 것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그 생각을 잡으려고 재빨리 아이폰의 메모장에 스쳐간 생각을 적어 놓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오늘 적어 놓은 생각은 아래와 같습니다.
“나 자신”과 “나에 대한 평가”가 괴리되면 나의 판단력은 흐려질 수 있다. 결과보다 성공했든지 실패했든지 그 결과에 이른 “과정”이 어떠했는지 잘 따져봐야 한다.
이 생각에 대해 글을 남기려고 합니다. 이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점심시간에 어떤 은퇴자의 영상을 보던 중 갑자기 들었던 생각입니다. 그동안도 주로 한국의 은퇴자들의 영상을 보면서 마음을 추스리며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갑작스런 퇴직에 대해 생각을 해 보는데요 살면서 정리해고 (Layoff) 형태로 퇴직을 몇차례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아주 갑작스런 느낌은 없지만 그래도 퇴직은 언제든 쉽지 않습니다.
정리해고를 당하게 (?) 되면 먼저 서류를 받는 미팅을 하고 나서 자리에 가서 물건을 박스에 정리해서 자리를 떠나는 게 순서인데요 가장 최근에 받았던 정리해고가 벌써 10년전이니 다소 까마득한 마음을 갖지만 그 이후로 저는 회사에 제 책상을 만들어 놓지 않고 가방 하나에 컴퓨터와 필요한 노트 등을 넣고 다닙니다. 언제든지 나가야 되면 책상 정리할 필요가 없고 그냥 가방만 들고 나가려고요.
정리해고가 이렇게 힘든 과정이지만 정리해고를 맞게 되었을 때 한가지 좋은 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회사 안에 있는 나”가 아닌 “진정한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회사에 근무하는 나는 회사의 명성 (?)이나 후광 (?)에 의해 감춰진 면이 있습니다. 물론 회사 내에서 하는 업무에 아주 특화된 일을 하게 되지요. 회사 내에서는 어느 정도 위치도 있고 실적도 있어서 안정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이렇다가 퇴직을 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으려 하면 그 때에 비로서 “나 자신”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고요 많은 일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데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거의 새로운 나를 창조해야 하는 수준이 되지요. 그래서 저는 현재 회사를 10년 가량 다니고 있지만 언제든지 회사와 별개인 “나 자신”에 대해 생각을 하려고 항상 생각하고 혹시 우리 회사나 다른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이 저의 회사 이름만 보고 저를 판단하려고 하면 거리를 두려고 하는 편입니다.
회사에서 연구원으로 살면서 배워서 다른 회사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특별한 기술”이라기 보다는 “나만의 독특한 일하는 방식“이 됩니다.
세상에 연구원은 많이 있지만 각자가 연구를 수행하는 방식이 각자 독특한 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정말 사람마다 다릅니다. 어떤 경우에는 박사학위를 받고 기업에 오기 전에 그런 방식이 만들어 지는 경우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학위를 받기 훨씬 이전부터 살아오면서 채득한 방식일 수도 있고 여하튼 각자의 살아온 방식에 의해 이런 독특한 일하는 방식이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을 합니다.
저의 일하는 방식이 좋다 나쁘다를 판단하기 보다는 “나만의 독특한 일하는 방식”을 새로운 일자리에서 사고자 할 때 취업이 된다는 것이죠. 저는 그래서 인터뷰를 하게 되면 “나는 어떻게 일하는가?”를 아주 자세히 볼 수 있도록 저의 인터뷰를 구성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저는 현재의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도 남이 뭐라하지 않았는데도 굳이 “내가 스스로 나만의 독특한 일하는 방식”으로 일한 것과 그렇지 않고 다른 동료의 도움을 받은 것을 구분하고 가능하면 “나만의 독특한 일하는 방식”으로 일을 하도록 하고 부하직원에게도 그렇게 하도록 가르칩니다.
왜냐하면 결국에는 일이 성공하든지 실패하든지 그 결과가 중요하기는 하지만 저를 위해서는 “내가 어떻게 그 결과를 이루기 위해 어떤 과정으로 일을 했느냐?”가 중요하고 이것이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나만의 독특한 일하는 방식”은 바이오텍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일 – 예를 들면 교회 사역을 한다든가, 가정을 돌보거나 등등 – 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저의 평생에 일이 있든지 없든지 간에 저에게 항상 남는 “나 자신의 독특함”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나 자신”과 “나에 대한 평가”의 괴리가 느껴질 때 그 평가를 내리는 상대방으로 부터 거리를 두고 홀로 곰곰히 생각해 보며 “진짜 나 자신”이 무엇인가?에 대해 발견하고 그 “나 자신”에 집중하도록 저를 재촉합니다.
이렇게 하다보니 지금 회사에서도 10년 정도 일을 하게 되었네요. 언젠가 이 회사도 떠나서 또 새로운 곳으로 가게 될 것이고 또 언젠가는 바이오텍을 떠나 전혀 새로운 무언가를 하거나 아니면 일보다는 “나 자신”을 찾아 떠나는 새로운 여정을 할지도 모르죠.
오늘도 저는 “나 자신”의 “나만의 독특한 일하는 방식”을 계발하며 성장하고자 애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