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는 나의 삶 (13) – 나는 좋은 투자자인가?

안녕하세요 보스턴 임박사입니다.

산다는게 참 알 수 없는 것 같아요. 이제까지 저의 인생이 흘러간 방향을 본 결과 제가 기대한 혹은 예상한 대로 전혀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완전히 어긋난 길로 간 것 같지만 결국은 잘된 인생이라고 자족해 봅니다.

제가 미국에 오기 전에 호기심과 돈에 대한 욕심 때문에 벤처캐피탈리스트 생활을 2년간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그 길이 멋있어 보이고 돈도 많이 벌어서 부모님 사업빚도 해결하고 잘 살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벤처캐피탈리스트에 대해 알게된 계기는 참 어이없게도 인터넷 창업동아리 회장일을 하다가 그 인터넷 업체의 부사장님을 통해 벤처캐피탈이라는 직업이 있다고 제안을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박사학위를 받기 이전에 면접을 보고 바이오 심사역으로 어느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죠. 놀라웠던 것은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을 그 곳에서 저말고 60명이나 만나게 된 것입니다. 당시 인터넷 붐이 한참이던 시기여서 IT 심사역이 많은 것은 이해를 하지만 바이오 심사역이 이렇게 많이 있을 줄은 전혀 생각을 못했거든요.

여하튼 2년간 네트워킹은 살면서 그 때가 가장 열심히 하고 최대로 한 것 같아요. 돈 많은 분들도 많이 만나고요 돈의 흐름에 대해서 그리고 바이오텍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라든가 사업의 성장성, 안정성에 대한 생각 등등 제가 대기업에 다닐 때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던 것을 정말 많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제일 중요한 깨달음은 저자신에 대한 깨달음이었는데요 저는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맞지 않다는 깨달음이었던 것 같아요. 벤처캐피탈리스트는 업무 자체가 투자업무이다보니 업체 방문도 많고 일단 엄청 돌아다녀야 하는데요 처음에는 업체 방문하고 돌아다니고 사람 만나고 하는게 재미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오래 하다보니 저와 맞지 않는 것 같았고요 특히 투자업무가 저의 커리어로 쌓여가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하고 그냥 허공으로 날아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재미있게도 최근에 몇분이 벤처캐피탈에 대한 제안을 해 주시고 자문도 구하시고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거절을 했는데요 귀가 얇은 탓인지 생각을 해보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요 며칠간 이것에 대해 꽤 생각을 해 봤습니다.

“만약 벤처캐피탈리스트로 다시 하게된다면 꼭 미국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되어야지.”라는 생각도 해 봤고요.

“만약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된다면 MBA를 해야지.”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저런 길을 봤는데 뭐 둘다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결국 다시 근본적인 문제로 돌아왔습니다.

“나에게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맞아?”

이 질문에 대해 저는 스스로에게 계속 물어봤고요. 결국 저의 대답은…

아니야. 맞지 않아.

였습니다. 역시 저는 과학자로서 초기 바이오텍에서 연구실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멘토링해서 키우면서 함께 성장하는 것이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결론을 내리게 되니까 이제야 비로소 마음이 안정을 찾게 된 것 같아요.

저는 좋은 투자자는 못 됩니다.

그냥 글이나 쓰고 생각을 정리하는 일에 몰두하는 사람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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